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은 지난 19일 상임감사에 안홍렬 변호사를 선임했다. 그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제17대 대선 박근혜 경선후보 서울 선대본부장을 지냈다. 서부발전과 중부발전에는 역시 친박 인사로 분류되는 이송규 전 대한기술사회 회장, 구자훈 파미힐스컨트리클럽 공동대표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석탄공사, 농어촌공사 등 현재 상임감사 선임 절차를 밟고 있는 10여개 공기관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며칠 전에는 현 부총리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개혁에 소극적인 기관장들을 불러 호되게 꾸짖었다. 내년 1월엔 박 대통령이 공공기관장들을 소집할 예정이다. 내년 3분기 말엔 중간평가도 실시한다. 사업축소, 복지감축 등 개선작업이 미흡할 경우 해당 기관장을 임기와 상관없이 해임할 방침이다. 이전 정부와는 다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실상은 어떤가. 개혁을 말하면서 '방만경영'과 '과도한 복지'의 원인으로 지적돼 온 낙하산은 계속 내려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정상화 대책에서 국책사업 떠넘기기 등 정부가 책임져야 할 부분을 슬그머니 피해간 건 낙하산에 비하면 별 것 아닐 수도 있다. 기관장에 더해 방만경영을 감시해야 할 상임감사까지 낙하산을 내려 보내면서 개혁을 말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애당초 개혁은 물 건너갔다는 소리가 나온다.
이처럼 비정상적인 일이 가능했던 것은 다른 무엇보다 '낙하산 인사' 탓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낙하산 경영진이 개혁에 나서기는커녕 노조 반발을 달래려 처우를 높여주는 뒷거래를 하고 노조는 낙하산을 반대하는 양하면서 야금야금 이득을 챙긴 야합의 결과다. 노사가 한통속이 돼 부실을 키워 온 것이다. 역대 정권마다 철도 개혁을 시도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낙하산을 내려 보낸 당연한 귀결이다.
박 대통령은 철도노조 파업을 두고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가면 우리 경제 사회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원칙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원칙에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전 정권의 낙하산 출신을 내뽷으려 '낙하산은 없다'고 하고는, 뽷아 낸 빈자리에 내 사람을 내려 보내는 걸 뭐라 해야하나. 남이 하면 낙하산이고 내가 하면 '국정철학 공유'라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어경선 논설위원 euh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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