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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시각] 날씨 지배할 '유통 제갈량'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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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변화에 휘둘리는 매출 추이
적벽대전 승부 가른 '책략' 필요


[아시아경제 김종수 산업2부장]'적벽대전'의 승부를 가른 것은 날씨였다. 서기 208년 12월 하순, 유비와 손권이 이끄는 10만 연합군은 조조의 80만 대군과 양쯔강 남안의 적벽(赤壁)에서 맞닥뜨린다. 수적 열세로 위기에 몰린 연합군. 하지만 연합군에는 천기에 밝은 제갈량이 있었다.
그는 주유에게 "동짓날(음력 11월20일)부터 3일 동안 거센 남동풍을 빌려오겠다. 그때까지 기다리자"고 제안한다. 남동풍을 이용해 조조의 대군을 화공(火攻)으로 물리치겠다는 것. 결전의 날이 되자 제갈량의 '예언'대로 바람은 북서풍에서 남동풍으로 바뀐다. 결국 조조의 대군은 쏟아지는 불화살에 궤멸당한다.

당시엔 날씨가 전투의 승패를 좌우했다. 비가 오면 군사를 물려야 했고, 덥거나 추워도 전투가 어려웠다. 화공같은 계략을 쓸 때는 바람에 목을 맸다. 날씨에 좌우되는 '천수답(天水沓)'식 전투환경에서 날씨에 대한 정보야말로 역사의 흐름도 바꿀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날씨는 21세기인 지금도 여러 분야에서 변수로 작용한다. 경제에도 주요 변수다. 특히 유통, 패션, 식음료 분야가 그렇다. 3일째 강우와 함께 강풍까지 불었던 지난주 어느날, 커피 한 잔을 나누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한 맥주회사 중역은 "오늘은 정말 하늘이 밉네요"라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천안함 사태 이후 사회 전반적으로 '절제'와 '자숙' 분위기가 확산된데다 기온까지 뚝 떨어져 맥주 판매량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예년 같으면 슬슬 판매량이 늘었을 법한 아이스크림과 탄산음료, 여성 패션의류 시장도 사정은 비슷하다.

현대과학에서도 날씨를 정확히 예측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녹록지 않다. 기상청이 가끔씩 비난의 화살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유통가가 '얄궂은' 날씨만을 원망한다면 '천수답'식 영업에 안주하고 있음을 시인하는 셈이다.

실제 유통가 일각에서 새로운 변화와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달 어느 백화점에선 봄 신상품 소진율이 평균 50% 선을 웃돌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얼핏 생각해보면 봄 신상품이 잘 안팔릴 것 같은데도 소진율이 높다니 이해가 가지않는 기이한 현상이다.

이는 '겨울성 봄제품'과 '트랜스포머형 제품' 때문이다. 2007~2008년 봄에는 얄팍하고 하늘하늘한 원피스나 블라우스류가 인기였지만, 올해는 후드 탈부착, 조끼 탈부착, 안감 탈부착 등 다양한 형태의 실용적인 사파리와 점퍼류를 주력제품으로 내세워 재미를 보고있다. 변덕스러운 날씨를 또다른 기회로 삼은 '책략'이라 할 만하다.

국내 유통 및 식음료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게다가 국내시장에 상륙한 덩치 큰 글로벌업체들과의 경쟁도 만만치 않다. 조조의 수십만대군을 물리친 '제갈량 카드'가 그 어느때보다 필요한 실정이다.

한 대형마트 임원은 "국내 식음료 및 유통업체들도 마케팅 전략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일환으로 날씨를 마케팅에 연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귀띔했다. 1000만명에 달하는 자사 고객의 개별 데이터를 날씨와 연계한 뒤, 이들에게 맨투맨(Man to Man, 1대1) 방식으로 메일이나 문자를 보내는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식음료 업계와 유통가가 선진국 업체들과 달리 날씨를 이용하지 못하고 날씨에 끌려가는 '천수답'식 영업에서 하루속히 벗어나길 기대해 본다. 적벽(赤壁)의 제갈량은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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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수 산업2부장 kjs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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