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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저당 잡혔나 중국이 물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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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저당 잡힌 것일까, 중국이 '물린' 것일까.

2조 달러의 외환보유액과 2000억 달러의 국부펀드, 그리고 7764억 달러의 미국 장기채 보유. 빚더미에 올라 앉은 미국 앞에서 중국이 강해 보이는 이유다.
그런데 돈줄을 쥔 중국이 과연 강하기만 할까. 연초부터 미국 국채의 안정성을 경고한 중국은 보유 물량을 털어내고 싶은 심정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분대로 미국 국채를 팔아치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가격을 떨어뜨리며 매물을 쏟아냈다가는 자신들이 보유한 자산 가치가 함께 훼손되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중국은 호랑이에게 물리지 않으려고 등에 올라탄 채 버텨야 하는 상황이다.

세계 경제의 양대 축이 처한 상황은 표면적으로 미국이 자산을 중국에 저당잡힌 것으로 비쳐지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중국의 자승자박이라고 풀이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중국이 미국에 속칭 '물린' 셈이다.

미국이 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희망은 중국이 미국의 자산을 오래토록 저당 잡는 것이라는 <포스브> 최신호의 기사도 같은 맥락이다.
일부 경기 지표가 회복 조짐을 보이자 '그린 슈트(Green shoots)'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지만 미국이 처한 상황을 정확히 간파하지 않은 얘기라고 포브스는 꼬집는다. 과거 1980년대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어 미국 자산을 대량 매입, 수렁에서 건져내 줄 구원투수는 어디에도 없다는 얘기다. 중국은 공공연히 기축통화 변경을 주장하며 중화권을 필두로 위안화 결제를 늘리고 있다.

중국이 공격적으로 미국 국채를 팔 수 없는 상황이 미국 입장에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여유를 부릴 처지도 아니다. 미 연준(Fed)은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미국 경기를 회복시킬 수 있는 통화정책을 구사해야 한다. 적정 온도를 유지하지 못하면 극심한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도 있고,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치달을 위험이 상존하는 상황. 안전망 없이 20m 높이에서 외줄타기를 하는 것과 같다.

미국 국채에 대한 시장의 구미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지 않으면 국채를 발행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기 위해 연준은 더 많은 통화를 찍어내야 하고, 이는 궁극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연초 이후 미 국채 수익률은 지속적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경기 회복이 저해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고조되는 모습이다. 연준이 국채를 사들이면 금리를 떨어뜨릴 수 있으나 매입 비용을 조달하려면 결국 통화를 더 찍어내야 한다.

연준이 외줄타기를 멋지게 해내면 미국 경제의 V자 회복을 기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신용카드 연체 및 디폴트가 상승세를 멈추지 않고,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는 한 'V자'가 현실화되기는 어렵다. 뜨거운 쪽이든 차가운 쪽이든 연준의 정책이 실패할 경우 대공황과 같은 디플레이션이 재현되거나 1970년대 초인플레이션이 다시 도래할 수 있다.

미국이 기대할 수 있는 한 가지 희망은 은행이 주택을 압류하듯 중국이 미국 자산을 저가에 인수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중국 국부펀드 CIC가 미국 부실 상업용부동산을 매입하기 위해 민관합동투자프로그램(PPIP) 참여를 검토한다는 소식은 미국이 반기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이와 함께 미국으로 부동산 쇼핑을 나온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늘고 있다는 소식 역시 호재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은 이 같은 움직임이 지속되기만 기대할 뿐이다. 중국이 보유중인 미국 국채를 주식과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으로 바꾸는, 이를테면 '출자전환'이 이루어져야 미국이 침체에서 벗어나 성장 궤도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중국이 금리 인상을 초래하는 국채 투매라는 카드 대신 달러화 자산을 저당잡는 것이 미국을 회복의 길로 이끄는 열쇠인 셈이다.

황숙혜 기자 s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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