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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준의 골프파일] "와일드카드의 비밀" 배상문과 안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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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준의 골프파일] "와일드카드의 비밀" 배상문과 안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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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닉 프라이스(남아공) 세계연합팀 단장은 와일드카드를 만지작거리며 마지막까지 고심했다.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에 자력 출전이 가능한 선발 랭킹 10위 이내에 한국 선수가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나머지 방법은 단장이 2명의 선수를 추천하는 와일드카드 뿐이다. 보통은 아쉽게 탈락한 순서다. 당시 랭킹은 스티븐 보디치(호주)가 11위, 안병훈이 12위, 배상문이 19위였다.
랭킹상으로는 '보디치+안병훈'이 유력했다. 프라이스는 그러나 배상문을 선택했다. "대회가 열리는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골프장에서 치러진 신한동해오픈에서 두 차례나 우승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는 설명이다. 언론에서 보디치와 배상문 조합에 대해 '깜짝 발탁'이라고 표현한 이유다.

결정권은 물론 프라이스 단장에게 있다. 공정성에 시비를 걸 일은 아니다. 최경주 부단장은 "배상문이 좋은 경기를 하고 군대에 간다면 더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했다. 하지만 배상문의 병역 논란을 간과했다. 한국에서의 병역문제는 대통령까지 낙마시킬 수 있는 성역이다. 귀국과 동시에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대학원(성균관대)을 다닌다는 이유로 국외 여행기간을 연장했다가 28세 이상이 되자 미국 영주권으로 다시 연장을 신청한 게 화근이 됐다. 병무청에서 거부하자 행정소송을 불사했고, 패소한 직후 입대를 선언했지만 수습하기에는 이미 때가 늦었다. 기소중지, 어떤 형태로든 입국하는 과정이 순탄치 않게 됐다. 배상문에게 프레지던츠컵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귀국할 수 있는 면죄부를 준 것과 다르지 않다.
안병훈은 반면 부모가 '한중 탁구커플'이라는 상징성부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버지 안재형은 1988년 서울올림픽 탁구 남자복식 동메달을, 어머니 자오즈민은 중국대표로 나서 여자복식 은메달과 단식 동메달을 따냈다. 프레지던츠컵은 사실 경쟁보다는 축제의 성격이 짙다. 전 세계의 골프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키는 게 우선이다. 스탭들의 안이한 결정이 '제3의 골프신대륙'으로 평가받는 중국의 시선을 끌 카드를 버렸다.

안병훈은 지난 5월 유러피언(EPGA)투어 메이저 BMW챔피언십을 제패하는 등 기량 면에서도 배상문 못지 않다. 지난달 20일 인천 베어스베스트 청라골프장에서 끝난 신한동해오픈 우승으로 여자골프에 비해 열세를 보이고 있는 코리언투어를 활성화시키는 일등공신 역할까지 톡톡히 수행했다. 베어스베스트가 바로 잭 니클라우스가 설계한 코스라는 점이 아이러니다.

배상문은 그래서 침묵으로 특혜(?)에 보답해야 한다. 21개월의 경력 단절은 이 땅의 젊은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다. "좋은 경기로 불찰을 만회하겠다"는 자세 역시 도움이 되지 않는다. 프레지던츠컵은 국가대항전이 아니고, 금메달을 주지도 않는다. 그저 묵묵히 군 복무를 이행하면서 체력 단련과 강철 멘탈을 만드는 계기로 삼기를 기대한다. 그래야 전역 후 1년간 유예된 PGA투어카드를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다. 그게 국민에게 빚을 갚는 길이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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