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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실패를 인정할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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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최초의 엔지니어링 디렉터 알베르토 사보이아가 발간한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 일독을 권한 사람은 굴지의 대기업에서 근무한 전 최고경영자(CEO)였다. 삼성과 LG 브랜드 스마트폰과 현대기아자동차 차량이 유난히 중국에서 고전하는 까닭이 무엇일까 격없는 토론이 오간 자리에서다.


중국 스마트폰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던 삼성전자가 '짝퉁 애플' 샤오미에 밀려 순간 고꾸라지기 시작한 건 2014년께다. 불과 5~6년 사이에 삼성 로고가 박힌 스마트폰을 든 중국인은 찾아보기 힘들다. 부의 상징인 고급 스마트폰도 삼성보다는 애플을 선호한다. 최대 시장 중국을 제쳐두고도 전 세계 스마트폰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삼성인데 유독 중국에서만 약세다. 삼성전자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5% 내외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미주(32%)와 유럽(19%)이 절반 이상을 담당한다.

삼성전자 일부 사업부 내에서는 '계륵'으로 전락한 중국시장을 두고 '혁신의 역설'과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구매력은 달리는데 좋은 상품을 지나치게 앞서 내놨고 과도하게 진솔한 판매망 관리가 오히려 일을 그르쳤다는 뒤늦은 반성과 함께. 쉽게 말해 '국뽕'에 취해 가성비 좋은 스마트폰만 찾아다니는 중국인 마음을 읽지 못한 채 '묻고 더블로 가'만 외친 셈이다.


중국에 로컬 완성차 회사가 없던 시절 국민차 노릇을 하던 현대차는 어떤가.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THAAD·사드) 배치 갈등이 결정타였다지만 토종 브랜드에 밀려 시장 도태 조짐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내부적으로 이상 분위기를 감지했지만 줄줄이 전략적으로 내놓은 신차는 번번이 실패했다. 현대차 중국 생산 대수는 지난해 66만대까지 내려왔다. 2만명을 훌쩍 넘던 중국 내 인력은 1만5000명 미만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시장에서의 점유율은 3% 안팎에 그친다. 삼성과 현대차는 그나마 형편이 낫다. LG, 롯데 브랜드는 중국에서 아예 자취를 감췄다. 사업을 근근이 영위하고는 있지만 사실상 철수나 다름없다.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에서 저자는 이런 상황을 '시장의 실패'라고 정의한다. 신제품에 투자했지만 시장 기대에 못 미치거나 기대에 어긋난 결과를 낸 것을 두고 말이다. 재밌는 건 여러 결과 중에서 가장 확률이 높은 것이 '실패'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 우리는 절대로 실패하지 않는다는 사고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는 것이 성공 확률을 그나마 높인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극단적으로 얘기해 신제품의 90% 이상은 실패하기 때문이다. 사보이아가 이 책을 펴낸 것도 '완벽했던 우리의 아이디어는 왜 처참하게 실패했을까'라는 자문에서 비롯됐다.

그렇다면 기업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실패 공포증부터 떨쳐내야 한다. 실패에 관대하고 나아가 실패를 연구하는 기업문화 조성에 관한 이야기다. 기업이 해야 할 그 다음은 아이디어에 대한 끊임없는 시장 검증이다. 사보이아는 머릿속에 구상한 아이디어를 값싸고 신속히 검증하는 프리토타입(Pretotype)을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시장 실패 가능성을 낮추는 최선의 경영 기법이라고 했다.


우리 기업의 경우 중국에서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타이밍을 놓쳤다. 실패를 받아들이고 책임져야 한다는 두려움을 뒤로하고 수치적 원상 복구에만 매달린 결과가 아닐까.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는 데는 소홀했기에 실패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게 이날 대화의 요지였다. 잘못 꿴 첫 단추를 푸는 단계로 되돌아가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도.


산업부 김혜원 차장 kimhye@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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