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선물로 남편이 오피스텔 한 채를 사줬다"고 자랑하다가 낙마한 어느 여성 장관 후보자에 비하면 20년 이상 같이 살아준 데 대한 선물로는 다소 억울한 측면도 보이는데. 앞으로 어느 간 큰 공직자가 감히 외국산 유명 브랜드 핸드백을 결혼선물로 고를 수 있을까요.
적어도 이달 말 이후 우리 고위 공직자들은 아내로부터 선물압박을 덜 받고, 100만원 이상을 호가하는 장신구를 사주기가 지극히 망설여질 테지요. 오히려 아내들이 옷장을 열고 스스로 외제 핸드백을 정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점은 고위 공직자들이 인사청문회의 덕을 본 셈입니다. 또 지역단체장들이 서울 출장길에 고급 호텔에서 비싼 숙박비를 내고 묵을 생각을 삼가게 되겠지요.
공직자의 아내들은 손목시계 한번 잘못 차고 나가도, 하이힐 한 켤레 섣불리 신고 걸어도, 선물 받은 핸드백을 별 생각 없이 들고 나서도 후일 남편을 어떤 곤경에 처하게 할지 모릅니다. 평소 거리마다 수천만대의 휴대폰 사진기와 CCTV가 암행감사 기능을 하고 있으니 '친서민행보'가 왜 중요한가를 일깨워 준 경우입니다.
가족들의 각종 공과금과 세금, 상속세의 납부내역과 주민등록 변동사항, 그리고 부동산 매매내역과 부채에 대한 이자지급, 통장 입출금 내역, 심지어 추억 속 학적부 생활기록 등과 출입한 골프장, 가사도우미의 출퇴근조차도 모조리 까발려진다는 사실. 보통사람에겐 참으로 전율이 이는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가방 하나 없이 살아왔던 평범한 아내들의 속은 누가 위무해 줍니까. '정의란 무엇인가'란 책도 덩달아 청문회를 통해 거론되며 재미를 본 케이스죠. 남의 불행 저 편에 제발 낙마(落馬)하기를 기다리며 웃음 짓는 후보자들, 아직 많습니다.
이쯤 되면 정치인이나 고위 관료가 기피직종이 되어야 하지만 이상하게도 공직은 여전히 남자들이 선망하는 자리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지극히 한국적인 출세 기준과 관직 우위의 풍토, 스폰서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골프장 부킹 유혹이 바뀌지 않는 한 말입니다.
그나저나 '박연차'란 대단히 큰손, 언제 뉴스가 되지 않을까요. 그의 이름 석 자가 등장할 때마다 휘청거리는 여야의 정치판. 떳떳하지 못하기로는 오십보백보인 국회의사당 명당자리를 찾아 굿이라도 한 판 벌임이 좋을 듯. 물론 이것도 청문회를 해봐야 하겠죠.
밤이 되면 귀뚜라미들도 저들끼리 모여 수군대느라 바쁘더군요. 아마 가을이 오기 전에 다 털고 가자는 소리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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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우 시사평론가 pdik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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