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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정의당의 리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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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선거운동 중지라는 극단의 카드를 들었다. 일종의 리셋인데, 정치는 가전제품이 아닌지라 일시적 충격요법으로 기능이 되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심상정과 정의당의 현재 상태를 천천히 뜯어보고 제대로 된 진단과 처방을 해야 할 것이다.


이번 대선판은 정책선거의 실종을 의미한다. 대중적 포퓰리즘과 거리를 두고 이념과 정책으로 중무장해 온 좌파와 진보정책의 본당이 제 모습이다. 심상정의 존재감 상실은 정의당의 실체 및 정책선거의 퇴색과 직결된다. 이에 심상정의 정치부활을 위한 고언을 하고자 한다.

정의당의 역사에 언제부터인가 명망가·명사·엘리트가 정책과 이념을 대체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노회찬과 심상정이라는 걸출한 슈퍼스타의 등장은 제3 정치세력에 대한 제도적 배려가 전혀 없었던 한국적 상황에서 분명한 단비였고, 진보정치는 원내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의회민주주의로의 합류는 명사정당적 대중화라는 애매한 정치노선과 함께 진보정치의 진화를 막는 결과를 초래했다. 실존하는 사회적 약자를 못보고 비례대표 선정에서도 당의 이념과 정책에 충실하지 못했다.


[시시비비] 정의당의 리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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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예가 21대 총선 비례대표 공천과정에서 여성 문제에 편중되면서 사회적 약자의 총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비정규직을 포함한 각계각층에서 소외된 시민들을 대변할 전위부대의 자리를 내줬다. 약자 대변 내지 대표성의 결여 외에도 전문성에서도 확실한 이념성과 경력이 불일치하여 정의당의 정체성에 혼란이 많았다. 애매모호한 정치와 정책 그리고 대응의 결과가 지금의 심상정과 정의당을 자초한 셈이다.


당의 모든 운영 비용과 후원을 진보연구기구에 집중하길 권한다. 정의당다운 정책연구가 이번 대선 기간동안 국민 눈높이에 맞게 완성돼야 한다. 진보 전문가들에게 대우와 자리 보장보다는 진보정당에 동참하는 보람과 사명감에 호소하면 아직도 인재영입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지지율에 매몰돼 정책선도 정당의 길을 잃어버려서는 안된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높은 지지율을 부러워 할 필요가 없다. 정권교체의 열기 위에서 나타나는 현상일 뿐 그 온도에 따라 매우 가변적일 수 있다.

심상정이 정의당의 본래 정신을 복원시켜 가는 게 진보 정치인으로서 제 몫을 하고 있는 것이고 기회는 언제든지 열려 있다. 대선국면에서 그의 선택지는 대통령이 되는 것과 정의당을 지속가능한 사회민주주의 진보정당으로 탈바꿈시켜 놓는 것이다. 진보의 영역을 확고히 할 때 외연확장의 좌표가 선명해진다. 소위 범여권과의 진보연대도 살아있는 한국정치의 상수이기 때문에 심상정의 실효적인 정치행동의 반경은 넓다.


아주 오래전의 필자의 한국 사회민주주의 정당에 관한 석사학위 논문에서 발견한 글귀다. "…유럽의 정치체제가 보수주의·혁신주의 균형속에서 좌·우의 극단적인 흐름을 차단하면서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사회적 평등을 동시에 구가할 수 있었던 주요한 원인 중의 하나가 사회민주주의 정당이 제1정당으로 등장한 점에 있다고 볼 때, 한국정당체계에 사회민주주의 정당의 등장은 정치과정 속에 필요한 정도의 다양한 이데올로기를 주입시킴으로써 정치의 동태성을 높일 수 있고, 무엇보다 정책 중심의 논의를 유도함으로써 정당정치의 진면목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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