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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뮤직 Filmusic] 매트릭스-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 '웨이크업'

최종수정 2020.02.13 18:04 기사입력 2018.08.31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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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하는 기타와 랩 '불타는 록'

[필뮤직 Filmusic] 매트릭스-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 '웨이크업'

[아시아경제 임훈구 기자] 워쇼스키 형제가 감독한 '매트릭스(1999)'는 지난 세기말의 가장 논쟁적인 영화다. 플라톤의 이데아부터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까지 다양한 이론을 들이대고 목소리를 높이면 먹히는 바람에 매트릭스 시리즈가 발표될 때마다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중에서 가장 보편적인 해석은 신과 인간의 관계를 기계와 인간의 문제로 치환했다는 해석이다. 낮에는 컴퓨터 회사 직원으로, 밤에는 해커로 활동하는 네오가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이 아닌 또 다른 세상의 구세주가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영화는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달려간다. 난세의 영웅이 세상을 구원한다는 익숙한 스토리지만, 워쇼스키 형제는(지금은 자매지만 그땐 형제였다) 인간이 창조한 기계가 오히려 인간을 지배한다는 이야기를 통해 막연한 세기말적 불안을 새로운 스타일로 그려내(사실은 짜깁기 또는 패러디) 단숨에 21세기로 질주하는 영화의 미래를 선보였다. 이 영화가 특별한 또 다른 이유는 할리우드 영화 장르와 거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할리우드의 많은 SF 영화가 유토피아적 구원론과 디스토피아적 종말론 사이에서 교묘하게 해피엔딩을 설정하지만 매트릭스는 거대한 지배 시스템에 대한 혁명을 이야기한다.


키아누 리브스, 매트릭스(1999)

키아누 리브스, 매트릭스(1999)



영화의 마지막 장면. 매트릭스의 본질을 알게 된 네오가 전화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눈다. 매트릭스의 지배자를 상대로 세상이 바뀔 거라는 암시를 던지는 장면, 그때 'Wake Up!'이라는 격렬한 록 음악이 나온다. 마치 불을 뿜는 듯한 이 곡은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혁명적인 록 그룹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의 곡이다. 영국에서 일어났던 기계 파괴 운동 러다이트를 떠올리게 하는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은 1990년대 록 음악의 주류로 떠오르던 하드코어에 랩과 메탈을 뒤섞어 음악을 마치 무기처럼 연주했다. 기타리스트 톰 모렐로는 미국인 어머니와 케냐의 반외세 혁명단체 게릴라였던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독학으로 기타를 익히고 하버드에서 사회학을 전공했지만 새로운 음악을 찾아 LA로 이주해 그룹을 결성했다. 보컬리스트 잭 데라로차의 아버지는 벽화 운동을 하는 거리의 예술가였다. 부모의 이혼 후 본격적인 뮤지션의 길을 걷기 위해 모렐로와 의기투합한다.(선수는 선수를 알아본다!) 톰의 기타는 메탈 사운드의 관습적 솔로 연주에서 벗어나 리프를 다양하게 변주하며 다양한 증폭 장치를 통해 만들어낸 사운드를 기타 리프와 솔로 연주에 치밀하게 배치한다. 잭의 보컬은 랩의 산문성과 직설적 성격을 최대한 살려 흑인적인 랩에서 벗어난 샤우팅 랩을 구사한다. 분노에 가득 찬 그의 목소리에는 선율적인 요소가 거의 없다. 하드코어는 노골적인 가사와 음악의 극단적 성향을 의미한다. 음악이 메시지를 전달할 때 가장 강렬한 성향을 드러낸다. 모든 장르를 집어삼키며 음악적 특징을 극한까지 밀어붙인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거대한 인공지능(AI) 시스템에 맞서는 네오의 출정가와도 같은 음악으로 이보다 좋은 선택이 있을까.

임훈구 종합편집부장 stoo4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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