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제전은 독일의 영화감독 레니 리펜슈탈이 1936년 베를린올림픽을 소재로 제작한 영화 '올림피아(Olympia)'의 일부다. 올림피아는 '민족의 제전'과 '미의 제전' 두 부분으로 되어 있다. 뛰어난 기법과 완성도, 미학적 성취 등으로 영화사에 길이 남을 유산이라는 찬사와 나치의 선전물이라는 비판을 함께 받아왔다. 우리에게는 베를린올림픽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한 손기정과 남승룡의 경기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동영상 자료라는 점에서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지닌다.
올림피아는 1938년 4월 20일 아돌프 히틀러가 지켜보는 가운데 우파 팔라스트(UFA Palast)에서 공개되었다. 히틀러는 민족의 제전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리펜슈탈에게 "당신은 최고의 작품을 만들었다. 세계가 당신에게 찬사(감사)를 보낼 것"이라고 축하했다. 영화는 발표된 뒤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휩쓸었다. 1937~1938년 독일 영화상, 1938년 이탈리아 베네치아 비엔날레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극영화 부문 최고상을 받았다. 1956년 할리우드는 이 영화를 그 시대 10대 영화로 선정했다. 세계 언론의 찬사도 줄을 이었다.
올림피아는 리펜슈탈의 의도가 과도하게 개입돼 기록영화의 기준을 넘나들고, 당시 유럽인의 아시아 이미지를 반영한 면도 있다. 시상대에서 고개를 숙이고 일장기를 외면하는 손기정과 남승룡의 모습은 우리를 비감하게 만든다. 하지만 리펜슈탈은 그 장면에서 '동양의 신비'를 맛본다. 그에게 손기정과 남승룡은 망국의 한(恨)에 사무친 한국인이 아니라 애국심 충만한 일본인일 뿐이다. 리펜슈탈은 자서전(Memoiren)에 이렇게 썼다. "일본 선수들은 월계관을 쓴 머리를 숙이고 종교적인 희열(喜悅)에 빠진 것 같은 모습으로 자국의 국가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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