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놀라유는 추석이나 설날에 받는 선물세트를 열어보면 종종 들어 있는 식용유이다. 발화점이 높아 튀김에 많이 쓰이는 이 기름은 제주도를 상징하는 유채에서 나는 것이니, 이름은 생소해도 새로운 것은 아니다. 유채(油菜)는 씨앗의 40∼50%가 기름인, 그야말로 기름 채소이다. 그런데 이 기름은 아쉽게도 맛이 쓰고 살충제로도 쓸 정도로 독성이 있다. 그 독성물질 중에 에루스산(erucic acid)은 영화로도 유명한 로렌조 오일에 들어간다고 한다. 이렇게 유채기름은 본래 식용이 아니라 공업용으로 쓰였다. (그래서 제주도에서도 유채꿀을 채취하는 외에는 주로 줄기가 올라와 꽃이 피기 전에 나물로 먹었던 것이다.)
그런데 유럽에도 이 기름이 있고, 식용유로 쓰인다. 그것도 중국이나 캐나다, 인도와 비교해도 생산량이 많아 세계 제일이다. 유전자 조작 농작물은 유럽연합이 철저하게 규제를 하고, 유럽연합으로 농산물을 수출하는 주변국가도 마찬가지인데도 말이다. 유전자 조작 규제를 극복하기 위해 종자개량을 했기 때문이다. 독일의 유채 경작 관련자들이 꾸준히 독성물질을 줄여서 1970년대에 2% 이하, 80년대에는 0.1% 이하로 낮췄다. 이제는 콩기름 다음으로 많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고급 식용유가 된 것이다. 독일 슈퍼마켓에서라면 'Rapsol'이라는 표시가 붙은 기름을 사면 된다.
이것이 유럽과 북미의 거리, 규제와 탈규제의 차이다. 한쪽은 규제를 통한 육종기술의 발달 덕분에 고급 식용유를 얻었다면, 다른 쪽은 탈규제로 인해 선물로 받기도 찜찜한 유전자 조작 기름을 식당에서는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우리가 받는 선물은 유감스럽게도 카놀라유지 'Rapsol'이 아니다.
경제적 부가가치는 시장에서 창출된다. 그것이 신소재이든, 신시장이든, 제조 및 유통, 판매의 노하우이든, 새로운 것은 경쟁을 통해 발견된다. 이것이 경제학자 하이에크가 말한 '경쟁을 통한 발전'이다. 그 경쟁이 사회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도록, 필요하다면 축적의 시간을 갖도록, 창조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창조경제는 시장에 맡기고 말이다.
김환학 서울대 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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