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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스크린독과점 고속도로에 신호등이 웬 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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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시민들이 영화 관람을 위해 티켓을 구매하고 있다. 반값 할인권 배포와 신작 개봉, 무더운 날씨 등이 맞물리면서 침체에 빠져 있던 극장가가 조금씩 활기를 찾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14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시민들이 영화 관람을 위해 티켓을 구매하고 있다. 반값 할인권 배포와 신작 개봉, 무더운 날씨 등이 맞물리면서 침체에 빠져 있던 극장가가 조금씩 활기를 찾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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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테넷'은 지난달 26일 개봉 전 유료 시사회를 열었다. 단발성이 아니었다. 지난달 22일과 23일 스크린 593개에서 2465회 상영됐다. 동원 관객 8만4706명으로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했다. 배급사 워너브라더스코리아는 20~30대의 입소문을 기대했다. 관람평 등의 정보를 먼저 확인하는 경향이 있어서다.


CGV 조사에 따르면 2018년 관객이 영화 관람 전 찾아보는 정보 수는 20~24세 4.1개, 25~29세 3.8개, 30~34세 3.4개, 35~39세 3.6개다. CGV 관계자는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며 "배우, 감독, 예고편 같은 내적 요인만 갖고 영화를 선택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호평 일색인 영화에 유료 시사회는 흥행으로 가는 지름길. 그러나 '테넷'에는 가시밭길이 됐다. 16일까지 관객 150만 명도 동원하지 못했다.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유난히 난해한 내용이다. 기대에 못 미친 성적은 극장가의 가뭄으로 이어졌다. '테넷'이 개봉한 8월 26일부터 9월 16일까지 22일간 전체 관객 수가 213만9486명에 그쳤다.


극장 관계자들은 "박스오피스를 주도할 만한 영화가 '테넷'밖에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개봉이 취소되거나 연기하는 영화가 속출해 피해를 봤다"고도 했다. 일부 배급 관계자의 생각은 다르다. 요약하면 이렇다.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도 있었으나 '테넷'이 유료 시사회까지 진행하며 좌지우지하는 판에 끼어들 엄두가 나지 않았다."


영화 개봉은 눈치 싸움이다. 기대작의 개봉일은 일단 피하고 본다. 스크린 확보, 화제성 유도 등에서 제약을 피할 수 없는 까닭이다. 결국 제작비 등의 부담이 덜한 영화들만 틈새시장을 노린다. 턱없이 부족한 스크린 수를 감수하면서까지 입소문에 기댄다.

영화 '테넷' 스틸 컷

영화 '테넷'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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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넷' 같은 대형영화의 유료 시사회는 이런 기회를 빼앗는 폭력이다. 이미 개봉한 영화들에 상영 횟수 감소 같은 출혈을 요구한다. 대형영화와 함께 개봉하는 영화들의 처지도 마찬가지다. 극장들은 통상 흥행이 검증된 영화에 많은 스크린을 부여한다. 실제로 '테넷'은 개봉일 상영 점유율이 63.5%에 달했다. 7일 연속 60% 안팎을 유지했다. 유료 시사회가 스크린 독과점을 부추긴 셈이다.


영화진흥위원회는 폐단을 막고자 지난달 10일부터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서 공정신호등 서비스를 운영한다. 특정 영화에 상영 기회가 쏠리는 현상을 차단하고자 도입한 선별 방안이다. 하루 상영 기회 집중도를 산출하고 상영 횟수 점유율이 40% 이상이면 노란색, 50% 이상이면 빨간색으로 표시한다.


그러나 실효성은 조금도 기대할 수 없다. 통합전산망 접속자 수가 많지 않은 데다 데이터마저 부실하다. 적신호가 켜진 영화나 극장에 제재를 가하지도 않는다. 그야말로 이름 좋은 하눌타리다.


역설적이게도 공정신호등 서비스 첫날,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상영 점유율 58.8%를 기록했다. 이튿날에도 58.4%로 적신호를 켰다. 지난달 12일부터 19일까지 8일 동안에는 노란불을 밝혔다. 이런 흐름은 '테넷'에서 그대로 재현됐다.


주기적인 논란에도 영진위는 뒷짐만 지고 있다. 스크린 독과점이든 유료 시사회든 시장에 개입할 수 없다며 나 몰라라 한다. 영화인들에게 자정을 요구할 단계는 지났다. 이미 많은 영화가 스크린도 제대로 얻지 못한 채 사장됐다. 대형영화들이 쌩쌩 질주하는 고속도로에 신호등은 아무 쓸모가 없다. 과속방지 카메라 설치로 딱지를 떼야 할 때가 아닐까.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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