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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부동산 투자와 투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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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자기 집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집을 추가로 새로 사는 분 중에 투자인 경우가 있고 투기인 경우가 있는데, 투자인 경우는 임대사업자 등록 등을 통해 명확하게 임대사업이라는 영역을 열어 주고 세금을 명확하게 내도록 했다. 투기라는 것은 단기적 시세차익만 노리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고 그건 정말 집 없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의 고통을 바탕으로 해 돈을 버는 것이다. 그걸 구분하는 방법을 구축했다. 9월부터 전국 모든 부동산, 특히 주택에 대해 완벽하게 누가 소유하고 있고 누가 살고 임대하고 있는지 안 하는지 등을 파악하는 시스템이 가동된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요약하면 다주택자 가운데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투자고, 안 하면 투기라는 의미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주택소유통계를 보면 2016년 기준 집을 두 채 이상 가진 사람은 약 198만명에 달한다. 가구 기준으로 따지면 2주택 이상 보유자는 272만여가구에 이른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7월말 기준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한 사람은 총 33만6000명이다. 장하성 실장의 논리대로라면 이들을 제외한 약 164만명은 모두 투기꾼인 셈이다.

부동산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각각의 사례별로 그 목적이나 방식 등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투자와 투기는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지만 그 목적이나 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통상적으로 해당 부동산에 대한 이용 의사가 있고 장기간 보유하는 경우를 투자로 본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았다고 해서 다 투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임대주택 등록 여부는 정부 입장에서 다주택자를 구분 짓는 잣대일 뿐이다.
다주택자 가운데는 ‘세컨드하우스’ 개념으로 시골 등에 집을 보유한 경우가 적지 않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이런 경우였다. 김 장관은 본인이 스스로 촉발한 다주택자 비난 여론의 등쌀에 떠밀려 남편 명의의 연천 단독주택을 결국 팔아야 했다. 부모나 자녀 등 가족을 위해 집을 추가로 보유한 사람도 있다. 이들은 임대를 위해 집을 산 게 아니기 때문에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이유는 없다. 집을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주택이 팔리지 않아 본의 아니게 다주택자가 된 경우도 있다.

보다 근본적인 관점에서 한국의 부동산 투자 열기는 비단 다주택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집을 한 채만 보유한 사람들 역시 대부분 집값 흐름에 목을 맨다. 집값이 올라야 더 나은 집, 좋은 지역으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그레이드 목적을 떠나서 본인 집값이 떨어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정부 말처럼 순수하게 집이 거주 목적으로만 인식된다면 집값이 오르든 내리든 크게 연연할 필요가 없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무주택자들이라고 해서 부동산 투자와 무관한 것도 아니다. 무주택자들은 당장은 집값이 떨어지길 바라지만 일단 집을 산 다음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집을 사려는 사람은 많지 않다. 최근 서울 집값이 급등한 배경도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실수요자들이 집 장만에 나선 영향이 컸다.

1주택자들에게도 집은 단순히 거주 목적만 있는 게 아니라 가구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절대적인 가치를 갖는다. 이런 사회·경제적인 구조와 문화가 부동산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자명하다. 정부 생각처럼 소수의 다주택자들이 시장을 교란해 집값이 급등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다주택자를 옥죄면 집값이 잡힐 거라는 정부의 기대는 너무나 순진한 발상이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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