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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경제레터] 핵워스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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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정을 해봤습니다.

“적군과 대치하며 치열하게 전투가 벌어질 수밖에 없는 전쟁터. 언제 적군으로부터 공격을 받게 될지 모르는 상황인데 병사들은 의욕을 잃었다. 왜 자신이 전쟁터에 있어야 하는지 전투에 대한 회의까지 생겼다. 이대로 가면 전쟁은 패배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지휘관의 명령은 먹히지 않고, 저마다 편한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니 오합지졸(烏合之卒)들이 모인 격이다. 그래서 이 부대에는 ‘희망이 없는 부대’라는 닉네임이 붙여졌다. 이대로 뒀다가는 부대 전체가 적에게 포위되거나 자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럴 때 지휘관으로 부임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어디서, 무엇부터 시작해 땅에 떨어진 병사들의 사기를 회복시키겠습니까?

어차피 치러야할 전투니 ‘공격 앞으로’를 외치며 그냥 진격하시겠습니까? 그럴 경우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요? 사상자는 늘어나기 마련이고, 전투에서 승리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부대의 철수를 상부에 건의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능력한 지휘관이 되기 십상이죠. 전쟁터에 간 지휘관이 부대철수를 건의했다면 굳이 그가 지휘관으로 부임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위기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아나가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땅에 떨어진 사기를 어떻게 높여 전투에 임할 것인지-이를 잘 해야 유능한 지휘관인데, 그게 그렇게 쉽게 될리 없습니다.


이에 대한 답을 준 사람이 있습니다.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존 발도니(‘동기부여의 힘’의 저자)입니다.

그는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데이비드 핵워스라는 장군을 등장시킵니다. 핵워스는 미 육군의 예비역 장군이자 미군 역사상 가장 많은 무공훈장을 받은 군사 전문가입니다.

그는 평소 손무가 쓴 손자병법을 즐겨 읽었다고 합니다. 현역이었을 때 손자병법은 그의 생각과 행동에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손자병법을 익혔기에 그는 미국이 존경하는 장군이 됐는지도 모릅니다. 그는 항상 최고의 전략과 전술은 ‘전쟁을 피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한다면 가장 적은 사상자를 내고, 전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상황은 나빠져야 반전시킬 수 있는가 봅니다. 베트남전쟁에서 실제 있었던 일입니다. 1968년 그는 전쟁이 한참 진행되고 있던 베트남에 파견됐습니다. 그가 지휘관으로 간 곳은 메콩강 삼각주였습니다. 그곳은 삼각주 지대의 낮은 평지에 위치해 결코 아군에게 유리하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손자병법대로라면 지형자체가 백전백패의 가능성이 높은 곳이었습니다.

부대의 위치만 그랬다면 그나마도 다행이었을 겁니다. 병사들의 사기가 말이 아니었습니다. 지휘관의 말은 먹히지 않았고, 병사들은 전쟁을 치를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습니다. 현장에 도착해보니 자신을 그곳에 파견한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망가진 부대를 수습하라는 미션이 주어져 있었습니다.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는 말이 그래서 생겼을까? 정말 무거운 짐, 극복하기 힘든 미션이 핵워스에게 지워진 셈입니다. 전투보다 중요한 것은 의욕을 다시 부추기는 것이었습니다. 정신적으로 이미 패배한 것이나 다름없는 열악한 상황을 극복해내는 일이 가장 급한 일이었습니다. ‘희망이 없는 부대’라는 닉네임을 ‘희망이 있는 부대’로 만들어야 했습니다.

부임해보니 병사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왜 자신들이 그곳에 배치되어 있는지 소명의식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지휘권은 잡았지만 통솔이 되지 않는 부대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지휘권을 잡자마자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실전(實戰)과 같은 훈련을 하는 것, 당근과 채찍을 함께 주면서 작은 원칙이라도 철저하게 지키도록 하는 것, 병사들이 자신을 따르도록 모든 일에 앞장서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병사들에게 ‘무슨 일이 있더라도 꼭 지켜야할 규칙’을 제시했습니다. 첫 번째 규칙은 무기를 깨끗하게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 규칙은 강철 헬멧을 착용토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무기에 이물질이 없어야 발사가 잘되고, 강철 헬멧을 써야 파편으로부터 보호된다는 논리였습니다.

