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민준영 인턴기자] 가나 출신 방송인 샘 오취리가 의정부고 졸업사진 중 인종차별 논란과 관련해 자신의 입장을 전했다.
오취리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영국 BBC 사운즈 '포커스 온 아프리카'에 출연해 최근 한국에서 발생한 의정부고 인종차별 졸업사진 논란에 대해 언급했다.
오취리는 이날 인터뷰에서 "아프리카에 여러 나라가 있음에도 그 차이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내가 한국의 학교에 다닐 때 캠퍼스에서 거의 유일한 흑인이었지만 최근 몇 년 새 라이베리아·가나·우간다 등 아프리카 대륙에서 온 사람들이 많다"라며 "아프리카인들은 한국을 잘 모르고 한국인들은 아프리카 문화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적기 때문에 서로에게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종사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한국 친구들은 대부분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흑인에 대한 이미지가 생겼다고 했다"라며 "한국인들은 아프리카의 다양성을 배우고 접할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에 TV 등 미디어에서 묘사하는 흑인의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쉽다. 하지만 특별히 한국에서만 있는 일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오취리는 최근 의정부고 학생들이 졸업 사진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가나 장례 댄스팀인 '관짝소년단'을 흉내 낸 사진을 비판한 이유도 밝혔다.
오취리는 "학생들이 비하 목적으로 블랙페이스를 한 게 아니라는 건 안다. 다만 블렉페이스가 많은 흑인들과 다문화 국가에서 기피하는 역사적 맥락이 있는 것을 지적하려 했다"라며 "그런데 맥락이 한국에서 생소해 많은 논쟁이 있었고 이해하지 못하는 반응이 대다수였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사건 초반 내가 문제를 제기했을 때 몇몇 한국인들과 나 사이에선 매우 의미있는 대화가 오갔다"라며 "하지만 어디를 가든 이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고 부정적인 것들이 더 큰 소리를 내기 마련이라 논란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인들이 블랙페이스에 대한 역사를 모르기 때문에 이게 왜 모욕적인지 모른다"라며 "본질적인 내용을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패러디인데 왜 그러느냐고 했다. 그 안에 얽힌 진짜 이야기를 알려고 하는 이들도 있었기에 내가 지금 이 인터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과거 자신이 방송에서 눈을 찢는 행동을 한 것이 비판을 받는 것에 대해서는 "스페인의 '못생긴 얼굴 대회' 이야기를 하면서 최대한 얼굴을 일그러뜨리려고 한 것이다"라며 "한국인을 흉내 내거나 비하하려는 목적이 없었다. 한국에서 살며 일하는 내가 한국인을 비하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이를 안 좋게 받아들이는 입장을 알겠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의정부고 학생자치회는 지난 3일 SNS를 통해 '2020 의정부고 졸업사진 모음집' 사진 중 가나의 장례문화를 흉내낸 '관짝소년단' 졸업사진을 게재한 바 있다.
이에 오취리는 6일 자신의 SNS에 쓴 글에서 "문화를 따라하는 것은 알겠지만 굳이 얼굴까지 색칠해야 하냐"라며 "저희 흑인들 입장에서 매우 불쾌한 행동이다. 제발 하지 마라"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부 누리꾼들은 "비하하려는 게 아닌데 학생들을 인종차별로 몰아세워야 하냐"라며 비판했다.
이후 오취리는 7일 자신의 SNS를 통해 "제가 올린 사진과 글 때문에 물의를 일으키게 돼 죄송하다"라며 사과했다.
민준영 인턴기자 mjy705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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