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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학칼럼] 최상의 미는 자연미-황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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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에 피어난 꽃보다 아름다운 조화(造花)를 만들 수 있을까.
눈으로 보는 자연의 신비를 능가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생음악보다 감동적인 소리를 들려주는 음반을 제작할 수 있을까.

인공지능을 앞세운 최첨단 과학 기술로 '호모 사이보그'를 예측하는 시대지만 완전함을 추구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대체할 인공미(人工美)를 만들기는 힘들다. 그저 자연미에 가까워지려고 노력할 뿐이다.
세계화와 더불어 무한경쟁 시대가 열리면서 우리 사회에서 외모가 경쟁력으로 받아들여진 지도 20년은 된 듯하다. 젊음은 아름답다. 미를 추구하다 보면 동안 외모를 갖고 싶다는 열망도 커지기 마련이다. 아름다운 젊음을 원하는 욕망의 숫자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대한민국은 미용 시술, 성형 수술의 천국이 되었다. 실제 2011년 공정거래위원회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형수술 시장 규모는 전세계의 4분의 1을 차지하며 인구 대비 성형 수술 건수는 세계 1위다.

이런 사회상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지난 14일,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3차 청문회에서는 대통령의 미용 시술에 관한 이슈가 집중적으로 도마에 올랐다. 대통령의 외모는 국가의 얼굴이다. 따라서 대내외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심는 데 보탬이 된다면 대통령도 미용 시술을 받을 수 있다. 단 공식적인 의료시스템을 통해 의학적으로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대통령의 건강은 국가안보와 직결되며 2급 '국가 기밀'로 분류될 정도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2005년, 고 노무현대통령은 노화로 눈꺼풀이 처지면서 시야가 좁아지고 눈뜨기조차 불편해지자 당시 주치의였던 서울의대 내과 송인성교수와 상담했다. 송교수는 즉시 대통령 자문의인 성형외과 김석화교수에게 의뢰해 대통령의 늘어진 피부를 제거하는 상안검성형수술을 시술했다. 반면 박대통령은 주치의가 "한 번도 대통령을 직접 진료한 적이 없다"고 밝힐 정도로 취임 이후 자신의 건강을 줄곧 비선 의료진에게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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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적 측면에서 볼 때 청문회에서 확인된 비선 치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치료가 대통령에게 지속적으로 행해졌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태반주사만 해도 아직까지 제조사가 주사제에 함유된 성분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또 원료로 사용되는 태반의 출처도 알 수 없다. 각종 감염성 질환이나 면역 반응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못하는 이유다. 당연히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유명 대학병원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자문의였던 김상만씨가 대통령에게 처방했다는 백옥주사는 애초에 시스플라틴이라는 항암제 치료를 받는 환자가 신경성 질환을 앓을 때 사용할 목적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허가해 준 약이다. 그런데 일부 의사를 중심으로 이 약이 피부를 희게 해 준다는 주장을 하며 미백 주사로 사용하는 사례가 생겼고 미국 FDA는 주사 남용의 위험성에 대해 공식적으로 여러 번 경고한 바 있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인해 좋은 약과 치료에 대한 정보는 실시간으로 전세계인이 공유한다. 따라서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명약이나 비방은 없다. 만일 태반주사나 백옥주사가 정말 좋은 약이라면 영국 왕실이나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 부부가 건강과 미용을 위해 즐겨 쓸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그런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대통령이 입가 주름 등을 교정할 목적으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필러도 멍ㆍ부종ㆍ알레르기 반응ㆍ감염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며 매우 드물지만 피부가 썩거나 실명 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비선 치료를 단순하게 대통령의 '여성으로서의 사생활'로 간주하기 힘든 이유다.

미용 시술이나 성형 수술은 결코 동안 미녀(미남)를 탄생시키는 비책이 아니며 그저 국소적인 단점을 보완시켜 주는 '개선책'에 불과하다. 또 미용 시술의 궁극적인 목적은 좋은 인상을 얻는 데 있다. 따라서 시술 후 얼굴 전체에서 '자연스러움'과 '조화로운 분위기'가 우러나와야 한다. 하지만 필러나 보톡스로 일부 주름을 교정했을 경우, 증명 사진을 찍듯 '정적(靜的)'인 상태에서는 얼핏 젊어진 듯 보이나 웃거나 말을 하는 동적(動的)인 상황에선 주름은 없어졌지만 인상 자체는 어색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동안 이미지는 미소 띤 얼굴ㆍ자연스러운 화장ㆍ풍성한 헤어스타일 등이 조화를 이뤄 시너지 효과를 낼 때 나타날 수 있다.

노화는 인간이 자연스레 맞이해야 할 숙명이다. 이를 거부한 채 인위적인 젊음만을 추구하고 집착한다면 인격이 미숙한 사람으로 봐야 한다. 좋은 인상은 노화를 인정하면서 나이에 걸맞는 언행으로 내적인 아름다움을 채워 나가는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황세희 국립의료원 공공보건연구소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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