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에 부임한 이래 처음 확인한 것은 이 나라의 거시경제 지표였다. 2014년 유가 폭락과 서방의 러시아 재제에 따른 간접 영향으로 최근 5년간 카자흐스탄의 경제 지표는 암울 그 자체였다. 최근 상승한 환율은 경제 지표에 더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처음에는 통계가 잘못됐다고 생각했지만, 이는 잘못된 판단이었다. 카자흐인은 우리와 반대되는 소비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카자흐인은 '카르페디엠(현재를 즐기자)'을 모토로 불확실한 미래에 투자하기보다는 현재의 행복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매달 받는 수입의 대부분을 소비하고 자동차를 비롯한 TV, 휴대폰과 같은 공산품을 구매하는 비중이 높다. 특히 휴대폰, 자동차 등은 소득 수준에 비해 비싼 제품을 선택하는 편인데 돈이 부족하면 대출을 받아서라도 사는 사람이 많다.
여성의 경우 미용 제품을 많이 소비하는데 이 또한 소득 대비 과도한 지출임은 마찬가지다. 대졸 평균 초임이 480달러임을 감안할 때 평균 50~100달러씩 하는 화장품과 3만달러가 넘는 자동차를 과감히 구매하는 행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카자흐인 지인에게 이러한 소비 성향의 이유를 묻자, 그들은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혹은 '남들에게 존중받고 대접받기 위해' 경쟁적으로 구매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지난 반세기 동안 공산주의 국가였던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카자흐스탄은 이미 자본주의화돼 있다.
과도한 소비가 나쁘다고만은 볼 수 없다. 소비는 시장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이며, 때로는 경제에 활력을 준다. 우리 기업의 수출 기회로도 작용할 수 있다. 카자흐스탄은 비록 인구가 1900만명밖에 되지 않지만 소비 잠재력은 크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소비 문화가 뒷받침되면 말이다.
올해 카자흐스탄 경제는 4.0%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 카자흐스탄 간 교역량은 11월 기준 20억달러로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화장품이 수출품 톱 10 안에 포함된 것이 주목할 만하다. 카자흐스탄에 불고 있는 한류를 활용해 제품 인지도가 높은 한국의 화장품이나 미용품, 휴대폰, TV, 건강식품 등 시장 진출 기회로 삼아보는 것은 어떨까.
이선호 KOTRA 알마티무역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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