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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포럼]"인류를 구하자(Save the Hu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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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 우리 스스로 구하기 위한 관심 기울일 때

[사이언스포럼]"인류를 구하자(Save the Hu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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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서대문자연사박물관 학예사] 지구에는 수많은 생물이 살고 있다. 밝혀진 것만 대략 170만 종이다. 과학자들은 밝혀지지 않은 생물까지 합하면 약 1300만 종에서 1400만 종이 지구상에 존재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모든 생물은 빛, 물, 온도와 같은 환경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지만 이 중에는 도저히 생물이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은 환경에서 사는 생물도 많다.

극지방에 사는 생물들은 추위에 적응하기 위해 코, 귀와 같은 신체 말단 부위의 면적을 줄임으로써 열 손실을 줄이는 쪽으로 진화했다. 반대로 사막에 사는 생물들은 수분의 손실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농축된 오줌을 배설한다든지 최대한 열을 방출하기 위해 지면으로부터 몸을 최대한 멀리 띄우는 것과 같은 생존전략을 쓴다. 사실 극지방과 사막은 그나마 양반이다. 제한적이긴 해도 생물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빛, 물, 공기 등이 제공되기 때문이다.
높은 압력에 빛 한줄기 들어오지 않는 심해에는 더욱 더 특이한 생물들이 많이 있다. 심해아귀 종류들 중에는 수컷의 크기가 겨우 몇 mm에 불과하여 평생 암컷에 기생하며 살아간다. 이는 짝과 먹이를 찾기 어려운 심해 환경에 수컷이 '소형화'와 '기생'으로 적응한 결과이다.

그 외에도 먹이를 놓칠세라 입만 비정상적으로 크게 발달한 장어류도 있고 심해등각류나 대왕오징어처럼 심해 거대화 현상을 보이는 생물도 있다. 그 뿐이랴. 도저히 생물이 살아갈 것 같지 않는 고온이나 저온, 고압, 고염분, 낮거나 높은 pH를 지닌 곳에서도 거뜬히 살아가는 생물들도 있다. 그 중 곰벌레라고 하는 완보동물은 몸 길이가 1㎜도 채 안되는 아주 작은 동물이지만 뛰어난 생존력을 가졌다. 동면 상태에서 약 120년간 살아있을 수 있으며, 완전히 탈수된 상태에서도 10년간 생존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인간보다 1000배 이상 방사능에 내성이 강하며 진공 상태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어떠한 형태로든 생물들이 이러한 환경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적응이라는 기작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며 살지 않는다. 뛰어난 두뇌로 척박한 환경을 개척하고 자연을 적극 이용하며 살아간다. 그것이 인간, 즉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옷도 포기하고 집도 포기하고 어떻게 살 수 있겠는가. 이러한 호모 사피엔스 한 종의 숫자가 70억이 넘는다. 그러니 인류의 과학과 문명이 발달할수록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은 필연적인 숙명일지도 모른다. 최근의 가파른 기온상승과 이산화탄소의 급증이 염려되는 것은, 이것이 인류의 적극적인 생산 활동 때문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김지현 학예사

김지현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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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과거 46억년 동안 지구의 기온은 끊임없이 변해왔고 기온이 온난한 현상은 수없이 많았다. 고생대, 중생대에는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현재보다 20배 높았고, 평균기온도 10도 더 높았던 것 같다. 그래서 지난 100년 동안 지구 평균기온이 0.74도 높아진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인지, 인간 때문인지에 대한 논란도 많다. 심지어 '지구온난화 음모론'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인간 때문이든 자연적인 현상이든, 분명한 사실은 지구의 평균기온이 짧은 시간에 급격히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고, 그에 따라 생물들은 서식지를 옮기거나 산란과 부화를 앞당기는 등의 행동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어떠한 대응도 하지 못하는 생물들은 가까운 미래에 사라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 같은 현상에 전 세계가 'Save the Earth'를 부르짖으며 지구 살리기 운동을 하고 있지만 'Save the Human'이 더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지구는 스스로를 구할 수 있다. 딱히 인간이란 종이 없었어도 40억 년 이상 존재해왔고 또 그만큼의 기간 동안 존재할 것이다. 눈앞에 닥친 환경 변화에 우리는 인간을 제외한 동식물들이 몸살을 앓고 있는 것처럼 걱정하지만, 정작 위기를 맞은 것은 지구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 '인간'인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우리의 명석한 두뇌가 필요할 때라고 본다. 언젠간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도 멸종하겠지만 우리 스스로를 구하기 위한 관심을 기울인다면 때를 조금 늦출 수 있지는 않을까. 김지현 서대문자연사박물관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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