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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포럼] 과학혁명과 세대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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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주장한 책인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를 출판한 것은 1543년이었다. '과학혁명'이 코페르니쿠스부터 시작된 것은 분명하지만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발표하자마자 바로 혁명적인 일들이 벌어진 것은 아니다. 코페르니쿠스는 책이 출판된 해에 70세의 나이로 사망했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믿음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코페르니쿠스는 태양의 주위를 도는 행성들의 운동을 타원운동이 아니라 원운동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1500년 전 프톨레마이오스가 체계화한 천동설에 비해 행성들의 운동을 더 정확하게 설명하지도 못했다.
[사이언스 포럼] 과학혁명과 세대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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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출신의 사제 조르다노 브루노는 지구가 다른 행성과 마찬가지로 태양의 주위를 돌고 있다는 주장에 그치지 않고, 밤하늘의 별들도 또 다른 태양으로 지구와 같은 행성을 거느리고 있으며 그곳에도 지구와 같이 생명이 숨 쉬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의 주장들은 현재 명확하게 밝혀진 과학적인 사실이며 마지막 주장도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믿고 있다. 하지만 조르다노 브루노는 8년이나 감옥에 갇혀 있다가 종교재판을 받고 화형에 처해졌다. 이때가 코페르니쿠스의 책이 출판된 지 50년도 더 지난 1600년이었다.

불과 10년 뒤인 1610년에 이탈리아에서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자신이 만든 망원경으로 목성 주위를 도는 위성 4개를 발견했다. 모든 천체는 지구를 중심으로 돌아야 한다는 지구 중심의 관점에 맞지 않는 현상이었다. 그리고 같은 해에 금성의 모양이 달처럼 변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천동설로는 도저히 설명될 수 없는 현상이었다. 하지만 사실보다는 자신의 믿음이 더 중요했던 사람들은 갈릴레오의 망원경을 들여다보는 것마저도 거부했다.
갈릴레오와 동시대를 살았던 독일의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는 1609년부터 1621년 사이에 행성의 궤도가 원이 아니라 타원이라는 내용을 포함하는 3개의 행성 운동의 법칙을 발표했다. 케플러의 이론은 코페르니쿠스의 이론을 한층 발전시킨 것으로 행성들의 운동을 아주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케플러는 종교박해와 싸우며 각지를 전전하다가 1630년에 빈곤 속에서 세상을 떠났다.

갈릴레오는 1632년에 지동설을 지지하는 '프톨레마이오스와 코페르니쿠스의 두 세계체계에 관한 대화'라는 책을 출판하여 상당한 대중적인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힘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1633년에 갈릴레오를 종교재판에 회부하였고, 종신 감금과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관점을 포기할 것을 선고하였다. 1642년 갈릴레오가 사망할 때까지 감금은 풀리지 않았다.

아이작 뉴턴은 갈릴레오가 사망한 1642년에 영국에서 태어났다. 코페르니쿠스의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가 출판된 지 99년째가 되는 해였다. 뉴턴은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케플러를 포함한 선배 과학자들의 연구를 종합하여, 지구를 비롯한 행성들이 태양 주위를 돌게 하는 힘이 '중력'이라는 것을 밝혔고, 이런 내용이 1687년 '프린키피아'로 출판되면서 과학혁명이 완성되었다.
그럼 조르다노 브루노를 화형 시키고 갈릴레오를 종교재판에 회부했던 그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간단하다. 상당히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해 볼 때 모든 사람에게는 생물학적인 수명이라는 것이 있다. 사람은 도민준이나 도깨비처럼 수백 년을 살지 못한다.

물론 그 사람들도 자신의 믿음을 다음 세대에까지 이어가게 하려고 노력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시도가 잘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잘 알고 있다. 부모님들이 이상한 이야기를 메시지로 받고 이상한 집회에 나간다고 투덜거리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꽤 보았을 것이다.

과학혁명이 완성되는 데에는 100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2000년이 넘는 믿음을 바꾸는 시간으로 보면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일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구세대는 퇴장하고 새로운 세대가 등장했다. 과학혁명은 새로운 세대의 등장으로 완성된 것이다. 과학은 그 자체로 진실이 아니라 진실을 찾아가려는 노력의 과정이다.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과학이 등장할 수도 있고 그것이 어떤 모습일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지동설이 다시 천동설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혁명의 가장 큰 성과는 승리의 경험을 가진 새로운 세대를 탄생시켰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패배와 절망에 익숙해진 이전 세대와는 분명히 다른 세대일 것이다. 승리의 경험을 가진 새로운 세대에 의해 우리의 혁명이 완성되기를 기대한다.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그 세대의 일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강환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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