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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 詩]무심(無心)/윤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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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부딪쳤다


운동화 일곱, 구두 둘, 부츠 셋

운동화 아홉, 구두 하나, 부츠 다섯

운동화 다섯, 구두 셋, 슬리퍼 하나

계속 바닥만 바라보고 있다

지하철이 강을 건넌다

강은 얼어 있지만 아주 언 것은 아니다


지는 해와 뜨는 해의 구분이 어려워

본 것은 운동화 열, 구두 둘, 부츠 둘이다


아흔아홉 해의 정거장을 지나치는 동안 골똘히

다시 구두 둘이 내리고 운동화 셋이 올라탄다


갈대와 억새는 너무 닮았고

낙타의 무릎이 꺾일 때에도

사막의 모래는 모래


처음인 듯 무너지는


[오후 한 詩]무심(無心)/윤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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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당신이 만난 사람은 몇 명인가요? 오늘 당신 곁을 지나친 사람은 또한 몇 명인가요? 오늘 당신을 향해 환히 웃던 사람은 누구였나요? 그 사람은 제비꽃처럼 웃던가요? 구름처럼 걸어오던가요? 오늘 당신은 누구와 점심을 먹었나요?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당신에게 눈인사를 하던 사람은 기억하시나요? 물론 몰라도 괜찮습니다. 당신은 오늘 하루 무척 힘들었습니다. 그러니 "처음인 듯 무너"져 그 자리에 그냥 가만히 앉아 쉬셔도 됩니다. 저도 이곳에 앉아 쉬겠습니다. "갈대와 억새"처럼 꼭 닮은 우리, 당신과 함께 사막 같은 하루를 또 건넜으니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고맙습니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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