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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우의세상엿보기] 디스카운트 '1번'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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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우 시사평론가] 누군가에 의해 쓰여진 녹슨 어뢰 추진체 속의 또렷한 파란 글씨. 그 '1번'에 대한 호기심과 상처 입은 여당 프리미엄 '1번'의 명과 암(明暗). 선거의 전리품으로 뺏고 뺏기는 1번 깃발은 실로 피할 수 없는 정치적 '운명이다'.

박빙의 서울특별시장 후보 개표레이스는 갑남을녀들이 던진 한 표의 위력이 얼마나 가슴 두근거리는 드라마를 연출하는가를 실감케 한 선거사의 명승부 성대결이었다.
야당의 시각에서 보면 안희정, 이광재, 김두관, 송영길 후보 등에서 보듯이 국민들은 경쟁후보에 비해 보다 젊은 쪽으로 세대교체를 선택했음을 알 수 있다. 이들 친노 핵심세력들의 화려한 재기는 민주당의 외연이 호남을 벗어나서 수도권과 경남, 충청, 강원권까지 남북으로 관통하는 기반을 마련한 것을 의미한다. '사람 사는 세상'을 염원했던 '바보 노무현'의 원력이 고루 미쳐서일까. 반면에 한명숙 후보의 선전은 세대교체와는 다른 측면에서 여성의 정치적 미래를 각인시켰다. 여성 총리시대를 연데 이어 최초의 여성 서울시장이란 문턱에서 돌아섬으로써 차기 대선에서 극대화될 여성파워의 저력과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야권 연대에 의한 단일후보의 위력 또한 예전에 없었던 과실이다. 향후 다른 선거에서도 어렵지 않게 연대가 성사될 여지를 확인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경기도 유시민 후보와 부산의 김정길 후보가 얻은 40% 중반의 민주당 지지표는 의미 있는 패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역할은 경기도에서의 후보단일화 중재란 성과에만 머물지 않는다. 오랫동안 춘천에 칩거하며 이광재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원을 통해 더불어 그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신장시켰다는 부가적인 성과도 있었다.
한나라당의 처지에서 보면 역시 박근혜 전 대표가 움직이지 않는 선거의 한계를 다시 한 번 확인한 결과였다. 그녀가 움직일 명분과 공간을 주는데 인색했던 당 지도부의 한계를 반증한 선거로 역대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했던 공식을 답습하고 말았다.

충청권에서 교두보를 상실한 문제는 세종시 원안 수정문제에 대한 충청도민 다수의 반대의사가 표로 반영됐다고 해석된다. 정운찬 총리의 동분서주가 정치적으로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했다는 현실도 받아들여야만 한다.

한나라당이 불패의 성역으로 간주해 왔던 경남과 강원도를 실지(失地)한 상실감은 당분간 아픈 상흔으로 남을 것이다. 그 와중에도 서울 강남과 서초, 송파 등 소위 부자동네의 한나라당에 대한 애정을 확인한 선거였다.

더구나 '천안함 피격'이란 초대형 호재(?)를 앞세우고도 오히려 여당이 침몰하게 된 배경에 대해 진지한 자성은 필수적이다. 그런 전제가 없이는 2012년의 총선과 대선도 미래가 없다. 혹독한 전초전을 치른 후 재출정하는 비장하고 겸허한 자세라야 민심을 얻는다.

이번 선거는 가급적 표심을 노출하지 않으려는 유권자들로 인해 여론조사방식에 의한 당선자 예측에 신중한 처신이 요구됨을 교훈으로 남겼다. 박빙의 지역에서 표심을 감춤으로써 보수적인 미디어 매체들의 예측을 비웃고 여론조사 자체를 불신하게 만드는 의도성도 엿보였다.

하지만 미해결의 정치적 숙제 하나는 무소속 김두관 후보의 사례에서 보듯이 양당의 후보가 남의 근거지에서 당명을 걸고 승리를 하기엔 여전히 힘이 부치는 영호남의 배타성이다.

4년 전 당 대표가 얼굴에 칼을 맞는 유세 강행으로 싹쓸이했던 서울 25개 구청장들. 그중에서 살아남은 이가 과연 몇 명인지… '1번'의 추락을 보며 정치무상을 느낀다.



김대우 시사평론가 pdik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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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우 시사평론가 pdik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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