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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레라는데…' 금이 강한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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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숙혜 기자]적어도 세상의 상식을 기준으로 금은 상품(commodity)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인플레이션을 헤지하는 상품이다. 최근 금값의 상승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다.

지난 6월 장중 온스당 1265달러로 정점을 찍은 금 선물은 7월 하순 1150달러선까지 밀리면서 상승 모멘텀을 잃은 듯했지만 1220선까지 가파르게 반등했다. 미국 물가지수의 후퇴하면서 모하마드 엘-에리언 핌코 최고경영자(CEO)와 미국 정책자들이 연이어 디플레이션을 경고했지만 금값 상승을 막지 못했다. 역사적으로 저인플레나 디플레 모두 금값을 끌어내리는 요인이지만 금 선물은 1200달러선을 반납하지 않을 기세다.
배경을 놓고 갖가지 분석이 쏟아졌다. 유럽의 재정불량국 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의 부채 위기부터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까지 금값 상승을 정당화하기 위한 근거로 동원됐다.

사실 향후 경기처럼 인플레 향방 역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말처럼 '비정상적으로 불투명'한 상황이다. 인플레이션 추이를 보는 시장의 관점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경기가 하강해도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는 의견과 디플레이션이 펼쳐질 것이라는 관측이 동시에 존재한다.

전자의 근거는 유동성이다. 미국 경기가 2차 경기부양책을 거론할 정도로 하강 기류를 타고 있지만 풀어놓은 유동성이 적지 않다는 것. 여기에 이른바 '디플레 수출국'이던 중국의 임금 인상과 물가 상승 역시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후자의 근거는 부채 축소다. 경제 전반의 부채 축소는 결국 신용 위축으로 이어지고, 수요가 줄어들면서 물가와 금융자산 가격이 하락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는 얘기다.

그럴 듯하지만 시원하게 갈증을 풀어주지 못하는 해석이 꼬리를 무는 가운데 금이 상품이 아닌 통화라는 주장이 가세했다. 금값이 반영하는 것은 달러의 구매력에 대한 투자자들의 판단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최근 금값의 강세는 달러의 구매력 약화를 암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이 통화라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향후 금값을 좌우하는 변수는 디플레나 인플레가 아니라 장기적인 달러화 약세 가능성이다. 실제로 1976년 여름부터 금값이 4년간 랠리했을 때 달러 가치는 4년간 평가절하됐다. 그리고 1980년 달러가 상승세로 방향을 돌리자 금값은 조정을 받았다. 뚜렷한 음의 상관관계를 보인 것. 반면 인플레는 금값과 의미있는 동조화 현상을 보이지 않았다.

온스당 1200달러를 웃도는 금 시세가 버블인지 여부를 가리는 판단 근거도 향후 물가보다 미국 경기의 향방에서 찾아야 한다. 물가 전망이 크게 엇갈리는 것과 달리 경기 전망은 대동소이하다. 극심한 하강이다.

과거 일본과 마찬가지로 미국은 제로금리에 대대적인 적자 재정을 동원했지만 경기를 살려내지 못했다. 양적완화와 경기부양책으로 풀어낸 자금은 실물 경기가 아닌 금융회사의 대차대조표에 흡수됐고, 잉여 유동성은 연준으로 역류됐다. 그리고 연준은 1조달러가 넘는 초과 지급준비금을 쌓아둔 채 2차 양적완화를 저울질하는 처지다.

미국 가계가 본격적인 부채 축소에 돌입하면 그 파장이 상당히 장기화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일본의 경험에서 짐작할 수 있다. 일본은 수출로 경기 부진을 상쇄했지만 쌍둥이 적자국인 미국은 그나마도 여의치 않다.

또 한 가지 변수는 달러의 신뢰성이다. 달러를 찍어내 침체를 적정선에서 막아낸 것까지는 미국이 가진 특권이었다. 하지만 달러의 대량 생산에 따른 신뢰성 훼손까지 막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들다. 달러 비중을 줄이고 유로화나 엔화 '사자'에 나선 주요국 중앙은행의 움직임은 달러의 추가 하락을 예고하고 있다.

금이 상품이 아닌 통화라면 미국 경기와 달러만큼 앞으로의 방향성이 뚜렷해 보인다.



황숙혜 기자 s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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