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세계랭킹 2위 수잔 페테르센은 다혈질로 유명하다.
박인비와 올 시즌 첫 맞대결을 펼친 월드레이디스챔피언십 최종일 그 기질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1번홀에서 버디퍼팅이 빗나가자 사진을 찍었던 갤러리를 노려보더니 3번홀에서는 짧은 파 퍼팅을 놓치자마자 캐디를 쳐다봤다. 페테르센은 그래도 분이 안풀렸는지 그린을 벗어나면서 퍼터를 골프백에 내동댕이쳤다. 정말 '나쁜 골퍼'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의 버바 왓슨(미국) 역시 지난달 3일 피닉스오픈 최종일 마지막 18번홀에서 연장전에 합류할 수 있는 1.5m 파 퍼팅을 놓친 뒤 캐디에게 불만을 터뜨리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샷에 대해서 캐디와 협의하지만 최종 결정은 본인이 내린다는 점에서, 그것도 1.5m 퍼팅 결과에 대해 캐디 탓을 한다는 건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사실 프로골프투어에서 선수들이 갤러리의 소음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자신의 샷에 불만을 터뜨리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타이거 우즈도 예전에 그랬다. 샷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골프채를 던지고, 퍼터로 그린을 내리찍기 일쑤였다. 당시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는 한 술 더 떠 갤러리를 윽박지르고, 종래에는 카메라를 빼앗아 연못으로 던지는 과잉충성까지 곁들였다.
박인비가 '좋은 골퍼'의 백미다. 샷의 결과와 상관없이 늘 편안하다. 월드레이디스 우승 직후 페테르센의 짜증에 대해 묻자 "우승 경쟁자의 표정 변화나 화를 내는 모습은 오히려 (내게)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다"고 했다. '침묵의 암살자(Silent Assassin)'라는 무시무시한 애칭이 그냥 붙여진 게 아니다.
아마추어골퍼들도 마찬가지다. 페테르센처럼 화를 내거나 왓슨처럼 캐디 탓을 하거나 브레그만처럼 자학을 하는 '나쁜 골퍼'나 '이상한 골퍼'가 되지 말아야 한다. 당연히 쉬운 일이 아니다. 잘 맞은 공이 디봇에 있거나 벙커의 공이 발자국 속에 있을 때, 1m도 안되는 퍼팅이 홀을 돌아 나올 때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골퍼가 어디에 있을까. 그래도 노력해야 한다. 그게 우리가 골프를 하는 궁극적인 목표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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