병사들이 벙커위에서 자는 것도 금지시켰습니다. 벙커 위가 더 시원하지만 위험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병사들은 당연히 투덜댔습니다. 그전까지 그런 간섭을 받지 않고 잘 지냈고, 그때까지 생포되거나 죽은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무기를 깨끗하게 하는 것, 강철 헬멧을 착용하는 것-지극히 당연한 원칙들이었습니다. 전 상황인데 벙커 위에서 잠을 잔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현장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들이 지켜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 다음에 핵워스가 취한 조치는 실전과 다름없는 철저한 교육과 훈련이었습니다.


절망상태에 놓여있던 미군이 진주한 메콩강 삼각주. 핵워스가 이런 조치들을 취하자 병사들의 반응은 냉담했습니다. 그의 지휘를 받던 부대원들은 모두 그를 죽이고 싶어 했습니다. 부임한 지 얼마 안돼 증오심에 불타는 병사들의 마음이 공개됐습니다.

한 병사가 집으로 보낸 편지에 “핵워스의 목에 1600달러의 현상금이 걸려 있다”는 내용을 밝혔기 때문입니다. 이 내용은 미국 본토의 육군 본부로까지 흘러 들어갔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런 편지를 본국으로 보낸 병사를 찾아내 문책하겠습니까? “사실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라며 변명하겠습니까? 부대의 명예를 더럽혔다해서 더욱 세게 군기를 잡겠습니까?


그러나 핵워스는 자신의 목에 걸린 현상금 따위에는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본토의 육군본부 역시 핵워스나 병사를 문책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최선을 다해 강한 부대를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며 격려했습니다.

그는 혹독한 훈련을 계속 시키는 동시에 병사들보다 항상 먼저 기상했습니다. 그리고 그들보다 늦게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밥도 제일 늦게 먹었습니다.

그가 보인 병사들에 대한 사랑은 정말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당시 메콩강 부대 병사들 대부분은 참호족염으로 많은 고통을 겪고 있었습니다. 참호족염은 참호속의 습기 때문에 생기는 고통스러운 병이었습니다.

핵워스는 발을 건조하게 하는 방법을 찾아 직접 병사들에게 가르쳐주었습니다. 하루 4시간 이상 마른땅위에서 걷게도 했습니다. 전쟁중이라 금지돼있던 반바지 착용도 허용했습니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런 조치가 병사들에게는 큰 선물이었습니다. 반바지를 허용하자 병사들은 이를 하나님이 주신 선물로 받아들였습니다. 고온다습한 삼각주 지역에서 그동안 그만큼 이런 것들로 많은 고통을 당했다는 얘기입니다.

그는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병사들의 발을 직접 일일이 검사했습니다. 지휘관이 무릎을 꿇고 병사들의 발을 만져주는 행위야말로 병사들을 정말로 아끼고 있다는 확실한 메시지가 된 셈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그것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입니다.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면 어렵다고 생각하던 일들도 쉽게 풀어갈 수 있습니다. 치어리더 역할을 하는 것이죠.

존 발도니. 그는 핵워스의 리더십을 두 가지 관점에서 찾고 있습니다. 첫째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때는 단호하고 분명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러나 거기에는 동기부여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어려운 결정이라도 일단 동기가 부여되면 조직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잠재력이 발휘된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다그치기 보다는 과장을 해서라도 병사들이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를 말해주곤 했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때로는 채찍, 때로는 당근을 줬을 때 병사들의 목적의식이 더욱 강해졌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핵워스의 리더십은 결국 부대원들은 변화시켰습니다. 강한 부대로 명성을 떨치게 됐습니다. 핵워스가 진정으로 자신들을 염려하고 있다는 것을 병사들이 알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지옥 끝까지라도 기꺼이 동행하겠노라는 병사들이 늘어난 핵워스의 리더십-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번쯤 되새기며 주말 맞으시면 어떨까요?

▲구성원들을 끊임없이(지속적으로) 가르쳐라

▲구성원들의 욕구를 우선시하라(중시하라)

▲당신을 ‘우리’로 바꾸어라

▲사기를 북돋워 줄 방법을 찾아라

▲세세한 부분까지 관심을 기울여라

▲위기가 닥쳤을 때는 우선순위를 바꿔라

▲위험을 함께 나누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라

▲경쟁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키워라

▲원칙과 규율을 확립하되 강력한 문화를 만들어라



권대우 아시아경제신문 회장 presid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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