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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칼럼]"대통령이 그것도 못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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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칼럼]"대통령이 그것도 못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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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김정일은 2007년 10월 평양을 찾은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게 느닷없이 방문일정을 하루 연장할 것을 요청했다. 국가원수간 회담의 의전이나 경호상 상상도 할 수 없는 독불장군식 예측불허의 제안에 우리 측이 난색을 표하자 김정일은 또 다시 황당 발언으로 당혹감을 배가시켰다.

“대통령이 그것도 못합니까?”
당시 우리 측은 이 사건을 단순 해프닝 정도로 가볍게 받아넘겼다. 북한 정권에 호의적이었던 '퍼주기 정권'이었기에 그랬겠지만 필자는 예나 지금이나 이 사건, 이 말이 갖는 함의(含意)가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고 믿고 있다.

우선 살짝 떠보기(우리 측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을 김정일도 모를리 없다)로 상대방 진영의 순간적 혼선을 야기한다. 그 다음은 상대방 대응의 한계를 슬쩍 들이밀어 기선을 제압한다. 다음은 우리가 못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이 받아들이지 않아서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의 책임 전가…. ‘혼선야기→기선제압→책임전가’로 이어지는 방식은 칼자루를 쥐고 모든 것을 내 방식대로 이끌겠다는 안하무인의 행동거지나 다름없다.
안타깝게도 칼자루는 여전히 북한이 쥐고 있다. 돈으로 평화를 사겠다던 좌파정권 때나 그런 실수를 다시는 않겠다는 다짐에 다짐을 거듭하는 보수정권의 지금이나 변함없이….

북한의 연평도 폭격도발 이후 지위고하를 망라하고 대한민국의 국민된 사람 거의 모두가 ‘단호한 응징과 보복’을 입에 달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망나니’ 북한이 다시 어떤 도발을 할까 불안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요일이었던 28일 또 다시 연평도에 주민대피령이 내려졌다는 소식에 순간적으로 가슴 철렁하지 않았던 국민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왜? 국력과 경제력은 물론 막강 군사력에 아시안게임 2위(북한은 12위)의 압도적 체력까지 절대비교에서 하나도 뒤질 것 없어 보이는 한국이 북한에 번번이 눈뜨고 당하는 걸까. 주요20개국(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과학자를 불러 우라늄 농축용 원심 분리기를 공개해서 혼선을 주더니 G20 개최의 축제 분위기가 여전히 남아있는 시점에 연평도 포격 도발로 기선제압, 그리고 책임전가….

우선 북한은 이 정부의 ‘뒷북담화’를 누구보다 잘 읽고 있다. 천안함 사건 때도 그랬듯이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다가 국내 여론하나 제대로 잡지 못한 채 말로만 ‘응징’ ‘보복’을 되새김하는 모양새를 훤히 꿰고 있다.

둘째, 이 정부가 정권 자랑용 잔치준비는 철저히 잘하지만 비상시 대응능력은 형편없다는 점도 문제다. 대통령 발언조차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국민을 혼선으로 몰고가는 게 이 정부와 청와대의 위기대응 수준이다.

셋째. 대 중국외교의 참담한 실패는 북한으로 하여금 '중국에 빌붙기'에 대한 자신감을 더욱 키워주고 있다. 우리가 중국측에 '공정하고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한다고 해서 중국이 자국의 안보 보루인 북한에 대한 애정을(설사 그것이 잘못된 애정이라 해도) 쉽게 거둬들일 것 같지는 않다.

넷째, 툭하면 전투기가 떨어지는 등 사고가 빈발하는 군기강 문제로 인해 이제는 외신조차 ‘한국의 전투력이 생각보다 약하다’며 비아냥 거리고 있다.

다섯째, 북한이 애송이에게로의 원활한 권력승계를 위해 우리를 철저하게 이용할 것이라는 점을 지나치게 간과했다.

북한의 도발행위에는 이밖에도 여러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북한 손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또다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지 못한다면 이젠 국민의 입에서 “대통령이 그것도 못합니까”라는 말이 안나올리 없다. 정권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지 못한다면 그것은 스스로 정권을 포기하는 행위임은 두말할 나위없다.
최범 편집제작담당 전무이사 c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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