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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웨이브] 오징어게임과 게임 셧다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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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웨이브] 오징어게임과 게임 셧다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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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누구나 한번쯤 해본 전통놀이를 소재로 우리나라 배우와 감독이 만든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핫한 콘텐츠 이슈가 됐다. 글로벌 OTT 순위 집계 사이트에 따르면 넷플릭스 전세계 1위를 18일째 유지하고 있다. 순위가 집계되는 83개국 중 77개국에서 1위를 기록했다.


그냥 드라마만 인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놀이, 옷과 같은 소품들이 트렌드를 이끌어가고 있다. 한국의 전통놀이가 전세계 사람들의 관심을 한순간에 흡수하는 저력을 발휘한 것이다. ‘문화의 힘’이 바로 이런 것이라는 것을 더 없이 잘 보여주고 있는 요즘이다.

동심을 자극하는 소재와 다르게 드라마의 내용은 청소년불가 등급이다. 놀이에서 진 사람들이 죽임을 당하는 장면이 생생하게 보여지는 까닭이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이런 의외성이 전세계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핵심 포인트였으리라. 만일 어른들이 동심의 세계에 모여서 사이좋게 놀다가 적절하게 돈을 나눠가지고 사이좋게 헤어지는 해피엔딩이었다면 어땠을까. 도덕이나 윤리적으로 문제는 없었겠지만 룰도 모르는 낯선 놀이에 전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라며 투자할 제작자는 단연코 없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오징어게임이 흥행하자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보도되기 시작했다. 다양한 경로로 접하게 되는 콘텐츠가 청소년들의 정서와 모방행동을 걱정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사실 이런 걱정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사안일 것이다. 자녀들에게 좋은 것만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으랴만, 온라인 콘텐츠 세상은 부모보다 아이들이 더 해박한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10대 중반의 자녀를 둔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일은 청소년을 보호하자면서 넷플릭스 셧다운제를 주장하는 일은 없었다는 점이다. 지난 10년동안 청소년 게임 셧다운제를 시행한 학습효과가 아니었을까 짐작한다.


지난 8월 청소년 게임 셧다운제가 여야합의로 폐기되었다. 콘텐츠산업으로 보나 청소년의 교육의 측면으로 보나 다행스러운 일이다. 심야에 청소년들이 게임에 접속하지 않는다고 해서 게임중독이 예방된다거나 청소년의 수면이 늘어나는 효과와 연결되지 않았다는 점이 표면적인 이유였다. 하지만 더 심층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간 관행적으로 추진하던 청소년의 콘텐츠 정책의 실패를 국내외에 알리는 정책전환의 신호라고 말이다.

아이들은 본 것을 아무것이나 따라하지 않는다. 부모들이 뉴스를 좋아한다고 부모가 보는 뉴스를 따라보지 않는다. 부모가 게임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이들이 게임을 피하는 것은 더더군다나 아니다. 아이들이 보고 따라하는 것이 있고, 따라하지 않는 것이 분명히 있다. 어떤 것을 따라하고 싶은지, 혹은 어떤 것은 따라하고 싶지 않은지를 유형이나 이유를 부모와 대화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실용적이고 바람직한 교육이 있을까. 오징어게임을 청소년들이 봤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관심과 걱정의 핵심이 되어서는 안된다. 벌써 몇 주째 수많은 미디어와 포털에서 오징어게임으로 떠들썩한데 이 내용을 전혀 모른다거나 관심을 갖지 않았다면 이것이 더 걱정거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콘텐츠지형이 셧다운제와 같은 전근대적 방식으로 막아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은 이미 오래전에 넘어섰다. 그 대신 튼튼한 배를 만들어야 한다. 거대한 콘텐츠라는 대양을 헤쳐나갈 수 있는 그런 배 말이다. 그래야 콘텐츠도 살고 청소년들의 미래도 더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시발점으로 강제적 게임 셧다운제를 대신해서 자리잡은 선택적 게임 셧다운제를 전향적인 폐지하는 과감한 정책결단을 기대해본다.


이장주 ‘게임세대 내 아이와 소통하는 법’ 저자·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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