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김재호의 생명이야기]<138> 장내 세균이 지켜주는 건강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큰창자에는 100조 개에 이르는 많은 세균이 살고 있다. 장내 세균(gut flora)이라 부르는 이들은 주로 박테리아인데, 종류는 1,000 가지, 무게는 1.5kg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몸의 세포보다 더 많은 세균이 큰창자 안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거나 걱정 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장내 세균들은 우리 몸의 면역기능과 신진대사를 도와주는 고마운 존재들이다.


우리 몸은 유익한 장내 세균과 밀접한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장내 세균은 주로 큰창자에서 대부분의 영양소가 흡수되고 남은 사실상의 찌꺼기와 식이섬유처럼 소화되지 않는 물질을 이용하여 살아간다. 이들이 살아가면서 만드는 물질들은 우리의 삶에 매우 소중한 것들이다. 장내 세균은 우리 몸의 일부는 아니지만, 사실상 장기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우리 몸은 유익한 장내 세균을 우호적으로 대우한다. 면역세포의 일종인 T세포는 세균은 물론, 암세포와 이식받은 장기를 포함하여 적으로 인식되는 모든 물질을 공격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유익한 장내 세균은 공격하지 않고 큰창자에서 살 수 있게 용인하고 있다. 유익한 장내 세균을 공격하지 않는 이유는 장에서 훈련받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2015년 사이언스지에 발표되었다.


유익한 장내 세균이 우리에게 제공해 주는 영양소는 비타민 B(B₁, B₂, B₁₂)와 비타민 K, 짧은 사슬 지방산(SCFA)이 있다. 식이섬유는 인간의 소화효소로는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소화되지 않은 채 큰창자까지 내려오는데, 유익한 장내 세균이 이를 분해하여 SCFA를 만든다. SCFA가 장에서 흡수되면 당뇨병과 동맥경화의 위험을 낮추고, 면역기능을 높여 준다(생명이야기 21편 참조).


장내 세균에는 패혈성 인두염을 일으키는 연쇄상구균과 요도염이나 설사를 일으키는 대장균과 같은 질병을 일으키는 해로운 세균도 있는데, 이들로부터 우리 몸을 지켜주는 것도 유익한 장내 세균의 고마운 기능이다. 창자벽을 차지하여 나쁜 세균이 자리잡을 여지를 줄이고, 이들을 몰아내거나 죽이는 물질을 만들며, 장내 림프조직에게 나쁜 세균의 침입을 막는 자연항체를 만들게 한다.

장내 세균의 전체 수는 사람들마다 비슷하지만, 세균의 구성은 매우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내 세균의 10~20% 정도는 개인차가 별로 없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세균은 사람마다 많이 다르다. 나이, 음식의 형태, 환경, 유전자, 먹는 약이 세균의 종류에 큰 영향을 준다. 장내 세균의 종류가 바뀌면 각자의 건강은 물론, 입맛이나 비만, 분위기, 뇌, 행동에도 많은 영향을 준다.


유익한 장내 세균의 적정한 비율이 무너지면 건강에 많은 문제가 생기는데, 문제는 소화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2형 당뇨병, 아토피 피부염, 염증성 장 질환, 과민성 대장 증후군, 비만, 대사 증후군, 심장 질환, 우울증, 자폐증, 대장암, 류마티스 관절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질병이 장내 세균의 불균형과 관련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장내 세균의 환경을 개선시키면 장내 세균의 구성이 개선되어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일반적으로 다양한 세균이 건강에 좋은데, 음식이 다양해지면 장내 세균도 다양해진다. 동물성 지방과 단백질이 많고, 식이섬유가 적은 서구식 식사는 장내 세균의 다양성을 약화시키는 반면에 다양한 채소와 과일, 곡식과 같은 식물성 음식을 통째로 많이 먹는 식사는 세균의 구성을 다양하게 만든다.


항생제는 질병을 일으킨 나쁜 세균뿐만 아니라 유익한 세균도 함께 죽이기 때문에 유익한 세균과 나쁜 세균 간 장내 불균형을 가져와 건강에 많은 문제를 일으키므로 가능하면 사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대변 촉진제나 섬유 보충제, 지속적인 설사, 스트레스, 대장 내시경 사전 준비 등으로도 장내 세균은 많이 죽는다는 사실도 기억해 두는 것이 좋다.


김재호 KB자산운용 상근감사위원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 K팝 최초 데뷔곡 빌보드 핫 100 진입

    #국내이슈

  •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원 벌지만 행복" '세상에 없는' 미모 뽑는다…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미인대회

    #해외이슈

  •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 황사 극심, 뿌연 도심

    #포토PICK

  • 매끈한 뒷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마지막 V10 내연기관 람보르기니…'우라칸STJ' 출시 게걸음 주행하고 제자리 도는 車, 국내 첫선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 용어]'법사위원장'이 뭐길래…여야 쟁탈전 개막 [뉴스속 용어]韓 출산율 쇼크 부른 ‘차일드 페널티’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