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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레가 뉴노멀이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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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까지 출구전략을 고심하던 미국이 추가부양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금융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취해왔던 양적완화 조치가 인플레 우려를 가져오면서 출구전략 필요성이 대두되는 듯 싶었지만 고용문제가 풀리지 않고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자 추가 부양책을 구사하는 쪽으로 정책변경에 나서는 모습이다.

인플레 우려가 있는 국가들은 지난 7월 금리 인상에 나섰다. 뉴질랜드, 한국,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 이스라엘, 캐나라, 브라질, 칠레 등 지구촌 곳곳에서 금리를 올렸다. 하지만 서브프라임 사태의 진앙지였던 미국과 유럽은 금리인상을 꿈꾸기 어려운 상황이며, 20년 넘게 디플레 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일본의 전철을 밟기 시작할 지 모른다는 우려를 현실로 인정해야 하는 처지다.
때문에 미국의 경우 금리 인상은커녕 제로금리 유지 기간의 표현을 현재의 ‘상당기간’에서 ‘특정한 시점’을 적시하는 쪽으로 명문화해 시장 일각에서 거론되는 금리 인상 우려감의 싹을 자르는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변화의 물결 속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책위원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 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준) 총재의 변신 선언은 오는 10일 FOMC 성명서의 문구가 상당히 바뀔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 10명의 FOMC 위원 중 단지 3명만이 출구전략 옹호 입장을 보이고 있다. FOMC가 열릴 때마다 금리인상을 주장하면서 만장일치 금리동결 결론에 찬물을 붓고 있는 토머스 호니그 캔사스시티 연준 총재를 필두로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준 총재와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준 총재가 더블딥 위험을 낮게 보면서 추가부양책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매파에서 돌변한 불러드 총재와 더불어 에릭 로젠그린 보스턴 연준 총재, 윌리엄 두들리 뉴욕 연준 총재는 부양책을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콘 부의장 후임으로 내정된 재넛 옐런 샌프란시스코 연준 총재와 공석 중인 2명의 이사 자리에 지명된 피터 다이어몬드 MIT 공과대학 교수와 새라 라스킨 메릴랜드주 금융규제위원장은 모두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입장을 공유하는 비둘기파다.
지난달 21일 상원 통화정책보고에서 미국 경제전망을 ‘예외적으로 불확실한 상황(unusually uncertain)’이라고 진단하면서 미증시 급락을 유발시켰던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다음날 하원에서는 추가부양을 통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수 있다는 쪽으로 말을 바꿔야만 했던 급박했던 상황까지 감안한다면 미국의 정책방향은 확정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디플레란 것이 빠지기 싫다고 빠지지 않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이 정책방향을 ‘인플레 우려’에서 ‘디플레 대비’로 바꾼다고 해서 일본식 디플레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최근 금리인상에 나서고 있는 국가들이 금리인하로 방향을 선회할 경우 글로벌 디플레 상황을 확신하게 만드는 근거가 되기 때문에 향후 글로벌 경제의 화두는 디플레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자본주의의 역사는 성장을 기초로 한 것이었다. 금리는 플러스여야 하고, 끊임없는 성장은 필수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디플레는 저성장을 넘어 제로성장까지 생각하게 만든다. 16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는 일본의 핵심 소비자물가에서 보듯 제로금리 상황에서 돈은 넘치지만 물가는 떨어진다.

이제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질서를 표현하는 '뉴노멀(new normal)'은 디플레로 정해진 듯 싶다. 성장과 금리의 '실질(real)'이 아니라 '액면(nominal)'조차 마이너스로 돌입할 지 모른다는 걱정을 미국이 실토할 정도라면 문제가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여기에 최근까지의 경기부양 조치가 고용창출과 큰 연관성이 없다는 점이 입증되면서 GDP를 높이는 것보다 실업률을 낮추는 것이 정책의 핵심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는 성장 중시정책 폐기의 단초로 작용할 수 있다. 플러스 금리가 사라지면 주가 밸류에이션의 기초도 사라진다. 디플레가 뉴노멀이 되면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는 셈이다.



홍재문 자본시장부장 j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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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문 기자 j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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