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은 제조업과 ICT의 융복합이라는 방향이 분명히 나와 있고, 정부와 기업들도 그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은 좀 덜하다. 그래서 당장 염려하는 부분은 구조조정이다. 큰 그림이 없는 것 같아 더욱 그렇다. 지금까지 나온 것이라곤 정부와 한국은행, 국책은행이 총 12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하고 이를 통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자본금을 확충해 줌으로써 기업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한다는 게 거의 전부다. 채권은행단이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3사의 자구계획안을 받고, 법원이 STX조선의 법정관리를 결정한 것도 나름 큰 진전이다. 또 부총리 주재의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가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는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하도록 한 것도 있기는 하다.
중국이 무섭게 추격하고 있는 다른 중후 장대 산업은 어떻게 할 것인가. 나오는 얘기는 별로 없다. 자동차 산업만 봐도 그렇다. 애플과 구글에 이어 제너럴모터스(GM)가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에 뛰어들었다. 미국의 테슬라는 고급 전기차로 돌풍을 일으킨 데 이어 3만달러대 자동차를 내놓겠다고 공언하는 등 전기자동차 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기존 자동차 업계의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한 셈이다. 테슬라의 전기차는 움직이는 컴퓨터라는 말이 손색이 없을 정도여서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다. 테슬라 전기자동차는 자동차 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의 방아쇠를 당겼다는 평을 들을 자격이 충분하다.
전기자동차는 에너지 혁명도 불러 올 것이다. 전기차가 대중화한다면 화석연료 가격이 급락하고 석유카르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패권은 전기자동차를 생산하는 기업과 국가로 이전될 것이다. 전기자동차는 온실가스도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 2100년까지 탈탄소를 선언한 주요 7개국(G7) 정책방향과도 맞다. 네덜란드는 이미 2025년에는 전기차만 판매할 수 있도록 방침을 정해놓았다. 이런 세계 조류 때문에 한국이 전기차 개발과 충전 인프라 구축 등 전기차 시대에 대비하지 않으면 기업도 나라도 미래는 없다는 섬뜩한 경고마저 나와 있다.
박희준 논설위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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