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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모든 문 뒤엔 다이너마이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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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모든 문 뒤에는 다이너마이트가 있다(Dynamite behind every door)."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특종 기자인 밥 우드워드 전 워싱턴포스트(WP) 기자를 만나 이런 말을 던졌다고 한다. 우드워드는 최근 발간한 저서 '분노(Rage)'에서 올해 2월 트럼프 대통령과의 인터뷰에서 있었던 발언이라고 소개했다.

'문 뒤에 다이너마이트가 있다'는 말은 주로 군(軍)에서 쓰인다. 전시상황에서 가가호호를 일일이 수색할 때 문 뒤에 폭탄이 숨겨져 있을지 모르니 조심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수행할 때 늘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이 발언을 내놨다.


우드워드가 주목한 것은 이 말을 던진 사람이 다름 아닌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점이다. 그는 저서에서 "솔직히 놀랐다"면서 "대통령직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문구"라고 평가했다.


우드워드의 평가는 충분히 공감할만하다. '모든 문을 조심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그의 평소 언행을 고려하면 의외로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정치인이라면 으레 갖는다는 '정치적 올바름'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이어왔다. 거친 발언과 편가르기식 선거운동으로 지지자들의 속내를 대변했고 대권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4년 내내 한결같은 스타일을 유지했다.


재선에 도전한 상황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운동 스타일은 변하지 않았다. 최근 이틀 동안에도 '수위 높은' 발언은 손에 꼽을 정도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와 미시간 주지사를 향해 "감옥에 가두라"고 일갈한데 이어 바이든 부자를 싸잡아 "범죄기업"이라고 맹비난했다. 자신의 행정부에서 일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는 보건전문가에 대해선 "재앙"으로 표현했다. 대통령(President)의 영어 어원인 '통할(Preside)'과는 거리가 먼 리더십이다.


우드워드에게 했던 말은 그래서 더 주목을 끈다. 결국 대중에게 각인된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힘든 처지라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이 각종 공개발언을 통해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직의 무게감을 알고 있지만 '센' 이미지로 인기를 얻은 만큼 돌이키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후 불안에 떨었다고 한다. 중증치료제까지 투입할 정도로 초기 상태는 좋지 않았다. 하지만 트윗으로 "여전히 좋다"고 썼고, 입원 사흘만에 병원에서 퇴원했다. 마스크도 과감히 벗는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의학 전문가들이 무모하다고 우려했지만 아랑곳 않았다. 지지자들의 기대를 부응하기 위한 행동이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 보좌관은 자신의 SNS에 아버지인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을 종종 올린다. 손자들과 백악관 집무실에서 다정스런 포즈를 취하는 스틸컷이 많다. '아버지로서의 대통령은 전형적인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다.


선거일까지 2주를 남겨둔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바이든 후보에 밀리고 있다. 전국 지지율 격차는 10% 안팎에서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대선을 판가름하는 경합주에서는 '트럼프가 당선돼선 안된다'며 우편투표와 사전투표 행렬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전 세계도 그가 재선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가 우드워드에게 건넨 말처럼 대중 발언도 신중했다면 어땠을까. 그의 꺾이지 않는 강한 발언이 재선의 길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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