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은 '고수'가 동반해 이것저것 알려주기도 하고, 때로는 캐디일도 나눠서 도와주는 일이 다반사지요.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어느 날 초보자 네 명만이 한 팀으로 입장했습니다.
첫 홀 티오프를 앞두고 궁금한 게 많은 한 분이 먼저 물어봅니다. "저기 노란색 돌멩이(티잉그라운드 마커)는 뭐예요?" 제가 대답합니다."시니어 티잉그라운드에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 그럼 우리는 여기서 쳐야겠네"라며 눈 깜짝할 새 네 명이 시니어 티로 달려가 티 샷 준비를 합니다. 너무 황당해 소리칩니다. "고객님, 잠깐만요" 하지만 말릴 틈도 없습니다.
티 샷을 대충 끝내버리고는 "스카이72 골프장이 최고"라고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합니다. 기분이 너무 좋은 고객들께 시니어 티는 연세 드신 분들이 치는 곳이니 화이트 티(레귤러 티잉그라운드)로 가자는 말을 차마 못했습니다. 공이 맞든, 안 맞든 잔디를 밟는 것 자체가 즐거운 모양입니다. 지금은 경치를 즐길 여유도 없을텐데 우리 골프장이 뭐가 그리 좋다는 걸까요?
제가 처음에 '시니어 티'라고 대답한 걸 '비기너 티'로 잘못 알아들었나 봅니다. 에고, 정말 순수한 왕초보골퍼들이십니다. 나중에 시니어 티라는 걸 알려드리니 오히려 서운해합니다. "그럼 다음에 못 치는 거예요? 100타 깰 때까지는 여기서 치려고 했는데…" 순수한 비기너 네 명 덕분에 오늘도 골프장에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스카이72 캐디 goldhann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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