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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졸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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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면 죽는다.” 전쟁터에서만 쓰여질 법한 말입니다. 시속 120㎞로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 속 운전자가 숙지해야할 말 같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세상이 그렇습니다. 그만큼 변화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입니다. 잠시만 눈을 돌리면 변화를 따라잡기 어렵습니다. 광속처럼 빠른 ‘속도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멈출 수 없습니다. 안주하면 경쟁대열에서 낙오자가 되어 버립니다. 변화하는 만큼 같은 속도로 달려가야 합니다. 숨이 가쁘더라도 뛰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치열한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물론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마냥 숨을 헐떡거리며 달릴 수는 없습니다. 느림의 미학도 배워야합니다. 때로는 뒤를 돌아보며 느슨해진 운동화 끈을 다시 동여맬 시간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거기서 소진된 에너지를 다시 충전할 수 있습니다. 창의력, 상상력을 보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렇게 여유를 부릴 시간이 우리에게 없다는 것입니다. 뛰며 생각하고, 달리며 상상하며, 일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야 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변할 것인가? 죽을 것인가?

시대의 빠른 변화에 맞설 것인가? 변화의 물결에 휩쓸려 떠내려 갈 것인가?

앞서가는 사람의 뒤를 쫓아갈 것인가? 먼저 치고 나갈 것인가?

화살처럼 빠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생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사라지거나, 예상보다 훨씬 더 빨리 끝나버릴 가능성이 많습니다.

5억명의 고객(청중)을 확보하는데 걸린 시간을 보면 정말 놀랍습니다. 라디오는 38년이라는 세월이 걸렸습니다. TV는 13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이란 신기술이 나오더니 그 기간을 엄청나게 단축시켰습니다. 불과 4년 만에 5억명의 청중을 확보했습니다.

그런데 과거의 이런 기록들은 모두 웃음거리가 돼 버렸습니다. 트위터, 페이스북이 나오면서 그렇게 됐습니다. 페이스북이 5억명의 이용자를 모으는데 걸린 기간은 딱 2년이 걸렸습니다.

하버드대학을 중퇴한 주커버그. 그것도 심리학을 전공한 26살짜리가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각종 인터넷 서비스를 빨아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바로 페이스북이 하고 있습니다.

창업 2년차인 게임기업 징가(Zynga). 이 회사는 농작물을 재배하는 게임을 개발했습니다. 씨앗과 농지를 구매해 사이버상에서 재배한 후 수확하고, 이를 되팔 수 있는 게임이죠. 출시한 지 4개월 만에 월 이용자가 6000만명을 넘는 신기록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팬도라 미디어(미국)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인터넷 라디오 소프트웨어를 애플 앱스토어에 탑재한 결과 과거 2년간의 판매량을 2주 만에 돌파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정보기술(IT)의 진화, 새로운 소통수단의 등장으로 누구든지 자신의 생각이나 일상생활을 글, 사진, 동영상을 통해 순식간에 지구촌에 알릴 수 있게 됐습니다. 소통의 혁명, 쇼핑의 혁명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몇 단계만 거치면 지구촌을 하나로 묶을 만큼 네트워크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죠. 어지럼증이 생길 정도로 몰려오는 신기술들이 이 같은 혁명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너무 빨리 앞서가는 기술의 진보 속에서 진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상황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었든지 아직 젊든지, 직업이 있든지 백수이든지, 기업인이든지 정치인이든지 변화의 속도, 기술의 진보에 자신을 맞추지 못하면 바로 낙오자 신세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소설가 이외수씨. 요즘 그의 인기는 ‘트윗 세상’에서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순간순간 날리는 맨션에 유머, 재치가 철철 넘치고, 세상을 뒤집어 볼 수 있는 지혜를 제공해주기 때문입니다.

세대로 봐서 결코 쉽게 어울리지 않는 나이에 트윗을 생활의 일부분처럼 여기는 그의 모습 역시 신기하기 그지없습니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선배 논객 한 분이 있습니다. 이외수씨와 비슷한 세대인데도 불구하고 오로지 모나미 볼펜으로 200자 원고지에 글 쓰는 것을 고집하고 있는 선배 논객에 비교하면 너무나 젊게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이외수씨가 올린 트윗 맨션의 한 부분입니다.

“돌아가신 부모님에게 트위터를 통해 편지를 보내면 받아 볼까? 요즘 IT열기를 보면 나이든 분들이 더 열심인데, 테블릿 PC, 트위터, IT기술의 진화를 보고 있으면 어지럼증이 생기는 것 같아요. 진화하지 못하면 죽음이다.”

그렇습니다. 당연히 어지럼증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잠시만 눈을 떼도 IT기술은 저만치 멀리 가 있습니다. 이 맨션을 보며 그가 트윗을 생활화하며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그와 트위터 소통을 하기위해 신청한 팔로어가 50만명을 바라보게 된 것, 그가 생각날 때 마다 남긴 맨션이 3000건을 넘었으니 트위터에 대한 열정이 얼마만큼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트위터, 페이스북이라는 새로운 소통수단이 생각의 진화, 생활습관의 진화, 소통문화 진화에 기여하는 파괴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박용만 두산회장. 그 역시 ‘트윗 세상’에서 둘째가라면 못마땅해 할 분입니다. 그와 소통하기위해 등록한 팔로어는 8만7000명입니다. 그가 트위터에 올린 글은 1만5000 건이 넘습니다.

