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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반대" 외쳤던 디즈니, 왜 '뮬란 보이콧' 대상 됐나 [김가연의 시선 비틀기]

최종수정 2020.09.17 13:07 기사입력 2020.09.17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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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에 감사" 디즈니 '뮬란' 소수민족 인권 탄압 논란
관객들 '보이콧뮬란' '뮬란불매' 비판…예매율 저조
시민단체 "참담한 폭력 소비할 수 없다"

17일 개봉하는 디즈니 신작 영화 '뮬란' 스틸컷/사진=네이버 영화

17일 개봉하는 디즈니 신작 영화 '뮬란' 스틸컷/사진=네이버 영화



[아시아경제 김가연 기자] 디즈니 신작 영화 '뮬란'이 오늘(17일) 개봉한 가운데, 관객들 사이에서는 뮬란을 관람하지 않겠다는 '불매운동'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주연배우 유역비의 '홍콩 경찰 지지' 발언에 이어, 디즈니가 중국의 인권탄압을 옹호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다. 관객들은 디즈니가 다양성을 내세운 콘텐츠를 제작해온 만큼 이 같은 행보가 더욱 실망스럽게 느껴진다며, SNS 해시태그 운동 등을 통해 불매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1998년 개봉한 동명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영화 '뮬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개봉이 수차례 연기됐다가, 지난 4일 디즈니의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공개됐다.

그러나 공개 직후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촬영이 진행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제작진이 엔딩 크레딧을 통해 "(촬영에 협조해준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의) 투루판 공안국에 감사를 표한다"고 밝혀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신장위구르 자치구는 중국 정부가 소수민족에 대한 인권 탄압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곳으로, 신장위구르족(이슬람교를 믿는 중국 소수민족) 등 100만 명이 넘는 인원이 '재교육 수용소'에 강제 수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다 보니 디즈니가 인권탄압을 묵인 및 정당화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 "(뮬란이) 민족주의와 맹목적 애국주의를 조장하는 중국 공산당 정책에 대한 분노를 끌어당기는 자석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화당 소속 톰 코튼 아칸소주 상원의원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디즈니가 중국의 현금에 중독됐다"고 비판했다.


아이작 스톤 피시 아시아소사이어티 선임연구원은 같은 날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디즈니는 (중국의) 반인륜적 범죄를 정당화하는 것을 돕고 있다"며 "1946년 영화 '남부의 노래' 이후로 뮬란이 디즈니에서 가장 문제가 많은 영화가 됐다. 신장 지역 촬영을 위해 디즈니가 (중국과) 부끄러운 타협을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디즈니가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정치적 올바름(PC·Political Correctness)을 중요 가치로 내세운 콘텐츠를 꾸준히 내놓은 만큼 이런 행위를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적 올바름이란 인종, 성별, 종교, 성적지향, 장애 등에 따른 차별과 편견을 지양하고, 미디어 내에서 사회적 소수자가 가시화되도록 하자는 움직임 등을 일컫는다.


디즈니는 지난 6월1일 "인종차별에 반대한다. 흑인 노동자, 흑인 커뮤니티와 함께 대항해야 한다"며 흑인 인권운동을 지지하고 나선 바 있다. '소수민족의 인권을 외면하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논란이 지속하고 있으나 디즈니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디즈니는 앞서 각종 이슈에 발 빠르게 대처해온 바 있기 때문에, 중국 시장을 겨냥한 '차이나머니'를 인권 보다 앞세웠다는 비판도 이어진다.


SNS 상에서 진행중인 '보이콧뮬란', '뮬란불매' 등 해시태그 운동/사진=세계시민선언 페이스북 캡처

SNS 상에서 진행중인 '보이콧뮬란', '뮬란불매' 등 해시태그 운동/사진=세계시민선언 페이스북 캡처



이 같은 비판은 미국뿐 아니라 홍콩·대만·태국 등에서도 이어졌다. 홍콩 민주화 운동을 이끈 조슈아 웡은 지난 7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보이콧뮬란' 해시태그 운동에 참여하고 "뮬란을 보는 건 경찰의 만행과 인종차별을 외면하는 것일 뿐 아니라 무슬림 위구르인 집단 감금에도 잠재적으로 공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관객들 또한 SNS 등을 통해 '보이콧뮬란'(#boycottmulan), '뮬란불매' 해시태그 운동을 벌이며 디즈니를 규탄하고 나섰다.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보이콧 참여 글을 게시했다는 대학생 A(24) 씨는 "어렸을 때부터 뮬란을 좋아해서 실사 영화 개봉만 기다려 왔지만, 인권 탄압의 주체에게 공개적으로 감사 인사를 표하는 것을 보고 관람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몇 년간 디즈니는 나름대로 여성, 인종 등 다양성을 추구하는 영화들을 내놓지 않았나"라며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이런 논란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위구르족 탄압을 정당화하는 데 일조하는 행위를 했다는 것은 더 악질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뮬란 불매운동의 여파로 개봉 당일 예매율은 저조한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17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실시간 예매율에 따르면, 뮬란은 이날 오전 10시께 기준 예매율 31.1%를 기록했다. 실시간예매율 1위에 올랐으나 관객 수는 1만7000여 명에 그친 상태다. 개봉 4주 차에 접어든 영화 '테넷'과는 5000여 명 차이를 기록 중이다.


한편 시민단체는 폭력과 인권탄압을 옹호하는 영화를 소비해서는 안 된다며 불매운동 참여를 독려했다.


청년단체 '세계시민선언'은 지난 7월1일 서울 강남구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앞에서 '뮬란' 보이콧 선언 기자회견을 열었으며, 지난달 31에는 국내 멀티플렉스 극장에 '뮬란' 상영 중단을 촉구하는 항의 서한문을 전달했다.


세계시민선언은 지난 8일 '결국 강행하는 <뮬란>의 국내 개봉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홍콩에서는 아직도 수많은 시민들이 부당하게 구금되고 있다. 우리는 이들을 기억하기에 절대로 그 참담한 폭력을 소비할 수 없다"며 "디즈니는 조직적으로 이들을 비호했고, 이 폭력을 ‘하나의 정치적인 입장일 뿐’으로 치부해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것은 우리 모두를 위한 싸움이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고, 반드시 함께 손을 맞잡고 서로를 마주보아야만 할 이유가 있다"며 "우리는 모두 삶에서 폭력을 소비하지만, 이렇듯 명백한 탄압을 내포한 <뮬란>부터라도 소비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 모두는 불평등을 이겨낼 위대한 시민들이다. 그렇기에 우리의 구호는 나아가 결과가 되고, 시민들의 목소리는 마케팅으로 지울 수 없음을 거대 자본에 단단히 각인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가연 기자 katekim2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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