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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경제읽기]가까이 다가온 우주…민간투자 더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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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도였던 우주 개발
스페이스X·블루오리진 등 민간기업으로 주도권 넘어와
2030년 우주산업 규모 1조4000억달러로 확대 전망

오는 21일에 한국형 로켓 누리호가 발사된다. 설계부터 개발, 제작, 발사까지 전 과정을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수행한 첫 발사체로, 누리호가 발사에 성공하면 한국은 자체 발사체로 위성을 쏘아 올리는 세계 7번째 나라가 된다.


우리 경제가 세계에서 10번째 위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우주 개발에 참여가 좀 늦은 감이 있다. 미국과 미사일협정으로 발사체 연구개발에 제한이 있어 해당 부문이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영향으로 위성을 만드는 기술은 이미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지만 위성을 우주에 쏘아올리는 발사체인 로켓이나 우주 탐사선 개발은 국제 수준에 한참 못 미쳤던 게 사실인데 누리호 발사가 둘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매개체가 될 것이다.

누리호 발사가 성공하면 다음은 고체 엔진 발사체 개발이 예정돼 있다. 누리호는 75t급 액체 엔진 4기로 이루어진 1단 엔진과 75t급 액체 엔진 1기로 구성된 2단 엔진, 7t급 액체 엔진 1기로 이루어진 3단 엔진으로 구성돼 있다. 액체 엔진은 액체로 된 연료와 산화제를 발사 예정 2, 3일 전부터 주입해야 하지만 고체 엔진 발사체는 액체 엔진에 비해 빠르게 연소되는 고체 연료로 추동력을 얻기 때문에 미리 주입 없이 필요할 때 곧바로 발사할 수 있다.


국내 우주 개발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또 한 부문은 인공위성이다. 현재 차세대 중형 위성 개발이 한창인데 지난 3월 지상 관측 위성인 한국 차세대 중형 위성 1호를 러시아 소유즈 로켓에 실어 궤도에 진입시켰다. 두 번째는 민간 기업인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우주항공연구원으로부터 이전받은 기술을 이용해 내년 1월까지 차세대 중형 위성 2호를 개발하는 것으로 짜여있다.


오랜 시간 정부 주도하에 진행돼 오던 우주 개발이 2010년 중반에 민간 기업으로 주도권이 넘어왔다. 그 덕분에 과거 명성이 높았던 나사(NASA)나 유럽우주기구(ESA), 러시아연방우주국의 이름이 사라지고 그 공백을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버진갤럭틱 같은 미국 민간 기업이 채우고 있다. 이렇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이 우주 왕복선 개발에 열을 올리던 시절 나사의 한 해 예산이 미국 전체 예산의 4%까지 올라갔다.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던 미국 정부가 민간에 우주산업의 문호를 개방했다. 지금 나사는 개발된 기술을 민간에 돈을 받고 제공하든지, 발사시설을 임대해 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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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기업은 우주 개발을 통해 어떤 사업을 하려는 걸까? 먼저 6세대 이동통신(6G)을 들 수 있다. 지구 저궤도에 수없이 많은 통신위성을 올려 어디서나 빠른 데이터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사업이다. 여기서 말하는 ‘어디서나’는 지상뿐 아니라 해양, 항공 모두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스페이스X가 계획하고 있는 스타링크 계획이 대표적인데 6세대 이동통신으로 데이터 전송이 빨라지면 사람과 사람간 통신은 물론, 사물간 통신인 사물인터넷(IoT)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다. 자동차 자율주행도 정교해져 관련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우주여행이다. 지금은 우주를 한번 여행하는데 스페이스X의 경우 2000억원, 버진캘럭틱은 1인당 2억5000만원이 필요하지만 앞으로 기술 발전이 이뤄지면 우주 여행이 일반화될 가능성이 있다.


세 번째는 3D 바이오 프린팅이다. 3D 프린터로 인간이 조직과 장기 등을 인쇄해 이식하는 3D 바이오 프린팅에서 중력이 큰 장애물이 된다. 인간의 장기 대부분이 연하고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제작과정에 중력의 제약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우주 공간은 중력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으므로 3D 바이오 프린팅 기술을 구사하기 좋은 곳이다.


네 번째는 광물탐사다. 달 표면에는 ‘헬륨-3’라는 희소자원이 존재하고 있다. 헬륨-3 1t을 핵융합 하면 석유 1400만t, 석탄 4000만t과 맞먹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방사능 폐기물도 거의 나오지 않는데 달 표면에는 헬륨-3가 최소 100만t이 존재하는 걸로 추정되고 있다. 인류가 1만년동안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다.


해외 투자기관들은 이런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2030년에 우주 산업 규모가 1조4000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5년 전에 모건스탠리가 2040년에 우주산업 시장 규모가 1조달러 정도 될 것으로 추정했던 것과 비교하면 짧은 시간에 더 크게 성장하는 형태로 전망이 바뀐 것이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우주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의 가치도 높아졌다. 스페이스X가 대표적인데 기업가치가 1003억달러(120조원)를 넘었다. 소셜미디어틱톡 소유주인 중국 바이트댄스에 이어 전세계 비상장사 중 2위이며 세계 최대 방위산업체인 록히트마틴보다 시가총액 규모가 크다. 우리나라 우주 산업 규모도 계속 커지고 있다. 2010년에 우리 기업의 우주 산업 매출액이 7960억원이었는데 2019년에 3조2610억으로 늘었다. 9년간 시장 규모가 4배 이상 증가해 연평균 17%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전세계 우주 산업은 정부가 주도하고 소수 관련 민간 기업이 참여하는 1단계를 거쳐 정부가 우주 개발을 위한 수요의 대부분을 제공하지만 필요한 장비 공급은 민간 기업이 해결하는 2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속도가 더 빠른 미국 같은 경우 계획수립, 예산확보, 개발, 활용 등 모든 걸 민간 기업이 맡아서 해결하는 뉴스페이스(New Space) 단계로 향해 가고 있다. 우주 산업이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는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1863년에 프랑스 소설가 쥘 베른이 ‘20세기 파리’라는 작품을 썼다. 쓰고 나서 보니 자신도 황당했는지 발표를 하지 않은 채 사망했다. 130년이 지난 1994년에 그의 증손자가 원고를 발견해 책으로 만들었고 곧바로 베스트셀러가 됐다. 쥘 베른이 예상한 20세기는 유리로 된 고층빌딩, 에어컨, TV, 고속열차, 인터넷 등 현재 파리와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 생소한 것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진다. 우주 산업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황당해 보이지만 앞으로 20~30년 후에는 소설처럼 얘기했던 우주가 현실이 돼 있을 것이다. 여기에 뒤떨어지지 않으려면 우리도 지금부터 우주 산업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 누리호의 성공적 발사를 기원한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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