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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칸]'헌트' 이정재, 우리가 알던 배우는 이제 없다[슬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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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슬의 슬기로운 씨네리뷰]

75회 칸 영화제 현장
이정재 연출 데뷔작 '헌트' 공개
감각적인 미장센·정교한 액션
80년대 배경, 어떻게 다가갈까
칸에서 빛난 '영화 사랑'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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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프랑스)=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이런 날이 올 줄이야. 국내 배우가 칸 영화제에서 감독으로 데뷔하는 것도 놀라운데, 줄이 길 끝까지 늘어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콘텐츠 종주국의 자부심이 칸에서 끝없이 차올랐다. 단지 배우의 인기에 지나지 않았다. K컬처가 지닌 엄청난 파급력은 우리가 아는 것, 그 이상이었다.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일찌감치 몰려들었다. 20일 0시(현지시간) 뤼미에르 극장에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 초청작 '헌트' 프리미어 상영회가 열렸다. 국내외 시선이 'JJ LEE'에게 쏠렸다. 일찌감치 그의 영화를 보기 위한 사람들로 길게 늘어선 줄이 그를 향한 세계적인 관심을 나타냈다.

현장에 이정재와 배우 정우성이 모습을 드러내자 장내 시선이 모였다. 제작자 한재덕 사나이픽쳐스 대표 등 '헌트' 팀은 레드카펫을 지나 뤼미에르 극장에 들어섰다. 이정재는 다소 상기된 얼굴로 이정재는 객석에 앉기 전 인사를 건넸고, 이후 불이 꺼졌다 켜지면서 영화가 시작했다. 시작과 동시에 존중과 격려의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남파 간첩으로 몰아가라!.' 공개된 '헌트'는 안기부 해외팀 박평호(이정재 분)와 국내팀 김정도(정우성 분)이 조직 내 스파이로 인해 주요 작전이 실패하고 이를 따라가는 심리전이 주를 이룬다. 스파이 동림 색출 작전을 시작한 이들은 스파이를 통해 일급 기밀 사항이 유출되자 위기를 맞는다. 서로 견제하면서 의심의 골이 깊어진다. 박평호와 김정도 사이에는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헌트'는 실제 사건에 영화적 상상력을 가미한 픽션이다. 영화를 보고 나면 실제 떠오르는 역사적 사건과 실존 인물이 존재한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만큼, 꽤 구체적으로 떠오르는 이름과 시대적 소용돌이에 휩쓸려 간 얼굴이 겹쳐진다.

무엇보다 영화의 백미는 작정하고 만든 스타일리시한 액션이다. 총격 장면의 비중이 매우 높고, 시원하게 주고받는 액션도 인상적이다. 강렬한 누아르풍 색채를 짙게 품은 미장센이 영화의 여운을 더한다. 빠르게 돌아가는 화면 전환은 굉장히 감각적이고 상업적으로 돋보인다. 보기에 따라 다소 어렵거나 속도가 벅찰 수도 있지만, 꽤 정교하게 공을 들인 티가 난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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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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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혜진이 없어서는 안 될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다. 여기에 '신세계' 패밀리 황정민·박성웅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주지훈·김남길·이성민·유재명·조우진·정만식 등 눈부신 카메오 군단이 줄지어 나오면서 또 다른 볼거리를 준다. 국내 관객들은 최정상 배우들이 단역으로 등장하는 모습에 웃음이 터지지 않을까.


다만 영화를 지탱하는 한국의 역사적 배경이나 엄혹한 시대, 서슬퍼런 군부 독재의 아픔을 관통하는 만큼 해외 관객에게는 다소 이해가 어려웠을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지우고 봐도 액션과 첩보물로서 장르적 비중이 높아 오락 영화로 볼 만하다. 이정재 감독이 시나리오를 직접 쓴 바. 신인 특유의 과감한 전개와 노력이 돋보인다.


이정재 감독이 스포일러 레터를 직접 쓰면서 반전과 후반부 전개에 대한 언급을 피해 달라고 당부한 바. 영화를 보고 나면 이유 있는 당부라는 걸 알 수 있다. 핵심 내용을 모르고 볼 권리는, 예비 관객에게도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할 듯하다. 관객이 '헌트'를 잘 즐기기 위한 최고의 방법이다.


이 감독은 영화 상영이 끝난 후 쏟아지는 박수를 가르며 "영화를 재미있게 보셨기를 바란다.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자신이 만든 영화를 처음 선보이는 부담감에 마이크를 잡은 손은 떨렸다.


프랑스 누벨바그 핵심 인물이자 역사상 대표적인 시네필이기도 한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은 "영화를 사랑하는 첫 번째 방법은 같은 영화를 두 번 보는 것이며, 두 번째는 영화평을 쓰는 것이고, 세 번째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를 사랑하는 세 번째 방법을 이룬, 그것도 무려 칸에서 꿈을 이룬 이정재에게 축하를 전한다.


이제 이전까지 우리가 알던 배우 이정재는 없다. 영화를 사랑하는 감독이자 배우 이정재가 있을 뿐이다.


칸(프랑스)=이이슬 기자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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