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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태의 좌충우돌 대선雜記]김종인을 지킬 수 있겠소? 朴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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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섣불리 예측하기 어려운 '글쎄요 판세'. 그래서 더욱, 전문가의 속 시원한 진단이 필요한 때다. 아리송한 대선 정국을 쾌도난마로 분석하는 난을 마련한 건 그 때문이다. 정치평론가인 김헌태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가 매주 화요일자에 연재한다. 김 교수는 정치 판세와 변수를 예리하게 읽어내는 '재야의 고수'로 평가받고 있다.


대선을 앞둔 시대의 풍향은 '좌'를 향한다. 이 같은 흐름은 '경제' 영역에서 더욱 거세다. 성장제일주의나 재벌중심경제는 그 동안 고도성장의 '단 맛'을 본 우리 국민 다수의 지지를 확보해 왔다. 그러나 이제 서민과 중산층이 겪는 위태로운 삶 속에서 산업화 가치에 대한 기대나 향수는 사그라져 가고 있다. 대신 빈부격차와 이를 심화시킨다고 지목되는 특권과 반칙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는 '경제 민주화' 흐름이 부상했다. 일각에서 여론조사를 근거로 '국민은 복지나 정의가 아닌 경제를 중시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분배' 역시 경제라는 점을 이해 못하는 과거의 이념적 틀일뿐이다. 국민들로서는 '분배를 보장하는 성장'이야말로 곧 정의고, 복지이며 또 경제민주화인 것이다.
어쨌든 연말 대선을 준비하는 정치권도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 그래서 나타난 것이 '경제민주화 선점경쟁'이라 할 수 있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이른바 빅3 후보 모두가 정의와 복지를 앞세우며 경제민주화를 부르짖고 있다. 실제 세 대선캠프는 경제수장 모두를 경제민주화를 중시하는 인사로 포진시켰다. 세 후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다. 한참 전부터 박 후보는 복지를 자신의 정책으로 수용하고, 경제민주화를 주장해 온 김종인씨를 캠프에 영입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차별적 이미지를 구축했다. 박 후보는 지난 8월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수락 연설에서 '경제민주화는 국민행복의 첫 걸음'이라고 일갈하고 경제민주화, 복지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5천만 국민행복 플랜' 등을 내놓았다. 그리고 자신의 경제민주화 노선을 대표할 수 있는 인사인 김종인씨를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라는 상징성 높은 위치에 배치했다.

사실 그의 이 같은 대담한 선택은 결코 예사로운 것이 아니다. 원래부터 경제민주주의나 복지에 관심을 가졌어야 할 민주당, 그리고 범야권 후보로 꼽히는 안철수씨가 기존 정당들의 한계를 비판하며 '경제민주화'를 내세운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이상한 일도 아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성장경제, 재벌경제 속에서 사회경제 권력을 획득하고 축적해온 '주류 엘리트'들을 대표하고 또 그들과 제휴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박정희의 딸, 박근혜 후보의 이러한 선택은 분명 의외의 것이며 어려운 결단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의 경제민주화 노선이 스스로 감당 못할 모험일 수도 있다는 데 있다. 궁극적으로 박근혜 후보의 경제민주화 화두는 산업화 경제가치와 쌍둥이로 함께 자라온 '새누리당'의 정치적 태생을 부정하는 것이다. 문제는 단지 '핏줄'을 부정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즉, 개혁대상이 되는 '특권동맹'은 여전히 새누리당의 정치적 기반이자 후원자이기 때문이다. 즉 박 후보는 경제민주화 노선을 통해 태생을 부정하고, 우군에 칼을 겨누는 모양새를 취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시대의 요구에는 맞다 할지라도 실제 전략적 카드로 선택하기에는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선거용으로만 쓰일 뿐, 결국 당선에 성공하면 내쳐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던 터였다. '국부'의 길목 길목을 장악한 산업화 세력이 오랫동안 재벌개혁을 주장해 온 김종인씨의 '활약'을 가만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이다. 게다가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 선점경쟁은 원래 자신들의 고유이슈가 아니라는 점에서 적진 한가운데에서 벌어지는 싸움이다. 따라서 이를 실천할 것이라는 신뢰확보에 실패한다면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게 된다. 즉 경쟁자인 '민주진영'이 지향하는 가치가 더 옳다고 선언해주고 자신의 집권 정당성은 부정하는 자살골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자신들에게 열광하면서 선거분위기를 띄어줄 전통적 지지층들을 침묵시킨다는 점도 문제다.

결국 새누리당의 태생적 특성과 경제민주주의 노선 간의 모순된 관계에서 오는 긴장은 예상보다 더 빠르게 박근혜 후보를 위기에 빠뜨렸다. 당내 우파로부터 표적이 된 김종인 행복경제위원장은 이한구씨와 자신 중에 양자택일하라며 당무를 거부한 상황이다. 박근혜 후보가 김종인씨를 지키지 못한다면 그녀의 경제민주화는 대선에 이기기 위해 남의 구호만 빌려다 쓴 '허구'임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키게 된다. 그것은 특권동맹의 입장에서 보면 바라마지 않던 것인 동시에, 오랜 친구를 버린 '박근혜의 선택'에 대한 응징이 된다. 결국 박 후보로서는 재빨리 칼을 쥔다는 것이 결국 칼날을 잡은 꼴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박 후보가 '경제민주화'를 여기서 포기하고 다시 새로이 전선을 짜기에는 너무 지나쳐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 새누리당의 내분은 대선의 승패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다. 박근혜는 김종인을 지킬 수 있을까?



김헌태 정치평론가 및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국제정치 전공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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