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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경제레터]댈러스 빅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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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과 다투어본 적이 있습니까? 경쟁사와 분쟁이 생겨 법정까지 가본 적이 있습니까? 재산 때문에, 경영권 때문에 형제들 간 법정에서 치고받는 싸움을 구경한 적이 있습니까? 인륜을 저버린 무시무시한 상속분쟁을 지켜본 적이 있습니까?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습니까? 법정으로까지 분쟁을 몰고 가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습니까? 혹시 다른, 더 바람직스러운 해결방안을 떠올려본 적은 없습니까?
국민들에 대한 관심보다는 싸움에만 몰두하고 있는 정치권을 지켜보면서 “이렇게 하면 표를 몰아 줄 텐데…“하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습니까?

미국에서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사(SouthWest Airline)와 스티븐스항공사의 사례에서 “아! 이런 식으로 매듭을 풀어갈 수도 있구나.” “꼭 법정까지 끌고 가지 않고 재미있는 방법으로 양쪽 모두 승자가 되는 길이 있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두 회사 간 분쟁은 슬로건(광고문구)에서 시작됐습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사는 ‘just plane smart’라는 광고를 통해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광고문구는 지방의 훨씬 적은 항공사인 스티븐스사에서 이미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plane smart’라는 광고를 하고 있던 스티븐스사 입장에선 이의를 제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법의 판단을 통해 사우스웨스트항공사가 이 말을 쓰지 못하게 하고, 그동안 사용한 부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할 계획이었습니다.
문제가 이런 식으로 비화되자 사우스웨스트의 허브 켈러허 회장은 독특한 해결책을 제시했습니다. 변호사들을 통해 해결하는 대신 대형경기장에서의 팔씨름으로 분쟁을 해결하자고 제의한 것입니다. 마치 유명선수들이 출전하는 복싱이나 레슬링경기처럼 말입니다. 스티븐스사의 컬트 허왈드 사장은 그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 팔씨름에 자신이 있었으니 이를 통해 승패를 가르자는 제안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법정까지 갈 수밖에 없었던 양사 간의 분쟁은 최고경영자(CEO)들 간의 합의에 의해 이처럼 경기장 이벤트로 진행됐습니다.
한국리더십센터에서 두 회사 CEO의 명승부 팔씨름 장면을 제공해 줬습니다. 너무나 재미있었고,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스티븐 코비 리더십 과정에서 이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동영상 내용은 이렇습니다.

댈러스의 대형 경기장. 챔피언 결정전을 앞둔 것처럼 열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양측의 응원전도 뜨겁습니다. 세기의 결전을 앞두고 있는 순간 같습니다.

아나운서의 오픈멘트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댈라스 빅매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오늘의 빅매치는 두 회사 간의 분쟁을 끝내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오늘 경기의 승자는 바로 분쟁의 승자가 됩니다.
그런 만큼 오늘의 경기는 진짜 사나이다운 대결로 해결할 것입니다.
바로 이 링에서 말입니다.
이제 냄새나는 변호사들은 여기서 필요 없습니다.
오늘 허브 켈러허 회장은 독특한 해결책을 제시했습니다.
변호사들을 대거 부르는 대신 팔씨름으로 분쟁을 해결하자고 말입니다."

잠시 후 경기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습니다. 분쟁중인 두 회사의 CEO가 링 위에 올라섭니다. 마치 프로복싱선수로 착각할 정도로 전의를 다지며 등장합니다. 관중들의 열기가 대단합니다. 양사 직원들과 관중들의 응원은 경기장이 떠나갈 것처럼 요란합니다.

“허브 이겨라. 허브 이겨라.”
“컬트 이겨라, 컬트 이겨라.”
다시 아나운서의 중계방송이 시작됩니다.
“선수들이 굉장히 긴장했습니다.”
“힘내요. 힘내.”
“양쪽 모두 힘내세요.”
“허브, 반격중입니다. 양쪽 모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막상막하입니다. 누군가는 반드시 이겨야 양사간의 치열한 분쟁이 끝납니다.”
“네, 컬트 허왈드 사장의 승리입니다.”

두 회사 CEO의 팔씨름 동영상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한 번 더 보고 싶을 정도로 흥미진진했습니다.

