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근 유럽현지 우리 기업들에게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해 아주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벨기에 브뤼셀에서 한국의 방송통신위원회 이효성 위원장과 유럽연합의 정부격인 EU집행위원회의 베라 조로바 집행위원이 만나 한-EU간 개인정보 보호와 정보 이전에 대한 상호협력 강화를 골자로 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특히 이번 성명에서 눈여겨 볼 대목은 우리나라의 개인정보 보호 수준이 EU와 동등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EU 당국이 판정하는 소위 '적정성 평가'를 조속히 진행키로 양측이 합의했다는 사실이다. 양측이 발표한대로 EU 당국의 적정성 평가 승인이 조속히 이뤄진다면 우리 기업들이 까다로운 규제절차 없이 유럽 각국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자유롭게 이전하고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매우 뜻깊고 의미 있는 쾌거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일본에 비해 우수한 개인정보보호 제도와 사례, 운영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전 세계가 주시하는 개인정보보호 적정성 평가 경쟁에서 일본에 뒤지는 일이 없도록 정부와 기업이 잘 협력해 세심하게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유럽이 주도하고 있는 현재의 글로벌 개인정보보호 트렌드에서 한국이 중요한 정치·경제적 파트너로서의 입지를 강화함으로써 아시아 지역의 개인정보 보호를 선도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지금 유럽은 4차 산업혁명 시대로 경제 패러다임이 급속히 재편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EU 디지털단일시장(Digital Single Market) 구축을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다. 범EU 차원에서 법제와 인프라의 융합 및 확산 노력이 광범위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바로 개인정보의 수집, 관리 및 보호 이슈가 있다. 더욱이 유럽은 국가 권력에 의한 인권 침해와 개인정보 유린 등에 반감이 강하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엄격한 개인정보보호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심상비 한국무역협회 브뤼셀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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