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란 여름철에 내리는 일반적인 비보다 훨씬 많은 양의 비를 뜻한다. 하지만 이 단어로도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비의 양상이 달라지자, '집중'이 추가되어 '집중호우'라는 말이 등장했다. '집중호우'는 '국지성 집중호우'로 치장되었고 또, '게릴라성 집중호우'라고도 부르게 되었다. 이는 최근 30년 동안에 이상기상 현상을 쫓아 달라진 단어들이다. '호우'라는 단어로도 충분히 표현할 수 있었던 30여 전의 여름은 사라지고, 현재는 '호우'에서 파생된 확장 단어를 전부 합쳐야 설명될 수 있는 여름이 되었다.
이에 기상청은 6월 1일부터 호우특보 기준을 변경 및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로 인해 국지성 집중호우나 폭염과 같은 이상기상 현상이 점점 가속화되면서 비순차성과 동시성을 짧은 시차 안에 보일만큼 이상기상 현상은 불규칙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올해는 작년에 경험하지 않았던 사전 이상기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봄에는 비가 자주 내려 아카시아 꽃 냄새를 맡은 적이 거의 없었고, 5월에는 지난 4월 상순에 계속된 저온 현상으로 인해 사과, 복숭아 등의 과수가 괴사하거나 조기 낙화하여 농가에 피해를 주었다. 또한 5월 중순에는 여름철 국지성이 강한 비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이 내려 봄과 여름 기후의 경계가 혼란스러운 양상을 띠었다.
그러나 이상기상 예보가 폭풍 속에서 높은 파도를 만난 돛단배 어부처럼, 태산준령 앞에 호미를 쥔 모습처럼 무모해보일지라도, 기상청은 방파제를 만들고 산을 옮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나무는 예상치 못한 한파와 폭염으로 섞여있는 계절을 이겨내며 나이테를 하나 더 긋는다. 기상청도 국민과 함께 이 흔들리는 여름을 헤쳐 나아가 단단한 나이테를 만들어 갈 것이다.
남재철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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