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톺아보기] 국민연금, 산으로 가는 배(船)/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톺아보기] 국민연금, 산으로 가는 배(船)/
AD
원본보기 아이콘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부회장


국민연금의 존재 이유를 국민에게 물어본다면, 국민의 노후 자금을 불려 은퇴 시기에 되돌려주도록 관리하는 일이라는 상식적인 대답이 나올 것이다. 그런데 과연 지금의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생활 안정과 복지증진을 도모하는 사회보험제도로써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을까?

최근 국회예산정책처와 한국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적립금이 2039년에 적자로 전환되고 2055년에는 소진된다고 한다. 2018년의 예측보다 2년이나 앞당겨진 것이다. 국민연금 운용에 대한 불안을 키우고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10월, 국민연금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허종식 의원에게 제출한 ‘국민연금 기준소득월액 상·하한 조정방안 검토를 위한 인식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제도를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긍정 답변은 31.1%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2030세대는 그들의 노후에 국민연금 수령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 큰 의문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에서 노령화가 가장 빠르고, 출산율은 최저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집중해야 할 과제는 국민연금의 본질인 기금 확충이다.


국민연금은 기금의 약 20%를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고, 기업경영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도 270개가 넘는다. 자국 기업투자 비율이 극히 낮거나, 투자 한도를 정해 둔 해외 연기금과는 달리 국민연금은 국내 기업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국민연금 운용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기금운용위원회에는 정부 인사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정권에 따라 국민연금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부와 독립된 별도 기구가 운용하거나 외부 운용사에 위탁하는 해외 연기금과 비교해 독립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기도 하다.

2020년 수익률이 20%를 넘는 캐나다의 국민연금(CPP)은 민간전문가들로만 구성된 연금 이사회가 기금운용을 책임지고 있다. 정치권의 개입을 막고 수익률 제고에 몰두할 수 있는 연금의 지배구조가 높은 수익률의 밑거름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과 노르웨이도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정치적 이해관계로부터 독립된 전문가들이 운용을 담당한다.


최근 국민연금은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영진을 대상으로 대표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른 수탁자 의무 이행이라는 명분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막대한 자원을 투입해 승소하더라도 국민연금이나 연금수급자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없다. 반면 기업은 소송 결과와 관계없이 이미지 손상을 입고 시장의 신뢰를 잃어 주가가 내려갈 것이다. 기업이 소송에 휘말리는 것은 국민연금의 ‘제 살 깎아 먹기’이며, 운용수익에 도움 될 리 만무하다.


장기 주주가치 제고와 수탁자 의무 이행이라는 그럴싸한 명분 아래 기업을 압박하는 것이 과연 국민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여 수익을 내야 하는 국민연금의 본질에 맞는 것일까. 현재 상태로는 ’90년생부터는 국민연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예측에 국민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 자금 관리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여 국민의 신뢰와 수익률을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할 때다. 무엇보다 국민연금의 독립성을 확보해서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은 멈춰야 할 것이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포토] 12년만에 서울 버스파업 "웰컴 백 준호!"…손흥민, 태국전서 외친 말…역시 인성갑 "계속 울면서 고맙다더라"…박문성, '中 석방' 손준호와 통화 공개

    #국내이슈

  • 디즈니-플로리다 ‘게이언급금지법’ 소송 일단락 '아일 비 미싱 유' 부른 미국 래퍼, 초대형 성범죄 스캔들 '발칵' 美 볼티모어 교량과 '쾅'…해운사 머스크 배상책임은?

    #해외이슈

  • [이미지 다이어리] 누구나 길을 잃을 때가 있다 푸바오, 일주일 후 中 간다…에버랜드, 배웅시간 만들어 송파구 송파(석촌)호수 벚꽃축제 27일 개막

    #포토PICK

  • 기아, 생성형AI 탑재 준중형 세단 K4 세계 첫 공개 벤츠 G바겐 전기차 올해 나온다 제네시스, 네오룬 콘셉트 공개…초대형 SUV 시장 공략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코코아 t당 1만 달러 넘자 '초코플레이션' 비상 [뉴스속 기업]트럼프가 만든 SNS ‘트루스 소셜’ [뉴스속 용어]건강 우려설 교황, '성지주일' 강론 생략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