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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태의 좌충우돌 대선雜記]安의 '타이밍 정치' 다들 헷갈려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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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근한 지지선언···이번 대선의 속뜻은

'안철수 전(前) 후보'의 발언을 두고 해석과 전망이 구구하다. 안 전 후보의 대선캠프 해단식은 그의 사퇴 이후 첫 번째 공식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기대되던 자리였다. 그의 이후 행보에 따라서는 박근혜 후보의 우세가 나타나는 대선흐름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언론의 관심도 뜨거웠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를 성원해 달라는 제 뜻을 받아주실 것으로 믿는다'는 요지의 그의 발언은 뭔가 특별한 것을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성에 안 차는 수위였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의식했는지 안캠프 측에서는 '선거법 때문에 표현을 자제한 것이며, 문 후보를 돕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밝힌 것'이라는 보충 브리핑을 내놨다.

사실 안 전 후보가 출마를 선언한 이후 사퇴할 때까지의 지난 66일을 보면 일각에서 즐겨 표현하는 '타이밍의 귀재'라는 평가는 별로 와 닿지 않는다. 물론 언론의 입맛에서 보면, 새로운 메시지를 기다리다 지칠 때 즈음에 한 마디씩 내놓는 그의 타이밍이 절묘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대선과 같은 길고 큰 판에서 이 같은 '절묘한' 타이밍은 그리 좋은 것이 못 된다.

무엇보다 그는 대선후보로서는 너무 늦게 출마선언을 했다. 또 단일화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도 애써 미루다 떠밀려 한 것처럼 보였다. 이후 단일화 협상국면에서도 능동적으로 흐름을 주도하지 못했으며, TV토론 역시 기대에 미쳤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결국 이런 가운데 지지도가 점차 하락해 문재인 후보에 의한 추격을 허용했으며, '여론조사 단일화' 방식 외에는 다른 방식이 불가능한 시점까지 밀린 상황에서 결국 '승복 없는 희생'을 선택했다.
이러한 과정을 현실정치의 관점에서 냉정하게 비판하자면, 준비 안 된 초보캠프의 실기(失機)의 연속이라고는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같은 패인의 근본적 책임은 후보인 안철수씨 본인에게 있다. 사실 대선과 같은 큰 정치판에는 원래부터 묘수란 없다. 대개 큰 싸움의 승패는 전략적 판단보다는 전력(戰力)에서 판가름나게 마련이다.

문제는 이 전력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선거에서의 전력은 곧 캠프의 준비상태이자 경쟁력이다. 그야말로 자신도 신뢰하고 존중할 수 있는 훌륭한 참모들, 그리고 준비된 정책 전문가들, 대개 현대 대의민주주의에서 '당'으로 나타나는 지지자들의 열망을 담을 수 있는 체계적인 조직으로 성패가 정해진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안철수 전 후보가 결국 야권의 단일후보가 되지 못한 것은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준비부족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해단식에서 안 전 후보는 '곧 구체적 지원방안이 나올 것'이라는 여운을 남김으로써 결과적으로 여전히 그의 본격적 등장을 또다시 고대하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후에도 대선의 중심에 그의 존재감은 유지되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선의 큰 흐름에서 볼 때 안 전 후보는 또다시 경험부족에 의한 실기를 반복할 수 있는 시점에 와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여기서 '실기'란 결과적으로 대선에서 야권이 패배할 경우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는 것을 말한다. 그는 해단식에서 새로운 정치와 새로운 출발을 예고했지만 현실 정치에서는 야권 대선패배의 책임공방이 먼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당장 그의 승복 없는 단일화 과정에 대한 재평가에서부터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안철수씨에게 있어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선의 승패가 아니다. 자신이 성원을 부탁한 야권 대선후보의 승리를 위해 얼마나 헌신했는지에 대한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사실 현실정치의 문법에서 볼 때, 야권이 이기면 민주통합당이 여당이라는 굳건한 자리를 차지하므로 자신의 기여도를 바탕으로 확대재창당을 추진하는 것이 맞다. 반대로 지게 되면 민주통합당을 대체할 제3정당을 추진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두 가지 경우 모두 대선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평가 받았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대선과 같은 큰 판, 그리고 한 사회의 체제를 바꾸겠다는 큰 포부를 가진 경우 선거의 승패를 셈하면서 전략을 결정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해야 할 일을, 해야 할 시점에 최선을 다해 했는가'의 문제라 할 수 있다.

물론 지금 안철수라는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이는 민주통합당의 모습도 딱하긴 마찬가지이다. 안철수 후보 사퇴 이후 하락하고 있는 문재인 후보의 지지도는 결국 국민들이 '민주당만의 정부'에 회의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실 안철수씨가 남은 기간 선거법 내에서 단지 나름대로의 유세를 열심히 하고 다닌다고 해서 야권후보가 이긴다고 볼 수는 없다. 지금으로서는 연합정치를 통해서든 그 무엇이든지간에 민주당만의 정부가 아닌, '새로운 정치세력이 만드는 새로운 정부'가 탄생할 것이라는 점을 국민들에게 전달해야 지금의 불리한 전세를 바꿀 것으로 보인다.



김헌태 정치평론가ㆍ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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