이처럼 두 회사 사장은 한자리에 마주 앉아 팔을 걷어붙이고 신나게 팔씨름을 했습니다. 예상대로 경기에서 스티븐스사가 이겼습니다. 그러나 경기에 이겼다고 ‘plane smart’를 혼자만이 써야할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흥행몰이에 성공해 양사 모두가 톡톡히 덕을 봤고, 광고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두 회사 모두 승자가 된 셈입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피차 소송을 했더라면 별수 없이 들었을 소송비용을 모아 불우이웃 돕기에 기금을 냈습니다. 이런 걸 윈윈(win-win)이라고 하던가요? 사우스웨스트항공사도 이겼고, 스티븐스항공사도 이겼습니다.

처음 이 동영상을 접하면서 CEO들의 팔씨름이 이렇게 대형경기장에서 흥행몰이를 할 수도 있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두 회사 CEO의 엉뚱한 모습(?)이 바로 오늘을 사는 지혜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정말 멋진 최고경영자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는 재료로 삼고 싶었습니다.

이 아이디어를 통해 위기를 모두의 승리의 이끌어낸 허브 켈러허 회장. 그가 평소 어떻게 사우스웨스트항공사를 이끌어 가는지 궁금했습니다. 조사해보니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특별했습니다. 고객의 관심을 끄는 지혜가 뛰어났습니다.
‘담배를 피우고 싶은 손님은 비행기 밖 테라스로 나가십시오!’

금연경고문을 이렇게 부착하고 있었습니다. 때로는 안전수칙을 랩송으로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뜬금없이 기내 화장실에 최대 몇 명이 들어갈 수 있는지 콘테스트를 열기도 했습니다.

‘우리 회사에서는 반바지를 입고 출근해도 무방합니다’라는 광고를 하고 있었습니다. 기내 여승무원이 트렁크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깜짝쇼도 종종하고 있었습니다.

사우스웨스트가 즐겨했던 기내방송 한 토막을 소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흡연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비행기 안에서는 흡연이 절대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만약 흡연하시다가 들키면 우리 항공사에선 어떤 조치를 취하는지 잘 아시지요? 그런 승객은 비행기 날개 위로 나가 저희가 자신있게 내놓은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관람하도록 조치됩니다.”

허브 켈러허 회장의 직원존중, 이를 통해 고객만족을 이루어나가는 과정도 특이합니다. 그가 한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은 이렇습니다.
"고객이 늘 옳지는 않습니다.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사장이 직원들을 크게 배신하는 게 됩니다. 고객은 때때로 잘못된 일을 합니다. 우리는 그런 고객을 수송하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에게는 이런 편지를 보냅니다.
<다른 항공편을 이용하십시오. 우리 직원들을 괴롭히지 마세요.>"

이 덕분에 경쟁이 치열한 미국 항공업계에서 사우스웨스트사는 꾸준한 흑자경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30여년 동안 연속 흑자를 기록했고, 1990년 이래 회사의 주가는 300% 이상 올랐습니다. 걸프전, 911사태, 금융위기에도 한 번도 적자를 내지 않았던 회사, 미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10대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는 여러 가지 닉네임을 갖고 있었습니다. 작지만 큰 항공사, 항공업계의 혜성,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항공사로 불리고 있었습니다.

그것뿐만 아니었습니다. 양질의 서비스, 저원가 정책으로 항공업계의 기존 틀을 파괴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이 회사는 항공업계 게임의 룰을 바꾼 항공사로 불리고 있습니다.

긴 연휴가 끝났습니다. 양력설은 이미 과거가 돼 버렸고, 음력설도 역사의 무덤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구제역에다 경기한파. 어디를 봐도 웃을 여유들이 없는 현실입니다. 지칠 줄 모르고 다툼을 즐기는 정치권, 불투명한 경기전망도 그렇습니다.

갈등, 대립에서 믿음(信)을 만들어낸 두 회사 CEO의 팔씨름대결 신선하지 않습니까? 미래, 꿈, 상상, 도전을 향해 뛰기로 한 2011년 ‘허브 켈러허 신드롬’에서 win-win의 지혜를 찾으며 봄을 맞이하면 어떨까요?



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 회장 presid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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