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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시각] 개발 '촉구'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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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여름 오직 '개발'이라는 목소리 외에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다. 그 많던 반대는 어디에도 찾기 어렵다.

최근 변화를 맞는 대형 개발사업 몇 건만 봐도 그렇다. 지난달 마곡 워터프런트사업이 백지화되고, 삼성물산이 용산 역세권 개발사업 경영권에서 손 떼면서 사업이 표류 중이다. 여기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규모 사업 조정에 들어갔다. 워낙 큰 사안이어서 시장의 충격은 간단치 않았다. 이에 주민들이 "개발을 중단하지 마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런 반발은 태풍처럼 전국을 휩쓸고 있다.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개발사업이 진행되는 곳마다 반대 집회로 몸살을 앓았다. 그러나 지금은 반대소리가 온데간데없다. 오히려 중단을 반대하는 집회가 '밥상 위의 김치'보다 흔하다. 최근 달라진 풍속도이기도 하다.

지난달 중순쯤 서울시는 마곡 워터프런트 사업을 사실상 백지화하기로 했다.서울시가 '민선 5기 부채관리 종합대책'을 수립하면서 사업 축소가 불가피해져서다. 이에 주민들이 개발 중단을 반대하며 집회를 열었다.

마곡 워터프런트는 서울시가 9000여억원을 들여 서남권 발전 거점으로 추진 중인 마곡지구 개발사업의 하나다. 총 79만1000㎡ 부지에 한강과 잇는 주운 수로와 요트 선착장, 페리 터미널, 호수공원 등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서울시는 이달 착공, 2012년 말 완공할 계획이었다. 마곡 주민들은 백지화가 결정된 날 이후 지속적으로 개발을 촉구하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이 벌어지고 있는 용산 일대도 마찬가지다.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경영권 문제로 지지부진해지자 주민들이 조속한 사업 시행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집회가 열리는 시간은 사업 주간사인 삼성물산에 "용산사업에서 손 떼라"는 코레일의 기자회견이 진행되던 때였다. 그동안 용산사업은 자금 조달 문제로 난항을 겪어왔다. 용산사업은 당분간 해법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고 주민들의 반발이 멈출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없다.

LH 사옥 앞에도 요즘 집회하는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LH에 있어 집회는 일상의 아주 흔한 풍경이다. 머리띠를 두른 이들의 거친 함성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았다. LH 사옥 앞에는 지방에서 올라온 주민들이 뿜어내는 집회 열기가 여름철 무더위를 무색하게 할 정도다.

그러나 이날의 집회는 예전과는 판이하다. 이전의 집회가 주로 개발을 반대하는 것들이었다면 지금은 개발을 촉구하는 집회다. 최근 LH가 사업 조정작업을 진행하면서 개발 축소, 중단을 우려한 지자체 주민들이 대거 몰려든 것이다.

요즘 집회는 이미 준비됐던 듯 마치 '종소리가 나면 침을 흘리는' 파블로의 개처럼 조건반사적으로 신속히 이뤄지고 있다. 지자체들의 경우 재정 악화로 기존 사업 축소, 조정에 나서면서 주민들이 더욱 거칠어지는 양상이다. 간혹 개발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과는 격세지감이다. 또한 반대하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극소수로 고립돼가고 있다.

지자체장도 밀려드는 민원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개발하려 해도 돈은 없고, 주민들은 "다음 선거에서 두고보자"고 벼르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렇다고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국회의원들도 분주하다. 지역구 내 개발사업이 지연되지 않도록 곳곳에 로비하러 다니느라 바쁘다. 이처럼 모두가 혈안이다. 어디든 조화로움이 없다. 개발 금단증세로 신음소리만 가득하다. 다 먹고 사는 것과 직결되니 벌이지는 일이다. 민생도 시장도 조속히 안정되기를 기대한다.



이규성 건설부동산부장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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