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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마카오의 이상한 화폐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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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1대1대1.' 마카오에서 사용할 수 있는 3가지 화폐 마카오달러, 홍콩달러, 중국위안화의 실제 교환비율이다.


엄밀히 말하면 화폐가치는 서로 다르다. 우리돈 1000원이면 6.81파타카(마카오달러), 6.61홍콩달러, 5.81위안 정도를 바꿀 수 있으니 화폐가치는 위안화가 가장 높고 이어 홍콩달러, 마카오달러 순이다.

그런데 마카오 내 상점들에서 실제 적용되는 화폐 가치는 같다. 화폐 가치가 크게 차이 안나는 마카오달러와 홍콩달러는 오래 전부터 마카오에서 같은 가치로 통용돼 홍콩달러로 결제를 하면 잔돈은 마카오달러로 주는게 관례처럼 굳어졌지만 최근에는 위안화도 같은 가치로 환전이 이뤄지고 있다.


마카오의 많은 상점 계산대 앞에서는 마카오달러, 홍콩달러, 중국위안화가 같은 비율로 모두 지불될 수 있다는 안내문구를 쉽게 볼 수 있다. 손님이 위안화로 계산을 해도 잔돈은 마카오달러로 주는 식이다 보니 통화가치 차이에서 오는 환차익은 고스란히 상점 주인의 몫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그나마 카드 계산을 하면 은행 외환시스템을 따르기 때문에 이같은 거래에 따른 화폐가치 손실을 막을 수 있지만, 많은 소상공인들은 카드를 받지 않고 현금 또는 모바일 결제(위챗페이, 알리페이)만 허용하고 있다.


중국 정부도 이를 눈 감아 주는 분위기다. 마카오와 홍콩은 그동안 불법 환전이 만연하다 보니 중국의 자본 유출의 통로로 활용됐는데 모바일 결제 시스템이 정착되면서 자연스럽게 중국 정부가 자본의 이동을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마카오에서 통용되는 3가지 화폐의 교환가치가 이렇게 굳어지게 된 데에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 확대 영향이 크다. 중국에서는 현금과 카드 없이도 모든 생활이 불편함 없을 정도로 QR 코드만 스캔하면 자동으로 은행계좌에서 돈이 빠져 나가는 위챗페이와 알리페이가 보편화돼 있다.


위챗페이와 알리페이는 중국 본토를 넘어 마카오도 점령한 상황이다. 별도의 환전 없이 QR 코드만 스캔하면 중국 내에서 사용하던 위안화 계좌를 통해 지불이 가능하다는 편리성 때문에 많은 본토 중국인들마저 환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위안화 모바일 결제를 활용하고 있다.


통용되는 화폐가치가 같아지고 있다는 것은 홍콩은 물론 마카오 역시 중국 본토와의 경제통합이 빨라지고 있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지난해 10월 홍콩, 마카오, 광둥성을 잇는 세계 최장 해상대교 '강주아오대교'가 개통된 이후 지리적으로는 물론 경제적 통합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중국은 홍콩ㆍ마카오 특별행정구와 광동성 광저우ㆍ선전 등 9개 도시를 단일 경제권으로 묶는 '웨강아오대만구' 구축 작업을 추진 중인데 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핵심 정책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는 이달부터 53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광둥성에 144시간 무비자 정책을 실행, 중국 본토와 홍콩ㆍ마카오와의 연계 발전을 촉진하고 있다.


중국 본토와 홍콩ㆍ마카오 특별행정구의 경제통합은 자연스레 위안화 활용의 저변을 넓힘으로써 위안화의 국제화에도 탄력이 붙게 한다. 이는 중국 정부가 '도박 도시'인 마카오 끌어안기에 공을 들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3개의 서로 다른 통화가 같은 가치로 인정받는 마카오에서 혼란의 부작용은 분명히 존재한다.


마카오 토박이들 조차 저축을 할때 어떤 화폐로 할지를 고민하는 눈치다. 마카오달러가 아닌 홍콩달러, 또는 위안화 저축을 선호하는 마카오인들도 많아지고 있다. 여기에는 어쩌면 마카오달러가 더 이상 필요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웨강아오대만구' 구축과 함께 경제, 금융 통합을 추진하는 중국 정부가 이같은 부작용과 혼란을 어떻게 관리해 나갈지 주목된다.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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