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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아침]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루이 16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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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이여, 나는 억울하게 죽는다."

1793년 오늘. 오전 10시가 막 지나는 시각. 루이 16세는 콩코드 광장에 몰려든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외쳤습니다. 그러나 성난 군중들 귀에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잠시 후 기요틴에 잘려진 그의 머리가 사람들 앞에 들려졌습니다.
백재현 뉴미디어본부장

백재현 뉴미디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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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프랑스의 절대왕정은 끝이 났지만 이후 정치는 더욱 불안하고 피비린내 나는 혁명의 소용돌이는 걷잡을 수 없이 휘몰아 칩니다. 그를 단두대에 세웠던 사람들도 같은 신세가 됐습니다. 10년 남짓 후인 1804년나폴레옹 1세라는 인물이 황제에 오르리라는 것을 예견한 사람도 물론 아무도 없었습니다.

새로운 세력으로 성장한 부르주아와 궁핍한 삶에 시달린 농민들의 신음은 날로 높아만 가는데 왕족과 귀족, 승려들은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여전히 사치스럽게 살며 군림하려 들었습니다. 결국 불만의 물꼬는 터지고 말았던 것입니다. ‘혁명(레볼루시옹.Revolution)’이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도도한 흐름이란 뜻입니다.

루이 16세는 참 좋지 않을 시기에 왕이 됐습니다. 프랑스 절대 왕정의 모순은 이미 루이 14세 때 잉태되어 깊이 곪아가고 있었습니다. 계급 간 갈등이 심해지고 있었고 잇단 전쟁으로 재정은 고갈돼 있었습니다. 게다가 자신의 통치 시절에는 자연재해로 식량 생산마저 줄어드는 불운을 겪어야 했습니다.
즉위한 루이 16세는 귀족들의 심각한 사치와 재정의 고갈에 대한 위기를 느끼고 개혁을 추진하지만 특권층들의 저항으로 실패하고 맙니다. 이에 ‘삼부회’ 소집으로 귀족들에 대응한 것 까지는 좋았으나 그는 국민들을 통치하겠다는 생각마저 버리지는 못했습니다. 국민들이 자신의 권위에 도전한다고 생각하자 군대를 동원해 진압하려 하고 결국 바스티유 감옥 습격 사건으로 혁명의 도화선에 스스로 불을 붙이고 맙니다. 결국 그는 개혁하려는 귀족으로부터도, 평민들로부터도 적으로 몰리게 됐습니다.

루이 16세는 결핵으로 부모를 모두 잃고15세에 한 살 아래인 오스트리아의 공주 마리 앙투아네트와 정략 결혼을 하지만 자물쇠 조립하기가 취미인 소심하고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부인과의 성생활에도 문제가 많았고 이는 복잡한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앙투아네트의 사치는 미안한 마음의 루이 16세의 묵인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결국 그는 39세의 젊은 나이로 역사의 수레바퀴에 깔리고 말았습니다. 같은 해 10월 부인도 기요틴의 이슬로 사라졌습니다.

루이 16세가 더 강력한 인물이었다면 프랑스 혁명은 좀 더 미뤄졌을지 모르겠지요. 그가 결정적인 순간마다 더 현명하게 판단했더라면 목숨을 잃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입헌군주제로 마무리되었을는지도 모릅니다. 영국처럼 말이죠.





백재현 뉴미디어본부장 itbri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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