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봉사의 개안(開眼)은 심청의 지극한 효성에 부처의 자비가 더해져 가능하였다. 맹인의 고통이 어떤지 성한 사람도 알았기에 고대(古代)의 인식은 그토록 가혹했으리. 예수 시대의 이스라엘도 예외 없었다. '요한복음'에는 예수가 '태어나면서부터 눈먼 사람'을 고쳐주는 장면이 나온다. 율법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고 믿는 바리사이 사람들은 예수가 기적을 안식일에 행하였으니 죄인이라고 소란을 피운다.
'하느님의 놀라운 일'은 현실에서 발견할 수 있다. 레이 찰스, 스티비 원더, 호세 펠리치아노 같은 대중음악 스타들과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를 보라. 1970년대의 명가수 이용복 씨도 시각장애인이다. 그는 여덟 살 때 사고로 시력을 잃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데뷔해 처음엔 장애인이란 점 때문에 주목받았지만 결국은 실력으로 일류 가수가 됐다. 기타 연주가 뛰어나 양희은 씨가 '아침 이슬'을 녹음할 때 반주를 맡기도 했다.
스티비 원더가 잠시라도 자녀의 얼굴을 보고 싶어 개안 수술을 받았지만 실패했다는 주장이 있다. 1999년 존스홉킨스 대학 연구진이 시력 회복과 관련된 기술을 개발했다는 소식을 듣고 스티비가 연락하기는 했다. 검사 결과 스티비는 시세포가 모두 상해 수술할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2005년 새 앨범을 발매하러 영국 런던에 갔다가 기자회견에 참석했을 때 "의사들을 만나긴 했지만 수술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삶과 역사를 바라보는 눈도 다르지 않다. 우리는 사흘 전 제주 4.3사건의 희생자들을 추모하였고, 오늘 전직 대통령에게 내려지는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법원 앞에 태극기가 꽃무리를 이루었다고 한다. 역사는 유대인의 신처럼 냉정하고 무자비하다. 그들의 신이 예고하였다. "가라지를 먼저 뽑아서 단으로 묶어 불에 태워버리게 하고 밀은 내 곳간에 거두어들이게 하겠다."
문화부 부국장 huhb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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