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아침잠이 덜 깨서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도 잘 가지 않습니다. 고객들과 함께 안개속의 희미한 불빛만을 찾아 헤매다 보면 어느새 전반 9홀이 끝나버립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도 꿈을 꿉니다. 앞을 가리는 안개가 지독한데도 코스의 모습이 너무나 선명하게 그려집니다. 고객들께서는 공이 어디로 사라질까봐 겁이 나서 "어디로 쳐야 돼?"냐고 몇번씩 되풀이해서 물어보지만 제 대답은 한결 같습니다. "뭐가 보여야 치지"라고 말씀하시며 모처럼 나선 라운드를 훼방하는 안개를 탓하지만 그래봐야 소용없는 노릇입니다.
시간이 흘러 안개가 점점 걷히고 예쁜 코스가 조금씩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앞 팀이 못 찾은 공도 여러 개 줍습니다. 고객들께서도 "이제야 샷하는 느낌이 온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보니 벌써 라운드를 마칠 때가 다 된 것 같습니다. 이제야 한 눈에 코스 전경이 다 들어오는 걸 보면서 서서히 꿈에서 깨어납니다. 공도 잘 맞고, 수려한 경치도 즐길만한데 벌써 클럽하우스가 보입니다.
스카이72 캐디 goldhanna@hanmail.net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