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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삶터] 행복의 시작은 음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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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만이 아니라 유치원생을 대상으로도 차 교육을 하고 있다. 시작하기 전에 알고 있거나 마시고 있는 차에 대해 설문조사 한다. 누구에게는 커피도 차가 되고, 생강이나 옥수수도 차가 된다. 하물며 과일야채 주스도 차라고 손을 들어 말한다. 이 모든 것이 차가 된 세상이다.

먹는 재료는 존재의 꼴(형태)을 좌우한다. 내가 먹고 마시는 재료들이 내 몸의 세포와 뼈와 살과 피 등 수많은 질료들을 형성하고 에너지 상태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거듭되는 신진대사를 통해 나는 거듭 변해간다. 교육도 나를 변하게 하지만, 내 안으로 들어오는 이 물질들은 나와 직접 만나는 방식으로 나를 바꾸어 놓는다.
굳이 참선이 아닐지라도 내 정신의 주소를 알고 싶으면, 내가 먹고 마시는 음식을 살피면 된다. 그리고 의복과 주거 패턴을 보면 될 일이다. 일상의 모습을 거울에 비추듯 보면 내 몸과 마음을 조절할 수도 있다는 것인데, 이런 관찰법은 오래된 이야기이다. 일기를 쓰듯 먹은 음식을 살피는 것이다. 내 몸에 들어온 것과 나가는 것을 기록 정리하다 보면 나다운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음식 패턴은 시대마다 달라진다. 특히 소득에 따라 일정한 추이를 띠게 마련이다. 소득이 1만 불과 2만달러, 3만달러로 이행하는 각 단계에서 음식의 위상은 달리한다. '배만 부르면 되던 시기'에는 자연과 문화를 고려하지 않았다. '함께 배 부르자'는 시대로 들어서면서 환경과 더불어 웰빙이나 힐링과 같은 건강 이데올로기도 등장한다.
앞뒤의 이 흐름들은 서로 섞이게 마련이다. 그러면서 흘러흘러 새로운 시대를 향해간다. 그 시대로 가는 길은 아마도 균형과 안정이라는 이정표를 갖게 될 것이다. 사람답게 살겠다는 주제는 어느 시기나 있었지만, 이제는 무엇보다 각자의 몸에 기초한 개성이 강조된다.

나다운 나를 찾아가는 시대! 그러면서 ‘나홀로 가구’가 늘어나고, 혼밥이나 혼술 등의 개별화된 패턴도 유행한다. 빛과 그림자가 공존하는 셈이다. 안정으로 가는 길에 공존과 개별적 생존이 함께 있다. 개성이 혼선인 듯 혼선 아닌 모양새를 띤다.
여기서 다시 나누는 질문! 유치원생과 직장인을 불문하고 받는 질문이 있다. 우리나라 차는 뭐가 있어요? 음료에도 빛과 그림자가 함께한다. 커피와 탄산음료를 숭늉처럼 마시는 시대에, 우리(나라)의 차를 이야기한다.

서울에만도 2만 개에 가까운 카페. 이곳에서 만나는 메뉴는 크게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커피와 티, 그리고 주스를 중심으로 분류가 되어 있다. 상품을 분류하는 것도 권력이다. 소비자의 선택을 좌우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작동한다. 커피가 1번 자리에 있는 것은 당연(?)하다.

차와 관련된 메뉴는 홍차가 중심이고, 대개는 블렌딩 계열이다. 이른바 유럽식 블렌딩 홍차가 주 메뉴를 구성하고 있다. 이것도 당연하다. 세계 차 소비의 70%가 홍차인 것도 당연하다. 아편전쟁 이후 유럽문화가 세계를 주도하면서 유럽의 차가 세계 시장을 석권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산업혁명을 주도했고, 그에 맞는 의식주를 산업과 문화로서 세계화했다.

음료는 음식과 짝이다. 패스트푸드 문화에 어울리는 음료는 탄산음료나 커피이지, 오리지널 차가 아니다. 전통사회에서 녹차를 중심으로 했던 차 패턴은 현재의 복잡한 음식패턴과 어울리지 못한다. 개성을 쫓고 개방을 따르면서 음식 패턴은 갈수록 복잡해졌다. 복잡한 음식 패턴을 정리해줄 수 있는 ‘우리의 음료’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탄산음료의 성장률이 처음으로 10% 이하로 떨어졌다는 몇 년 전 뉴스는 기존 음료에 대한 반응이자, 기존 음식에 대한 반응이기도 하다. 나를 있게 하고, 나의 정신을 채워주는 음식에 대한 고민이다. 마찬가지로 음료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다.

나다운 나를 다시하기 위한 흐름은 생활의 혁명을 동반하지 않으면 안 된다. 행복은 물질적인 것과 이상이 공존할 때 가능하다. 복잡하고 정체불명의 음식과 어울렸던 음료가 있었다. 음식 소재 사이에는 중화로, 음식에 대한 내 기관에게는 소화로 그리고 사람 사이에는 조화라는 코드로 있었다. 그를 ‘오래된 미래’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가 바로 ‘차’라는 음료다.

서해진 한국차문화협동조합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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