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국가 7개국 국민들의 비자발급과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으로 세상을 흔들었고 미국의 이웃인 멕시코와 캐나다를 시발로 중국과 일본, 독일, 호주 등에 돌아가면서 거친 말로 으름장을 놓았다. 미국이 내세웠던 전통과 가치도, 우방도, 동맹국이라는 고리도 결코 '트럼프의 가치'를 넘어설 수 없다는 분명한 신호였다.
덩치 큰 악동이 골목을 휘젓고 다니면 동네 아이들은 긴장하게 마련이다. 여기저기 찌르고 건드려보던 악동이 나에게 눈을 찡긋하며 눈웃음을 쳤다고 하자.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웃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무언가 찜찜하고 불안하다. 한국이 지금 그런 형국이다.
중국과 일본을 콕 집어 "그들이 수년간 무슨 짓을 해왔는지 보라"며 "환율로 금융시장을 조작했고 우리는 바보처럼 지켜보고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트럼프다. 그런 그가 지금까지 한국에 대해서는 입을 떼지 않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주 한국정부에 압력을 넣는 대신 삼성에 묘한 트윗을 날렸다. "생큐 삼성, 당신과 함께하고 싶어요." '삼성전자가 미국에 공장을 지을 수도 있다'는 온라인매체 악시오스의 기사에 소감을 올린 것이다. 흡사 사랑 고백같은, 트럼프답지 않은 어투의 트위터에 난감해진 곳은 삼성이었다. 발표하지도, 확정되지도 않은 내용을 트럼프가 기정사실화한 꼴이 됐기 때문이다. 속은 뻔하다. 트위터 한 줄로 간단히 삼성에 미국 공장 설립을 압박한 것이다. 벌써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트럼프의 압력에 무릎을 꿇고 줄줄이 공장 건설과 투자, 해외 공장의 미국 이전을 공표했다.
트럼프가 아직 한국을 입에 올리지는 않았지만, 한국 경제는 이미 트럼프 쇼크의 영향권에 들어갔다. 요동치는 환율이 그 상징이다. 오는 4월 환율조작국 지정을 앞두고 이런 저런 예측과 우려가 오간다. 오랫만에 두자리 수를 기록한 지난 달 수출증가율도 마냥 기뻐할 수는 없다. 트럼프가 구축하는 견고한 무역장벽의 여파가 세계경제를 어떻게 흔들어 놓을지,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에 어느 정도의 충격파를 던질지 가늠키 어렵다.
한미FTA나 방위비 분담금, 환율 등을 놓고 트럼프가 '생큐, 코리아!'하면서 압박의 트윗을 날릴 때, 우리는, 대행 정부와 대선에 들뜬 정치권은, 제대로 응답할 준비가 돼 있는가.
박명훈 전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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