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정치'와 일정거리를 두고 있는 상황에서 서 의원이 '정치와의 접점'을 찾는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는 눈치다. 현 새누리당 지도부가 무기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경제살리기와 민생관련 입법 지연으로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국정원 댓글 의혹 공방에 휘말려 야당에 끌려 다니고만 있다는 불만이 크다. 서 의원이 당의 중심을 잡아 당정청 협력을 보다 강화하는 한편 야권의 정치적 공세도 막아달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서 의원이 불통의 청와대와 야당의 중간에서 꼬인 정국을 풀어 줄 소통 창구역할을 해주길 희망한다. 공개적으로 '서 의원과 가까운 친구'라고 밝힌 박지원 의원의 말이 민주당 분위기를 대변한다. 박 의원은 "현재 박 대통령이 혼자 모두 결정하는 1인 지배 체제라 아무도 직언을 못하고 있는 데 서 의원은 직언을 할 만한 사람"이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의회주의자' 서 의원이 소신을 갖고 정치복원에 나서달라는 바람이다.
청와대와 여당, 야당이 정국 현실 인식 차에 따라 서 의원에게 바라는 역할이 각각인 셈이다. 그래서인가. 동상이몽, 서 의원 역할론에 대한 회의론도 있다. 청와대가 바라는 바는 서 의원이 새누리당을 확실한 박 대통령의 친위조직으로 만드는 데 앞장서 달라는 것이고, 박 대통령과 변치 않는 '우정'과 '의리'로 뭉친 서 의원은 그 바람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서 의원 역할론의 실체는 사실상 하나, 청와대의 의중을 따르는 것일 뿐이라는 얘기다.
당사자인 서 의원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서 의원은 당선 직후 "박근혜정부가 성공하도록 버팀목이 되고 울타리가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당대표나 국회의장에 나설 것이냐'는 물음엔 "욕심 없는 사람"이라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서 의원의 측근 노철래 의원은 '새로운 리더십, 큰 틀의 정치'를 거론하며 "정치적인 역할을 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서 의원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서 의원이 박 대통령에 대한 일심으로 치어리더로 남을지, 큰 틀의 정치를 펼칠 새로운 리더의 길을 택할지 두고 볼 일이다.
어경선 논설위원 euh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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