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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경선 칼럼]'서청원 역할론' 黨·靑·野의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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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청원 전 친박연대 대표가 여의도에 돌아왔다. 서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도타운 신임을 받는 친박 원로다. 국회의원 7선의 경륜에 더해 '6ㆍ3 세대', 상도동계 출신으로 여권 인사들뿐 아니라 동교동계를 비롯한 야권 정치인들과의 관계도 돈독한 편이다. 여의도 정가엔 서 의원이 이런 정치적 자산을 바탕으로 당청 간 가교역할을 하고 야당과도 소통에 나서 막힌 정국을 풀 수 있기를 바라는 기류가 흐르고 있다. '서청원 역할론'이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정치'와 일정거리를 두고 있는 상황에서 서 의원이 '정치와의 접점'을 찾는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는 눈치다. 현 새누리당 지도부가 무기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경제살리기와 민생관련 입법 지연으로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국정원 댓글 의혹 공방에 휘말려 야당에 끌려 다니고만 있다는 불만이 크다. 서 의원이 당의 중심을 잡아 당정청 협력을 보다 강화하는 한편 야권의 정치적 공세도 막아달라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사정이 좀 다르다. 당내엔 황우여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청와대에 끌려 다닌다는 불평의 소리가 적지 않다. 서 의원이 청와대의 일방독주식 당청 관계에 균형점을 찾도록 '할 말은 하는' 소신을 펼쳐줄 것으로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 다만 서 의원이 정치적 보폭을 넓히려 할 경우 현 체제를 유지하려는 주류 친박과 김무성 의원 등 당권을 노리는 세력과의 '힘겨루기'가 불가피하다는 점은 변수다. 자칫 계파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어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서 의원이 불통의 청와대와 야당의 중간에서 꼬인 정국을 풀어 줄 소통 창구역할을 해주길 희망한다. 공개적으로 '서 의원과 가까운 친구'라고 밝힌 박지원 의원의 말이 민주당 분위기를 대변한다. 박 의원은 "현재 박 대통령이 혼자 모두 결정하는 1인 지배 체제라 아무도 직언을 못하고 있는 데 서 의원은 직언을 할 만한 사람"이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의회주의자' 서 의원이 소신을 갖고 정치복원에 나서달라는 바람이다.

청와대와 여당, 야당이 정국 현실 인식 차에 따라 서 의원에게 바라는 역할이 각각인 셈이다. 그래서인가. 동상이몽, 서 의원 역할론에 대한 회의론도 있다. 청와대가 바라는 바는 서 의원이 새누리당을 확실한 박 대통령의 친위조직으로 만드는 데 앞장서 달라는 것이고, 박 대통령과 변치 않는 '우정'과 '의리'로 뭉친 서 의원은 그 바람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서 의원 역할론의 실체는 사실상 하나, 청와대의 의중을 따르는 것일 뿐이라는 얘기다.
회의론자들은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의 말을 단적인 예로 든다. 홍 총장은 지난 1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서 의원은 적극적으로 새누리당이 잘하고 청와대와 화합할 수 있도록 치어리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치어리더가 박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고 다른 일을 도모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민주당도 내심으론 서 의원이 청와대에 직언을 하는 소신을 펼치길 기대한다. 하지만 결국엔 '박 대통령의 올드보이 호위무사'가 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당사자인 서 의원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서 의원은 당선 직후 "박근혜정부가 성공하도록 버팀목이 되고 울타리가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당대표나 국회의장에 나설 것이냐'는 물음엔 "욕심 없는 사람"이라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서 의원의 측근 노철래 의원은 '새로운 리더십, 큰 틀의 정치'를 거론하며 "정치적인 역할을 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서 의원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서 의원이 박 대통령에 대한 일심으로 치어리더로 남을지, 큰 틀의 정치를 펼칠 새로운 리더의 길을 택할지 두고 볼 일이다.





어경선 논설위원 euh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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