지난 10월 초. 그는 트윗을 통해 선친에 대한 자신의 심경을 밝힌 적이 있습니다. 이외수씨가 말했던 트위터 편지를 선친에게 보낸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100세 생일이시다. 살아계셔 백세잔치 했음 얼마나 좋을까...돌아가신지 벌써 37년인데 그리움은 날로 더해만 간다. 아침마다 튓에 파이팅하는 것도 보고 계실까? 으라차차차차차차차차차 파이팅!!!”

10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후 박 회장은 다시 글을 남겼습니다.

“준비하면서 보긴 했지만 막상 화면의 아버님 영상을 보니 망치로 가슴을 치는 것처럼 가슴이 뻐근하게 아프고 그리움이 사무칩니다. 지나는 길이시면 종로5가 연강홀 일층에 사진전시도 하니 들러봐 주세요.”

박 회장의 이런 맨션을 지켜보던 팔로어들이 댓글을 올렸습니다.

“아버지하면 가슴이 짠하네요.”

“오늘은 돌아가신 우리 아빠 생신이시기도 해요. 많이 사무치게 그립네요.”

“칠순을 바라보는 부모님께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뜻 깊은 추모제 되시길 빕니다.”

그는 매일 아침 트위터에 ‘으라차차차차’라는 특유의 기합소리를 올리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가 하는 이런 소통의 방식은 자신의 가치를 높였고, 두산의 가치를 높였습니다. 두산의 브랜드 가치보다 ‘박용만의 브랜드가치’가 더 높지 않을까하는 농담까지 나올 정도니까요.

요즘 ‘트위터 세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한 분이 있습니다. 이재오 특임장관입니다. 트위터 세대와는 왠지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고, 트위터를 늦게 시작했지만 소통의 수단으로 열심히 활용하고 있는 분 중의 한 사람입니다. 띄어쓰기를 전혀 하지 않는 바람에 팔로어들의 불평도 많지만 말입니다.

이 장관 역시 얼마 전 사부곡 성격의 트위터 맨션으로 주목받은 적이 있습니다. 지난 10월7일에 올린 맨션은 이렇습니다.

“서울시 노인연합회가 주최하는 노인체육대회에 다녀왔다. 돌아가신 부모님, 장인, 장모님 생각이 났다. 저렇게 아름다운 유니폼을 입고, 활짝 웃으시는 모습을 단 한 번만 볼 수 있었으면...그립다.”

이런 그의 글을 보고 “부모님께 잘해야겠다.” “애틋함이 느껴진다.” “부모님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다.”는 팔로어들의 댓글이 줄을 이었습니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재미있는 동영상을 발견했습니다. 어떤 분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것이었습니다. 1분짜리 짧은 영상물이었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카멜레온의 변신술이었습니다.

파란색 모습을 한 카멜레온 앞에 보라색 선글라스를 놓았습니다. 삽시간에 보라색 카멜레온으로 변신했습니다. 다시 빨간색 선글라스를 던져봤습니다. 그의 모습은 즉시 빨간색으로 바뀌었습니다.

그가 가는 길에 다시 파란색 선글라스를 놨습니다. 파란색으로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자신과 다른 색상의 물체만 나타나면 습관적으로 자신을 그곳에 맞춰 나갔습니다.

카멜레온 못지않게 변신의 명수로 꼽히는 흉내문어가 있습니다. 호주바다에서 서식하지요. 포식어류가 자신을 잡아먹기 위해 접근해오면 천적으로 변신합니다.

아귀가 접근해 옵니다. 그때 흉내문어는 모래 밑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그리고 바로 다른 발은 모두 숨기고 두 발을 펼쳐서 바다뱀 모양을 만들어 냅니다. 그러면 아귀는 “걸음아, 날 살려라”하며 도망가 버립니다.

다시 고등어가 접근합니다, 그때 흉내문어는 모든 발을 한 방향으로 모읍니다. 마치 라이온 피시처럼 흉내를 냅니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고등어는 줄행랑을 칩니다.

카멜레온과 흉내문어. 이렇듯 변신의 명수입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위기대처 능력이 뛰어납니다. 위험에 노출되는 순간 자신을 변신시켜 위기를 모면합니다.

주위의 색상에 따라 몸의 색깔을 자유자재로 바꿉니다. 천적으로 위장해 위협을 하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변신술의 귀재인 셈입니다. 어디서든 주위에 완벽하게 흡수되거나 그곳을 자신의 세계로 만드는 재주를 가졌습니다.

위기가 올 때 순간적으로 변신하는 능력. 그것은 생존을 위해 정말 중요한 기능입니다. 위기의 종류에 따라 대처할 수 있는 기능을 개발한다면 웬만한 위기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카멜레온처럼, 흉내문어처럼 살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위기의 순간은 모면할 수 있어도 근본적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변신보다 중요한 것은 변화에 맞서는 역량입니다. 시대의 빠른 변화에 맞서지 않고서는 승자의 대열에 앉을 수 없습니다.



빌게이츠가 한 말입니다.

“나는 힘이 센 강자고 아니고, 두뇌가 뛰어난 천재도 아니다.

날마다 새롭게 변했을 뿐이다.

그것이 나의 성공비결이다.”

찰스 다윈은 또 이렇게 말했습니다.

“살아남는 것은 가장 강한 종(種)도, 가장 똑똑한 종(種)도 아니다.

그것은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種)이다.”

자연은 변화하지 않는 개체에 대해 무자비합니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죽음만 있을 뿐입니다. 지금의 인간세상은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과거의 노예로 살게 된다는 말이 새삼 떠올려지는 주말입니다.



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 회장 presid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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