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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나의 캐디편지] 봄과 함께 오는 '첫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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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부터 안개가 가득하더니 코스에도 어김없이 자욱합니다.

아직 아침잠이 덜 깨서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도 잘 가지 않습니다. 고객들과 함께 안개속의 희미한 불빛만을 찾아 헤매다 보면 어느새 전반 9홀이 끝나버립니다.
가도 가도 똑같은 코스에 똑같은 풍경입니다. 라운드를 마치고 클럽하우스로 돌아온 고객들 역시 "클럽하우스 밖에 보지 못했다"며 "도대체 공을 친 건지 안 친 건지 모르겠다"고 툴툴대십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도 꿈을 꿉니다. 앞을 가리는 안개가 지독한데도 코스의 모습이 너무나 선명하게 그려집니다. 고객들께서는 공이 어디로 사라질까봐 겁이 나서 "어디로 쳐야 돼?"냐고 몇번씩 되풀이해서 물어보지만 제 대답은 한결 같습니다. "뭐가 보여야 치지"라고 말씀하시며 모처럼 나선 라운드를 훼방하는 안개를 탓하지만 그래봐야 소용없는 노릇입니다.

시간이 흘러 안개가 점점 걷히고 예쁜 코스가 조금씩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앞 팀이 못 찾은 공도 여러 개 줍습니다. 고객들께서도 "이제야 샷하는 느낌이 온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보니 벌써 라운드를 마칠 때가 다 된 것 같습니다. 이제야 한 눈에 코스 전경이 다 들어오는 걸 보면서 서서히 꿈에서 깨어납니다. 공도 잘 맞고, 수려한 경치도 즐길만한데 벌써 클럽하우스가 보입니다.
고객들께서도 아쉬움에 한숨 섞인 푸념을 늘어놓습니다. 듣고 있자니 속이 상합니다. 우리 캐디들도 안개가 끼면 "차라리 비오는 게 낫지"라고 말합니다. 다들 비를 맞더라도 보이는 게 낫다는 생각입니다. 또 비가 오면 "바람 부는 게 낫지"라고 합니다. 비를 안 맞는 쪽이 더 좋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항상 조금이라도 더 좋은 환경을 원하기 마련입니다. 봄이면 늘 찾아오는 안개와 봄비, 그러나 자연이 주는 첫 선물이라 미워할 수만은 없습니다.



스카이72 캐디 goldhann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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