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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준의 골프파일] 프로골퍼의 "고질적인 늑장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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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준의 골프파일] 프로골퍼의 "고질적인 늑장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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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세상에서 제일 나쁜 놈들(?)이 앞 팀 골퍼라는 말이 있다.

너무 느려서다. 하지만 너무 빨라도 따라가기 힘들다고, 심지어 나이가 많다고, 반대로 적어도 욕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아마추어의 경기시간은 물론 골프장의 운영 형태에 따라 달라진다. 티오프 간격을 1분만 늘려도, 특정 팀이 문제가 되면 마샬을 동원해 제어할 수 있지만 골프장 매출과 직결된다. 소위 명문일수록 라운드가 편안해지는 이유다.
그렇다면 프로골퍼들은 어떨까. 앞 팀의 경기시간은 당연히 뒤 팀의 경기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치열한 우승 경쟁이 벌어지면 더욱 심각하다. 시즌 막판 국내 선수들의 '늑장플레이'가 연일 논란이 된 까닭이다. 박세리(35)와 최나연(24), 전미정(30), 양용은(40) 등 해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국내 대회를 치른 뒤에는 어김없이 "느려도 너무 느리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달 한화금융클래식에 출전했던 박세리는 "6시간씩 걸리는 이유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15분 이상 기다리면 경기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나연 역시 "(미국에서는) 선수들은 샷을 하는 시간 이외에는 뛰어다닐 지경"이라며 "보통 4시간 반이면 끝난다"고 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슬로플레이'는 일단 경기 방식부터 문제다. 108명이 모두 오전에, 그것도 아웃과 인코스에서 동시에 출발하다보니 9개 홀을 마치고 서로 교차하는 지점에서 3, 4팀씩 대기하기 일쑤다. '해외파'들은 그래서 "오전과 오후 조로 나누던지, 아니면 출전 선수를 줄여 티오프 간격을 늘리는 한편 9개 홀을 마친 뒤 대기시간을 없애야 한다"는 해결방법까지 내놨다.
KLPGA는 그러나 꿈쩍도 하지 않는다. 1년 내내 지루한 '밥그릇 싸움'을 벌였던 뚝심을 앞세워 오전 출발을 고수한다는, 출전선수 수도 절대 줄일 수 없다는 방침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선수들을 강력하게 통제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불과 30㎝ 퍼팅을 남겨놓고 마크를 하고, 다시 사방을 둘러본 뒤 퍼팅을 하는 선수들이 부지기수고, 이 과정에서 경기위원들은 무용지물이다.

한국프로골프(KGT)도 이 대목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양용은(40)은 지난달 21일 한국오픈을 마치고 "최종 4라운드는 2인 1조로 투섬플레이를 했는데도 매 홀 기다리기는 마찬가지였다"며 "선수들은 슬로플레이의 타성에 젖어있고, 경기위원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일침을 놓았다

미국에서는 '늑장플레이'에 대한 규제가 엄격하다. 실제 모건 프레셀(미국)은 지난 5월 사이베이스매치플레이 4강전에서 벌타로 다 잡았던 승리를 반납했다. 루크 도널드(잉글랜드)는 연초부터 "슬로플레이는 골프를 죽이는 일"이라고 강조했고, 타이거 우즈(미국)는 "경고 없이 곧바로 벌타를 줘야 한다"고 거들었다. 재미교포 케빈 나는 동료선수와 갤러리, 언론의 집중포화 속에 아예 프리 샷 루틴을 바꿨다.

국내 프로관련단체와 선수들은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팬들이 멀어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프로스포츠 마케팅은 팬들의 관심이 동력이다. 그래야 기업이 돈을 쏟아 붓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프로야구와 프로배구, 프로바둑까지 점점 경기시간을 줄이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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