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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차이나 트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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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본시장 움직임을 보면 일본의 뒤를 이어 미국도 디플레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글로벌 주가가 하락세로 굳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각국의 국채 수익률이 급락세를 나타내면서 전형적인 디플레 모습을 연출하고 있기 때문.

디플레 상황에서는 자산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원금을 보장해주면서 이자까지 주는 선진국 국채는 그야말로 먼저 사놓는 것이 '장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번 디플레 함정에 빠져들면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게 일본 사례에서 입증됐기 때문에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이 일본 국채(JGB)처럼 1%에 이를 때까지 계속 하강할 것이라는 전망에 동조하는 세력이 많아지고 있다.
닷컴 버블 붕괴에 따른 주가 폭락을 벗어나기 위해 2003년 6월 연방기금금리(FFR)를 1%까지 낮췄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일본식 유동성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철저히 연구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3년 뒤인 2006년 6월 FFR을 5.25%까지 높이면서 어느 정도 금리 정상화에 성공했다고 자부함과 동시에 일본의 정책실패와 미국의 능수능란한 통화정책 성공사례를 대비해 선전했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사태를 맞아 2007년 가을부터 다시 금리를 낮추기 시작한 Fed는 1년 반만인 2008년 12월 사실상 제로수준까지 금리를 낮춘 뒤 2년 가까이 되도록 금리에 변화를 주지 못하고 있다. 0∼0.25%의 금리에도 불구하고 대출과 투자가 살아나기는커녕 실업률 고공행진에 끝이 보이지 않으며, 1조달러가 넘는 채권 매입과 같은 극약 처방도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백약이 무효인 유동성 함정에 빠진 것이다.

한때 도쿄 땅을 팔면 미국 땅을 통째로 살 수 있었다고 호령하던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은 1989년 찬란했던 닛케이지수 꼭지점을 역사에 기록하고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이제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중국에 서열 2위의 자리까지 내준 일본은 미국이 답습할 전철로만 회자될 뿐 글로벌 성장 동력과 경기 회복의 발판 같은 희망의 메시지는 모두 중국에서 나오기를 바라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빈 아파트가 6540만채나 쌓여있고 한달 무역흑자가 287억달러나 되는 중국에서 글로벌 자본시장 회복의 전기를 기대하는 것 또한 무리다.

중국 아파트의 경우 인테리어 시공없이 골조만 지어놓은 것이기 때문에 쓰지도 않고 노후화되는 위험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재산세도 없기 때문에 투기보유자들의 기회비용도 최소한에 그친다. 또한 15억명이 넘는 인구 중 무주택자에게 한 채씩만 공급해도 순식간에 소화될 정도의 물량에 불과하다는 정부 당국자의 견해도 있다.

그렇다고해도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도 못할 재고가 문제되지 않는 나라에서 합리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연간 무역흑자가 200억달러만 되더라도 무역전쟁을 피하기 어려운 판에 이같은 무역흑자가 계속될 것으로 보는 것도 국제관계 시각을 어지럽히고 있다.

노동 자본 토지가 풍부하다 못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넘치고 보조금에 의해 에너지 비용도 턱없이 싸기 때문에 이 같은 엄청난 수치가 통계로 잡히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 독재와 베이징 정부의 현명한 판단이 언제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소수민족과 자치지역의 독립 문제가 끝내 불거질 것이고 빈부격차에 따른 갈등도 시작되고 있다. 고도성장이 한계에 도달하게 됐을 때의 대안부족과 세계 제조업 공장으로서의 입지가 약화될 경우 대체할 수 있는 산업이 부족한 점 등은 분명 난제로 다가올 것이다.

유동성 함정에 빠진 뒤 디플레 늪으로 가라앉는 일본·미국을 대신할 것으로 낙관하는 중국이 어떤 식으로든 문제를 일으킨다면 아마도 글로벌 자본시장에 독소가 될 것이다. '차이나 트랩(China trap)'으로 명명될 '개발 함정(development trap)'이 거론되는 날이면 20조달러에 달하는 미일 경제의 유동성 함정은 비교도 되지 않을 것이다.



홍재문 자본시장부장 j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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