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파친코’ 이민진 “독자 모두가 한국인 됐으면”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파친코’ 이민진 “독자 모두가 한국인 됐으면”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제 책을 읽는 독자가 모두가 한국인이 됐으면 좋겠다.”


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파칭코’ 개정판 출간 기자회견장에서 이민진 작가는 위와 같이 말했다. 책을 읽으면 그 작품 세계로 독자가 빠져들 듯 세계 독자가 한국에 매료됐으면 좋겠다는 말. 책에 싸인을 할 때 ‘we are powerful family(우리는 강력한 가족)'이라고 적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는 “비록 혈연은 아니지만 우리는 연결돼 있다”며 “’내‘가 아니라 ’우리‘가 될 때 못 해낼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어릴 적 글쓰기를 좋아하는 소녀였지만 작가의 꿈을 지닌 건 아니었다. 1990년대만 해도 한국계 미국인 여성이 소설을 쓰는 건 “말도 안 되는 엉뚱한 것으로 여겨”졌으니까. 그래서 로스쿨을 나와서 변호사의 길을 택했다. “정말 너무 바쁘게 살았다.” 그러다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는데 그건 간질환이었다. “20~30대에 간암에 걸릴 수 있다”는 의사의 말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글감이 된 건 열아홉 살 대학 재학 당시 “학교 수업을 땡땡이 치고” 들은 선교사 특강이었다. 백인 선교사가 한국계 일본인 소년에 관한 이야기를 전했는데, 그게 충격적이었다. 교구 신자였던 아이가 아파트에서 투신해 자살을 했는데 알고 보니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던 것. 아이의 졸업 앨범에는 “너가 온 곳으로 돌아가라”, “김치 냄새가 난다”, “죽어죽어죽어” 등의 이야기가 적혀있었다. “죽은 소년의 이야기가 오랫동안 뇌리에 박혀 있었다.”


그렇게 해서 쓰게 된 ‘파친코’. 사실 지금 출간된 ‘파친코’는 그때와는 완전히 다른 버전이다. 왜냐고. “너무 재미가 없었으니까” 심지어 남편조차 “너무 지루해서 못 읽겠다”고 했을 정도다. 결국 한 챕터만 남기고 전부 다시 썼다. 본래 솔로몬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는데 이렇게 긴 서사의 주인공이 되기에 그는 “너무 착했고 삶이 너무 편했”기에 주인공을 바꿔 썼다.

최근 한국계 미국인 여성 작가의 작품이 주목받는 것과 관련해서는 ‘한류’의 영향을 꼽았다. 한국정부가 소프트컬처 수출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콘텐츠 제작자들이 좋은 작품을 내면서 ‘한류’가 형성됐다는 것. 그는 “거기에 한국계 미국 여성 작가들의 작품이 쌓이면서 많은 관심이 쏠렸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여전히 관심과 지지도가 부족하다”며 “더 많은 작가가 큰 성공을 거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후속작명은 ‘아메리칸 학원’이다. 영어로 ‘아메리칸 아카데미’가 아닌 ‘학원’으로 번역할 것 이라며 “학원을 이해하지 않고는 한국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고 전했다. 소설은 세계 곳곳에 퍼진 한국인들의 교육열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버버리 코트처럼 외국어를 그대로 차용해 쓰는 말이 있지 않나. 이처럼 (학원이란 표현은) 외국인도 한국어를 차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작가는 번역에 큰 공을 기울인다. “표현 하나하나가 너무나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는 출판사 ‘인플루엔셜’과 개정판 계약을 체결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고심해서 쓴 표현이 번역되면서 기존 스토리텔링을 그대로 가져가는 게 중요하다. 작품을 쓴다는 건 저항적이고 혁명적인 위험한 일인데 그걸 이해해줄 출판사가 필요했다”며 “인플루엔셜은 내가 그 과정을 컨트롤할 수 있도록 허락해줬다”고 밝혔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작품이 주목받는 것과 관련해서는 “19세기 미국이나 유럽의 문학을 좋아했다. 그래서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글을 썼다. 또 그 안에 인종차별, 계급차별, 문화적 제국주의, 식민주의를 다루는데. 이런 19세기 영문학에 사용되는 도구가 미국과 유럽 스타일에 가까워서 그랬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창기에 한국 사람들이 많이 안 읽어 걱정을 했다. 지금은 많이 좋아해주시고 ‘이제야 엄마가 이해가 간다’, ‘아빠와 얘기를 할 수 있게 됐다’고 해주시는데 너무 보람차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소설 ‘파친코는 4대에 걸친 재일조선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세계적 베스트셀러다. 2017년 미국에서 초판된 이후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세계 33개국에 번역 출간됐다. 국내에는 2017년 출간된 후 지난 4월 출판사를 바꿔 개정판으로 재출간됐다. 현재 1권만 판매중이며, 2권은 번역과정을 거쳐 8월 중에 출판할 예정이다. 이민진 작가는 9일 오후 2시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사인회를, 오는 10일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북토크를 개최한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 K팝 최초 데뷔곡 빌보드 핫 100 진입

    #국내이슈

  •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원 벌지만 행복" '세상에 없는' 미모 뽑는다…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미인대회

    #해외이슈

  •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 황사 극심, 뿌연 도심

    #포토PICK

  • 매끈한 뒷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마지막 V10 내연기관 람보르기니…'우라칸STJ' 출시 게걸음 주행하고 제자리 도는 車, 국내 첫선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 용어]'법사위원장'이 뭐길래…여야 쟁탈전 개막 [뉴스속 용어]韓 출산율 쇼크 부른 ‘차일드 페널티’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