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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흔들리는 여름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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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시작될 때는 언제일까. 달력상으로는 6월, 기상학적으로 일 평균기온이 20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을 때가 여름의 시작이다. 올 여름은 기상학적으로 5월 하순부터 시작되었다. 여름의 인상은 매우 강렬해서 때로는 다른 계절과 시간을 잊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국민들에게 큰 피해를 준 작년의 청주 집중호우와 장마철 집중호우의 잔상만큼은 아직도 뚜렷하다.

'호우'란 여름철에 내리는 일반적인 비보다 훨씬 많은 양의 비를 뜻한다. 하지만 이 단어로도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비의 양상이 달라지자, '집중'이 추가되어 '집중호우'라는 말이 등장했다. '집중호우'는 '국지성 집중호우'로 치장되었고 또, '게릴라성 집중호우'라고도 부르게 되었다. 이는 최근 30년 동안에 이상기상 현상을 쫓아 달라진 단어들이다. '호우'라는 단어로도 충분히 표현할 수 있었던 30여 전의 여름은 사라지고, 현재는 '호우'에서 파생된 확장 단어를 전부 합쳐야 설명될 수 있는 여름이 되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상 현상이 심상치 않다. 특히, 2016년 여름에는 전례 없는 폭염으로 전국에 사회ㆍ경제적으로 광범위한 피해를 유발했다. 여름철 폭염은 존재 자체로도 우리에게 큰 영향과 피해를 끼치지만, 국지성 호우와 같은 이상기상 현상을 동반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기상학적으로 대기 중의 온도가 10도에서 20도로 상승할 경우, 대기의 습기량은 두 배 이상 증가하기 때문이다. 즉, 기온이 상승하면 온도가 오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바람, 강수량, 구름양, 일사 등과 연관되어 또 다른 자연현상을 일으킨다는 말이다.

이에 기상청은 6월 1일부터 호우특보 기준을 변경 및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로 인해 국지성 집중호우나 폭염과 같은 이상기상 현상이 점점 가속화되면서 비순차성과 동시성을 짧은 시차 안에 보일만큼 이상기상 현상은 불규칙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올해는 작년에 경험하지 않았던 사전 이상기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봄에는 비가 자주 내려 아카시아 꽃 냄새를 맡은 적이 거의 없었고, 5월에는 지난 4월 상순에 계속된 저온 현상으로 인해 사과, 복숭아 등의 과수가 괴사하거나 조기 낙화하여 농가에 피해를 주었다. 또한 5월 중순에는 여름철 국지성이 강한 비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이 내려 봄과 여름 기후의 경계가 혼란스러운 양상을 띠었다.
여름이 흔들리고 있다. 흔들리는 계절 속에서, 기상청은 출퇴근 거리의 버스나 전철처럼 국민들을 이 여름 안에서 안전하게 태우고 목적지에 내려주기 위해 '호우특보 기준 개선', '폭염영향예보 시행', '태풍예보 서비스 개선'과 같은 제도를 마련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버스나 전철이 정해진 길을 달리는 것과 다르게 자연은 보이는 길이 없다. 기상청은 그 길을 찾기 위해 과거의 경험과 과학을 동원하고 있으나, 그 길의 존재가 뚜렷하지 않으며 변화의 폭과 불확실성이 크다. 마치 현대과학의 양자역학처럼, 언제 어느 때든 무슨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다 나타나는 것은 아닌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상기상 예보가 폭풍 속에서 높은 파도를 만난 돛단배 어부처럼, 태산준령 앞에 호미를 쥔 모습처럼 무모해보일지라도, 기상청은 방파제를 만들고 산을 옮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나무는 예상치 못한 한파와 폭염으로 섞여있는 계절을 이겨내며 나이테를 하나 더 긋는다. 기상청도 국민과 함께 이 흔들리는 여름을 헤쳐 나아가 단단한 나이테를 만들어 갈 것이다.

남재철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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